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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정세동향과 우리의 대응방안 2015년 초반부터 한반도 주변정세가 매우 유동적이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4년차, 우리는 박근혜 정부 3년차로서 정치적인 맥락에서 매우 의미가 있는 시기이다. 게다가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으로 우리 민족사적인 의의도 크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조국해방 70돌이 되는 올해에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고 하였다. ‘최고위급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등 남북관계 개선 의지도 드러내었다.
집권 3년차를 맞이한 박근혜 정부도 올해 남북관계에서 최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작년 말 선제적으로 남북대화를 제의하였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반도 통일시대의 원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의지 확산을 올해 정책기조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기대와 희망보다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29 통일부‧통준위가 제의한 1월 중 남북대화 개최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설을 계기로 추진하려던 이산가족 상봉도 무산되었다. 북한은 오히려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5.24 조치 해제, 대북전단 살포 중단 등 대화의 전제조건을 내걸고 우리측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단하겠다는 등 남북대화의 수용에 앞서 미국의 관심을 이끌어 내려 하고 있다.
안명훈 주 유엔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임시 중단하겠으며, 추가 설명을 원한다면 미국에 직접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밝혔다. 자신들의 제안이 실행된다면 올해 한반도에서 많은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이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도 유도해 보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이러한 전제조건들을 열거하여 향후 남북대화, 북미관계 등에서 주도권을 자신들이 잡겠다는 것이 최근 북한의 외교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동계훈련 참관 등을 위해 군부대를 지속적으로 시찰하고 있다. 최근에는 3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앞두고 공군부대를 방문하는 등 낙후된 공군력 향상을 위한 현지지도를 전개했다.
내부적으로는 집권 4년차를 맞이하여 체제안정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평양의 집권층,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지지세력을 확대하고, 현지지도에서 애민지도상을 통해 체제결속을 이끌고 있다.
전반적인 경제상황의 호전은 어려우나 중국과의 무역과 해외 이권사업 등을 통해 필요한 물자를 제공받고 있으며 ‘우리식 경제관리 개선 방식’을 단계적으로 적용하여 북한 내 시장화 경향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잦은 보직 및 인사교체로 충성심을 유도하는 방식은 지속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황병서, 최용해, 이수용, 조연준 등 이른바 새로운 실세들이 김정은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이다. 신년사에서도 핵개발과 병진노선을 지속한다고 하여 핵무기로 체제를 보위하고 경제도 발전시키려는 양면전략을 계속하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개되고 우리는 어떤 방향에서 대응해야 하는가? 결론적으로 남북관계는 당분간 답보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우선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고 그 전제조건은 우리측이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모든 남북관계의 현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자는 입장이지만, 과거 북한은 남북대화에서 자신들의 요구사항만을 관철하여 왔기 때문에 북한은 우리측의 제안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특히 남북관계는 지난 7∼8년 동안 최소한의 신뢰구축도 없이 전개되어 왔기 때문에 설사 대화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북한은 자신들의 주장만을 고집할 가능성이 있어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3월에 이루어지는 북한인권 서울사무소 설치와 한미합동군사훈련으로 상반기 남북대화 전망은 다소 어두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북한은 고립을 탈피하면서도 교묘한 방식으로 대외관계 회복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국제공조의 흔들림이 우려된다. 대표적인 것이 북일관계와 북러관계이다. 현재 납치자 문제 해결과 북일관계 정상화 전망은 다소 불투명하지만 납치자 문제 해결을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아베 정부의 필요에 따라 북일관계가 일정부분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고립에 처한 러시아와의 밀착도 신경이 쓰인다. 지난해 말 최용해 특사의 방러와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김정은 제1위원장 초청은 양국이 국제적인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전략적 연대의 성격이 강하다.
사진핑 정부 들어서 불편한 북중관계도 한반도 정세의 변화 속에서 지금보다 악화되는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다. 냉랭한 관계는 핵실험과 같은 정치적인 문제이지 북중간 교역과 동북 3성 개발과 연계된 나선지구 개발은 현재에도 계속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에서는 한미공조에도 엇박자가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한다. 미국이 우리측의 대화제의 직후 대북 행정명령을 발동하였고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였다.
북한은 즉각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군사적으로 압살해 보려다가 패배만 거듭하게 되자 이제 와서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유입 따위로 내부 와해를 실현해 보려고 꾀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강한 대북불신과 함께 11월 중간선거 이후 공화당 중심의 대북 강경기류는 미국 차기 대선국면까지 연결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전략적 인내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대북 압박공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 한일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북관련 전통적인 한‧미‧일 공조관계는 한일관계의 경색에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 간의 갈등관계가 지속되면서 우리의 외교력 발휘를 더욱 압박하고 있는 국면이다.
우리로서는, 첫째, 북한의 전술적 행보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안착되어 가고 있다는 나름대로의 인식을 바탕으로 국제고립을 풀기 위해 다층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하고 위협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노력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나 북한은 끊임없이 국제사회의 대북공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시도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북한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도록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미국의 대북정책을 실무적으로 관장하는 웬디 셔면 국무부 차관이 방문하여 대북정책과 관련된 한미공조를 재확인하였다. 군사 분야에서 한미동맹 관계는 굳건하다. 한중관계는 정상급에서 공조체제가 잘 유지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외교적 자산을 더욱 견고히 하면서 북한의 전술을 좌절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비핵화, 북한 변화유도, 북한 인권개선 등 대북정책에서의 원칙을 확고히 하는 가운데에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드레스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최소한의 신뢰의 연결고리가 필요한데 최근 그렇지 못한 남북관계를 보면 안타깝다.
북한도 대외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남북 모두 광복 70주년의 호기를 실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로서는 올해 남북관계를 어디까지 가져갈 것이고 어떤 부분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주변국들의 협력을 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통일준비는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전개되었으면 좋겠다. 국민들 중에는 우리정부의 대북정책과 통일준비가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통일을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북한은 흡수통일론으로 이해하여 우리와의 관계를 단절하여 온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이러한 불신 구조아래에서는 남북간의 신뢰라는 것이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통일은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북간에 신뢰를 쌓아가는 가운데 통일의 순간이 도래한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서독은 동독 체제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 20여 년이 넘는 꾸준한 접촉과 관계 개선을 전개하였다. 결과는 주변 정세의 우호적 변화와 동독의 변화였다. 그리고 이것이 통일을 이끌었다.
남북관계에서 신뢰가 구축되고 주변국들의 관계가 한반도에 우호적으로 조성될 때 통일의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정세가 너무 불확실하고 어렵다. 그렇지만 통일을 목표로 한 정책적 일관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정세를 현명하게 관리해 나가는 지혜와 인내가 필요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월간 자유 3월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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