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초산장 이야기 1469회) 피서지에서 만난 가수 덕후들
2026년 7월 31일, 금요일, 맑음
날씨가 살인적인 더위라 도시락을 싸서
유여사와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갔다.
우리 집에서 직선 도로로 40분 정도 밖에 안 걸리니
그리 멀지는 않다. 해운대나 광안리처럼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아서 조용한 곳이다.
게다가 소나무 숲이 울창하여 돗자리 깔아놓고
있으면 최상의 피서지다.
돗자리에 앉아 있으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연방 불어와 하나도 덥지 않았다.
히야 진작 여기로 올걸!
바닷가를 맨발로 한 바퀴 돌고 와서
집에서 들고 간 송미경 작가의 <바느질 소녀>를
읽기 시작했다. 시원하니까 진도가 잘 나갔다.
거지 소녀가 다친 동물이나 아픈 사람을 바느질로
두루 고쳐주었다.
한참 읽고 있는데 바로 앞에서 아줌마들과 총각이
콘서트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알고 보니 파란 옷을 갖춰 입은 사람들은 모두
영탁 가수 펜들이었다.
40살 총각에게 말을 걸었더니 사교성이 좋아서
온갖 정보를 다 알려주었다.
그날이 목요일이었는데 저녁 8시부터 해수욕장
가설 무대에서 공연을 한단다.
영탁, 디바, 김국환, 성악가 등이 출연한다나.
가수 펜들이야 흔하기 때문에 놀랄 일이 아니지만
청주와 대전에서 새벽 3시에 일어나 다대포까지 왔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해양수산부 주최라 무료 공연이지만 좌석 번호표를
아침 일찍부터 나누어주기 때문에 공연이 아직 멀었는데도
왔다는 것이다.
더구나 총각은 자기가 볼 것도 아니면서 몇 번 안 만난
중학생 소녀가 아빠와 같이 멀리서 오는데 소녀 대신 번호표를
받아주기 위해 일찍 나왔다고 해서 믿어지지 않았다.
작가들이 책을 내면 종종 북콘서트를 하는데 사람을
못 모아서 무척 애를 먹는다.
그런데 가수들은 1회 출연에 5천만 원이나 받고
팬들이 전국에서 몰려오니 얼마나 좋을까?
부산 작가가 청주에서 팬이 한 사람이라도 찾아온다면
도무지 믿지 않을 것이다. 아마 밥도 사주고 온갖 서비스를 하지 않을까?
나는 여태 가수들의 콘서트 장에 가본 적이 있긴 해도
가까운 부산에서 할 때만 갔지 멀리서 할 때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났다.
그런데 이렇게 전국에서 몰려온 팬들을 보니
그 열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팬들이 가수를 좋아하게 되기까지는 대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한다.
우울증에 걸려 있다가 가수 노래를 듣고 힘을 얻었거나
큰 병에 걸려 살아갈 희망을 잃었는데
가수의 노래를 듣고 용기를 갖게 되었다는 등....
열성 팬들은 아직 공연장에 입장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는 4시반쯤 슬며시 해수욕장을 빠져 나왔다.
더 어정거리다가는 퇴근 시간이라 차가 막힐 지도 모르기 때문에.
누구는 밤 8시에 하는 공연을 보려고 아침부터 오고 누군가는
시작도 하기 전에 보지도 않고 가버리고... 세상 참 우습다.
오늘은 디자인 공원에서 문을 연 물놀이장에 갔다.
운동기구들을 한 바퀴 돈 다음에 물놀이장에 갔더니
무척 시원했다.
마구 쏟아지는 물벼락을 맞기도 하고 줄을 잡아 당겨서
찬물을 뒤집어 쓰기도 했다.
진작 알았으면 벌써 여러 번 갔을 텐데
어린 아이들과 보호자만 들어가는 줄 알았다.
안전 요원에게 물어보니 어른도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안심하고 들어갔다.
공짜 물놀이를 실컷 하면서 더위를 쫓아버렸다.
집에 오니 진주에 사는 미동님이 선물을 보냈다.
김과 멸치가 들어 있었다.
선물 교환할 때 나를 뽑은 것도 아닌데
그냥 보내주었다. 아이고 이렇게 감사할 데가 있나!
미동님, 복 많이 받고 좋은 글 쓰세요!
영화 <도희야>는 청소년 불가 영화인데
각본이 잘 짜여져서 볼만 했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14살 ‘도희’를
외딴 마을로 좌천된 여경 영남이 구해준다.
도희의 아버지는 영남을 눈엣가시 취급하다가
영남이 여자와 사귀는 문제점이 있다는 걸 알고
역공을 퍼붓는다.
영남을 배신하는 듯 하던 도희가 기지를 발휘하여
감옥에 갇힌 영남을 구해내는 결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검은 머리를 구해주면 배신을 한다는 속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줘서 다행이다.
영남이 도희를 데리고 다시 바닷가 마을을 떠나는데
이제 행복한 일이 있기만을 바란다. (*)
첫댓글 열성 팬들처럼 빠지는건 없지만 꽃들에겐 빠져 사네요
좋은 취미입니다. 더위 잘 이겨내세요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