56년이나 커다란 나무 십자가를 어깨에 메고 세계 324개 나라와 영지(Territory), 제도들을 순례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도한 미국 목회자 아서 블레싯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하늘로 떠났다고 크리스천 브로드캐스팅 네트워크(CBN)가 다음날 전했다. 향년 85.
놀라운 그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십자가, 아서 블레싯 이야기'가 지난 2009년 미국에서 개봉했다. 미국 영화들을 보면 이따금 십자가를 끌고 고행하는 이들을 묘사한 장면들을 보기도 하는데 그 첫 걸음을 뗀 이가 블레싯이었던 것이다.
블레싯은 죽음을 예감하고 미리 고별사를 적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했다. "난 정말로 영광의 이 여정을 갈망하고 있었다. 흙먼지 투성이 길을 걸었던 두 발로 이제 황금의 길을 걸을 것이다. 다시 예수를 만날 준비가 됐다! 이제 난 예수 안에서 환호하며죽음의 시간 속에 있다. 끝내 집에 왔다, 이게 내 마지막 여행이다!"
그는 또 "모두는 죽음이 우리를 하나님과의 만남으로 이끈다고 알고 있다. 예수를 구세주로 받아들이라는 내 마지막 요청이 여기 있다. 그는 당신을 기다리신다. 어떻게? 간단하지만 삶이 바뀌게 된다. 지금 그에게 요청 드리라!"고 적었다. 아울러 자신을 기리기 위해 장례식이나 추모식 같은 것을 하지 말고 신도들에게 "밖으로 나가 한 영혼이라도 더 구원에로 인도하라"고 당부했다.
그가 처음 십자가를 메고 거리로 나선 것은 1968년 성탄절이었다. 히피 문화가 절정을 이루던 시절이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의 카페와 레스토랑이 몰려 있는 선셋 스트립으로 나가 히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예수님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십자가는 자신이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에서 운영하던 크리스천 커피 하우스 '하나님이 계시는 곳(His place)'에 걸었던 것으로 길이가 3.65m, 무게가 20㎏에 이르는 커다란 나무 십자가였다.
이듬해 그는 십자가를 메고 미국 전역을 돌아 다니라는 '가스펠'을 깨닫고, 본격적인 순례를 시작한다. 미국 본토 횡단을 마친 뒤 그는 신구교 내전을 겪고 있던 북아일랜드를 찾았다. 이렇듯 전쟁 중이던 나라도 52개국이나 찾았다. 특히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했을 당시 베이루트에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과 함께 기도하는 모습이 CNN을 통해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널리 이름을 알렸다.
그는 대통령부터 서민들까지 두루 만나며 하나님의 사랑과 말씀을 전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모두가 환영해준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그에게 야유를 퍼붓고, 어떤 이들은 그를 미치광이로 대했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아내 데니스와 함께 순례를 이어갔다.
그는 1998년 북한도 방문, 아내와 함께 북한 나진선봉경제특구 비파여관에 머물렀다. "8월30일 데니스와 함께 십자가를 들고 호텔에서 비파섬까지 큰 길을 따라 걸었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었어요. 우리는 엎드려 하나님이 북한과 이 땅의 아름다운 주민들을 축복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는 미국 여권을 가진 관광객이 이 지역을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는 고백을 자신의 홈페이지(www.blessitt.com)에서 밝히고 있다. 1993년에는 대한민국을 찾았다. 그는 "상당히 많은 교회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면서 "다른 아시아 지역과는 무척 달랐다"고 적었다.
그가 이렇게 걸은 거리는 6만 9200㎞로 지구 한 바퀴 반 이상을 돈 셈이다. 이는 기네스 북 오브 월드 레코드에 가장 긴 도보여행으로 등재됐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일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나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하나님이 함께 하셨기 때문이죠.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립니다." 그는 "십자가가 자주 갈등의 상징처럼 되고 있지만 나에겐 인생의 미션이었다"면서 "십자가는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간에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최고의 상징임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블레싯은 책 'The Cross'에 적길 "모든 나라에서 십자가를 옮긴 뒤 난 세상이 열려 있으며 예수와 십자가에 대한 좋은 소식을 갈망한다고 말할 수 있다. 유일한 문제는 예수가 말한 대로 일하는 이가 너무 적다는 것"이라면서 "내 목표는 십자가를 벽에서 떼내 사람들의 마음과 가슴으로 옮겨 그들이 메시지를 이해하고 경험하게 하는 일이다. 커다란 십자가를 옮기는 행동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 마음에 잊을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 세월이 흘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십자가가 옮겨지던 때와 곳을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1940년 10월 미시시피주 그린빌에서 태어나 루이지애나주 북동부에서 자라났다. 그의 홈페이지를 보면 열다섯 살부터 강연을 했고 스무 살에 목사가 됐다. 스물아홉 살에 십자가 여정을 시작해 2008년에야 끝냈다. 걸음 수로 8600만이었고 십자가 무게를 합치면 190억 파운드라고 했다.
아내 데니스는 294개 여정을 남편과 함께 했다. 데니스가 현재 아서 블레싯 복음주의 연맹을 관장하고 있다. 고인은 죽음을 앞두고 "난 데니스를 위해 거듭 기도해 왔다. 십자가를 지는 내 후계자로 단련시켜 십자가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도록 했다"고 적었다. 데니스와의 사이에 일곱 자녀, 열두 손주, 한 명의 증손주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