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워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
시사회로 영화 '동주' 를 봤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책꽂이 오른쪽 구석에 꽂혀 있던 윤동주의 시집을 꼼꼼이 다시 읽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바로 이 영화와 관련된 글을 올리고 싶었는데 뒤늦게 올리게 되었네요.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다 올라가고 난 이후에도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습니다. 가슴이 많이 먹먹해졌고 주위에 눈시울이 뜨거워진 분들도 봤습니다.
이 영화는 윤동주와 송몽규가 10대 후반부터 일본 경찰에 잡히는 시기까지 어떻게 그 시대를 살아왔는지 비교적 담담하게 영화는 풀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담담함이 영화를 가장 빛나게 해주는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흑백영화인 것이 이 영화의 '신의 한 수'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다 좋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건 송몽규 역을 맡은 박정민이었습니다.
늘 박정민에 대해 연기 잘한다는 생각은 해왔지만 이 영화가 단연 최고입니다.
강하늘의 윤동주도 지금 돌이켜보면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저만 그런지 모르는데 영화 동주에서 강하늘이 섬세한 감정 연기를 참 잘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만 박정민의 송몽규가 강렬해서 같이 있으면 강하늘의 윤동주를 압도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입니다. 특히 마지막 거짓 자백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하는 고등형사에게 송몽규가 절규하며 대사를 하는 그 장면은 진짜 박정민 외에 그 누구 와서 송몽규 연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박정민보다 더 잘했으리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 이들을 취조하는 일본인 고등형사 역을 맡은 재일교포 3세 김인우(암살의 기무라 역을 맡은 그 배우입니다.)의 연기도 저는 괜찮게 봤습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