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일 세기
세련미를 풍기는 빌딩 사이로
붉게 그을린 석양이 지면
밤하늘에 어느새
하나둘씩 인공위성이 빛난다
저 혼자 깜빡이는
TV를 무시한 채
위장보다 심장이 허기진 사람들은
저마다 술잔을 기울인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수화기의 음성처럼 가까이 가지 못한다
낭만도 우울도 없는 이곳은
신비주의와 섹스뿐
여자의 가랑이 사이로는
뉴욕증시가 스크롤 되고
뻐근한 쾌감 뒤에 밀려오는
허탈한 피곤으로 외로운 잠을 청한다
닭 대신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기지개도 켜지 못하고 일어나면
알맞게 데워진 커피로
희뿌연 새벽을 연다
욕설과 소음뿐인 바쁜 출근길
누구는 오늘의 운세를,
누구는 타임지를 읽고 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어느 걸인의 꾀죄죄한 두 손에
애꿎은 동전이라도 건네주며
교만한 자선을 베푼다
전파와 음파 이제는 전자파
너와 나 사이에는 너무도 많은 파들이
우리의 거리를 유지해주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이제는 유치원 동창까지 찾아봐도
우리의 눈망울엔 렌즈보다 두꺼운
때가 잔뜩 끼어있어
언제나 재떨이에는 꽁초가 수북한
찬란한 꿈의 세기
이십일 세기
카페 게시글
시 (아~하)
이십일 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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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큰 느낌 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각박한 현실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아! 찬란한 21세기
인간의 일취월장으로
탄생한 수많은 자동차의
소음이 난무하는
거리에서 21세기를 죽어라
따라가는 나를 매일만나는 나...
흔한 일상인데.....
한번 생각을 하게 해 주시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