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호치(丹脣皓齒)
단순호치는 붉은 입술 사이로 살짝 드러난 하얀 이빨을 이르는 말이다. 전국 시대 주나라의 유왕이 지극히 사랑했던 여인 포사에 의해 생겨난 말이다.
그녀는 주나라에 점령된 약소국 ’포나라‘에서 바쳐진 일종의 전리품이었다. 한눈에 그녀에게 빠진 유왕은 국가 정사를 돌볼 겨를이 없는 이성을 잃은 왕이 된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녀를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몰두한다. 그러나 그녀는 좀처럼 웃지 않았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난 왕은 그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당신을 웃을 수 있게 할 수 있오?”
“저는 무엇을 봐도 우습지가 않습니다. 다만 전에 비단 찢는 소리를 들었는데 우습더군요.”
그 후로 나라의 비단이 그녀의 웃음을 위해 다 찢겨 져 나갔다. 이때 비단 찢는 소리에 그 녀의 붉은 입술이 살짝 열리며 그 사이로 하얀 이가 눈부시게 드러났다. 이를 ’단순호치(丹脣皓齒, 빨간 입술 사이의 하얀 이빨)‘라 한다.
당시의 비단은 가장 비싼 옷감이었고 국가의 귀중한 재산이었다. 비단은 국가간 무역의 가장 값진 상품이었다. 비단을 무역하는 길을 ’비단길‘이라 했으니 당시 비단이 얼마나 국가 경제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는지 알수 있다.
여색에 빠진 왕은 그녀와 즐거움을 나누는데 골몰하여 더 새로운 향락 놀이를 찾는데 관심을 둘 뿐 다른 아무것도 생각지 않았다. 자연 국가 경제는 파탄 나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지게 되었다.
우리 시대엔 여성 지위가 이미 정치를 좌우하는 수위에 올라 있으니 옛이야기를 예로 드는 것이 다소 어색함이 없지 않지만, 당시는 여성이 나라 일을 좌지우지하게 되면 반듯이 나라에 좋지 않은 일 생긴다고 생각했다.
포사로 인해서 주나라는 급속히 국력이 약해져서 끝내 북의 융족 침입을 받아 유왕은 죽게 되고 포사는 다시 전리품으로 융의 왕에게 잡혀가게 된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경국지색(傾國之色:나라를 망하게 하는 여인))이란 또 다른 사자성어다.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 등 수많은 나라들이 망하는 순간 반듯이 여인이 등장해서 군주의 눈을 흐리게 하여 바른 정치를 하지 못하게 했다.
사사로운 감정이나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하여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이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들의 주변에서 여인들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 또한 적지 않은 오늘이다. 싫어도 매일 들어야 하고 보아야 한다.
무엇에 눈멀어 이성적 판단을 못하는 지도자를 어리석은 지도자라 한다. 이런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나라 일이 억망이 되고 개인 일도 그르치게 된다. 앞 사람이 아무리 잘한 일도 헛일이 되게 한다. 하루하루가 포사의 단순호치를 떠올리게 하는 현실이다.
역사가들이 수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역사의 아픈 기억들을 기록으로 남긴 것은 그 잘못을 거울로 하여 다시는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는 의도에서다. 단순호치는 오늘의 지도자들이 깊게 새겨야 할 역사 교훈이다.
’옛에 의해 오늘을 판단하여 나아갈 길을 설정해야 한다‘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은 국정 운영자들이 늘 새겨야 할 단어다. 어제도 오늘도 하염없이 들려오는 사적 감정으로 시행되는 국정 소식에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결코 죄악이 될 수는 없다. 다만 이성을 잃은 사랑이어서는 안된다. 이성을 잃은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술꾼이 술에 취하면 옳고 그름을 판단 못하는 거와 같다..
이성을 잃은 사람은 당연히 일을 그르치고 남에게 혹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게 된다. 지도자나 권력자의 사랑이 이성적 냉정을 잃게 되면 제 사랑의 감정에 취해 공정한 국정 운영을 할 수 없게 되는 게 사실이다.
권력자도 권력자의 부인도 개인감정에 치우친 행동을 절대로 해선 안 된다. 사랑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꽃으로 여긴다. 인간은 사랑을 할 수 있어 꽃같이 아름다운 존재인 것이다. 다만 개인 감정에 치우친 사랑은 아름다운 사랑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