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동호회 월말모임 낙수 하나
김 난 석
내 어릴 적 가장 즐거웠던 순간들 중 하나를 들라면
마을 잔칫날
과방(果房)에서 일을 보시는
어머니들의 손맛을 조금 보는 순간이었다.
시골집의 헛간쯤에 자리를 펴놓고
한쪽엔 커다란 함지박에 떡이며 강정이며 각가지 전을 담아놓고
다른 한쪽에선 연신 손을 후후 불어가며
갓 삶아낸 돼지고기를 썰어대다가
밖에서 “두 손님 상이요!” 하고 외쳐대면
이것저것 음식들을 골고루 접시에 담아내던 곳이 과방이요
그곳에서 일을 보는 어머니들을 일컬어 과방을 보신다고 했다.
학교에 다녀오면 어느 집 과방에 들리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있었지만
숫기가 없어 감히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사립문 바깥쯤에서 서성이노라면
눈치 빠른 어느 아주머니가
“석아, 이리 오렴” 하시던 목소리가
왜 그리도 반가웠었던지...
그다음 억지로 끌고 가셔서 손에 쥐어주는 음식들이야
말을 더 해서 무엇하랴.
어제는 탁구동호회에 잔치가 있었는데
에덴 여사와 백합 여사가 음식을 차리는 걸 봤더니
옛일이 떠오르더라.
그 옛날, 어머니들의 앞자락에선
고소한 들기름 냄새도 났는데
여사님 들 곁으로 가만히 다가가
그 들기름 냄새가 나는지 맡아보고 싶었지만
사내대장부가 어찌 아낙들 옆으로 가까이 다가가랴.
그래서 현아 님이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고 말았지만
먹다 보니 들기름 냄새는 나지 않고
전에서는 주영 냄새가 나고
절편에선 귀나 냄새가 나더라.
이거 맞나...?
잔치라는 게 여러 종류가 있는데
팔순잔치라니...?
그것도 격렬한 운동을 하는 탁구동호회에서
팔순 잔치라니...?
참 대단하신 오팔 개띠들이신데
그 주인공들의 면면을 보면
웨스턴 마카로니 스타일의 사나이 김삿갓형 님~
눈썹 살짝 치켜뜨고 웃어대는
스마일 스마일의 지혜안 아씨~
얄미운 빨강머리 앤 같은 귀여운 비상구 언니~
새치미 큰언니 같은 든든한 금난 누나~
이렇게 네 분인데
내가 이들에게 나의 팔순기념 시집을 나눠드렸지만
내가 이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나에겐 46년 개띠 아우가 있다.
내 숙부가 한국전쟁에 나가 두 다리를 잃고 돌아왔을 때
내 아버지는 그런 숙부가 안쓰러웠던지
내 아우가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숙부님에게 보냈다.
수발을 들라는 거였는데
그래서 내 아우의 최종학력은 국졸이다.
내 아우가 성년이 되자 무단가출해서
서울에서 택시운전을 했던 모양인데
당시 나는 고학을 하면서 남산도서관엘 자주 갔다.
어느 날, 나는 남산도서관에서 내려오고 있었고
그때 내 아우는 택시영업하면서 남산길을 달렸던 모양인데
우연히도 나를 봤던지
택시를 노변에 대놓고
"형?" 하고 나를 부르더라.
잠시의 만남 뒤에
그동안 수금한 돈을 나에게 쥐어주면서
공부 잘하라고 이르더니 휭 하고 가더라.
그래서 부모님이 돌아가시던 때
나는 유산 전부 아우에게 주고 말았지만
아직도 주고 주고 또 주고 싶은 게
46년 생 개띠 아우이다.
그런 아우의 이미지가 오팔 개띠들에서 풍겨 나오니
나는 정이 갔던 건데
그런데도 탁구게임이 시작되면
인정사정없이 패대더라.
어이구 우 참!!
그러기도 하면서 탁우들이시여!
화이팅 하시라~
도반(道伴)
첫댓글 캔두님은 그래도 앞치마 두르고 거들던데
간디님과 파이회장은 멀거니 바라보며
침만 흘리더라~ 으이구우.
양반 체질이라서 그런가...?
도반 님 관상도 연구
하셨나 봅니다 ㅎ
축하 말씀과 시집 감사
드림니다
열심이 읽고 도반님
생각 하렴니다~
다 이쁘시다고 하는소립니다.
앞으로도 이쁘시고 건강하시길~
동네 전칫집에서 과방 보시는 엄마를 담넘어
부르면 엄마빽에 잔치
국수를 맛나게 먹엇지요
어제 딱방잔치 축하 드려요
과방을 아시나요?
참 정겨운 정경이지요.
탁구방에서 있었던 일들을
글로 그대로 보여 주시는 작가님!!!
선배님께 잘 보여야지
잘못하면 그대로 글을 쓰실거니까요~~ㅎ
선배님 글에 미소 지으며
머물다 갑니다 ~
수고 많으셨습니다 ~^^
그런가요?
뭐 웃자고 해보는 소립니다.ㅎ
📚 선물 감사합니다 여행다니길 좋아하는나 여행가방 안에 쏙 들어 갔네요 화이팅 입니다 항상 행복한글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네에 고마워요 민지여사님
다음에 또 즐겁게 랠리나 해요.
선배님의 아우에 대한 진한 사랑과 정겨운 배려가 감동을 주네요.
옛 추억을 끄집어 내는 것과 이를 실감나게 표현하는 것도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많이 하고 또한 생각을 잘 하는 사람들 중에 시인(문학가) 들이 많은 것 같은데
"김난석"시인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화제를 바꾸어서 여쭈고자 합네다. 다름이 아니오라 개띠도 모두 개띠가 아니구 구분이 있는건데
우리 탁구방 여 회원님들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구분을 못 하시나요? 무쟈게 좀 불만스럽다니깐요?
더 불만스러운 건 그 분들 중 한 사람도 선배님께 항의 하는 분이 엄써요.ㅎㅋ
그분들요?
뭐 마음이 사해와 같이 넓은 분들이니까 그런거지요.ㅎ
사노라면 만족도 불만도 품고 살아가야 하고요.
월요일에 또 탁구나 합시다 뭐.
어쩜 그렇게 선배님들의 캐릭터를 콕콕 집어내실 수 있나요 ㅎ
형제간의 찐한 우애가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선배님을 존경 안할 수 없네요
한번뿐인 인생인데
내가 맡을 일을 아우가 한것이니 아우의 희생이 너무 컸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