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준한 사랑_박철(1960 ~ )
어제
문경 새재를 넘으며
맺지 못한 생각이 저녁 내내
나를 괴롭힌다
험준했던, 내 험준한 사랑
나무들 파헤쳐져 터널이 뚫리고
나도 어둠을 기어나와 한 생애를 사랑으로 보냈구나
사랑은 낄낄거려도 아픔이다
마곡동 허름한 밥집에서
키 작은 필리피노와 앞뒤로 앉아
텔레비전을 바라보면서 밥을 먹다가
지난밤 문경 새재를 넘으며
다시 찾은 험준한 사랑에 목이 멘다
인도에 가서 극장 검표원이라도 하며 살아야겠다던
소설 「광장」의 이명준 같은 푸른 작업복의 작은 필리피노는
강서구 마곡동 섀시집에서 쇠톱질을 한다
이를테면 지금도 그는 험준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름달을 보듯 텔레비전을 올려다보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리는 무얼 삼킨다
그게 지난밤 문경 새재를 넘어온 한 청맹과니¹건
코리안 드림을 안고 날아온 눈 둥그런 필리피노건
아직 험준한 골짜기에서 발을 묻고서
[2005년 발표 시집 「험준한 사랑」에 수록]
¹청맹과니: 사리에 밝지 못하여 눈을 뜨고도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
《Anak, 아들아...》
프레디 아길라(1953 ~ ) 1978년(25세) 발표곡입니다.
https://youtu.be/ibmh64itn1M?si=UZxSwzrzgszqyU6o
첫댓글 ㅎㅎ
안녕하세요 ~
멋진 시
멋진 음악
잘 감상했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축원祝願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내일 눈이 많이 내린다는군요.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
박철님의 멋진 시에
머물다갑니다
연휴 잘 보내세요
^-^♡
따뜻한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