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정통 맑시스트(Marxist)를 자부해 왔던 나는, 공리주의 철학자 밀(John Stuart Mil)의 엄청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두지 않았다.
물론 그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사람이며, 자유주의 이론에 크게 기여하였고, 벤담(Jeremy Bentham)의 '양적 공리주의'를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질적 공리주의'를 주창한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였다는 평가에 관해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또한 '밀'은 책장에 갇힌 학자이기에 앞서 노동자의 권리와 여성의 참정권 향상을 위해 힘썼던 현실주의 정치인이었다는 점에서 존경의 마음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밀'과 동시대를 살았던 맑스(Karl Heinrich Marx)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밀'에게 마음이 쏠린다. ㅋ
'회칙개정위원장'으로 일했던 지난 시간은 철저한 '배제'와 '오욕'의 시간이었다.
의장단의 방해로 인하여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했고 끊임없는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나는 그 까닭을 알지 못했다. 처음부터 나는 최소한의 역할만 부여받은 '아바타'에 불과했다는 것을 동문회로부터 날아온 공문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나는 그 까닭을 모른 체, 1만 학우들의 미래를 위한 회칙을 만들어 내겠다는 일념으로 잠 못 이루는 불면의 시간을 보냈다. 함께 하는 개정위원 외 많은 학우들의 의견을 경청했고 실재하는 온·오프라인 대학의 회칙을 연구했다.
새벽 5시면 책상에 앉아 밤 2시까지 책상에 매달려 있었다. 생업과 여러 활동으로 인하여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어 결국 내 몸을 갉아먹고 병원 신세를 졌다. 그렇게 완성된 '전부개정안'은 제안설명의 기회마저 빼앗겼다.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제3차 회의에 이르러, 간신히 제안설명의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그들은 '2024년 대의원회 제5회 임시총회'에서 개정위원 10인 중, 8인이 참여하여 의사정족수를 갖춘 '회칙개정위원회 제3회차 회의'를 부결은 물론, 모든 과정을 무효화 했다. 이에 따라 회의비와 필요 경비마저 지급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회의자료와 게시물까지 불법으로 규정하고 회수 및 삭제를 의결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수정동의안)의 부결은 안타깝지만, 더 나은 회칙을 원하는 대의원들의 뜻을 겸허히 수용한다. 다만, 회칙개정위원회의 해산과 회의비 및 경비 지급보류, 회의자료와 게시물의 회수 및 삭제 의결은 동의할 수 없다.
지구상의 어떤 회의도, 하다못해 우리 국회에서 안건이 부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과정이 무시되거나 불법화되는 경우는 없다. 부결되었다면, 혹은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면 오히려 그 부족함을 구성원들에게 알려 반면교사로 삼아야 마땅하다.
한마디로 말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주장에 관해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동문회는 대의원 의장 연임에 관해 문제 제기하였고 그와 관련된 회칙개정을 요구했다. 그것 외에는 회칙개정이 필요치 않다는 의장단 의중을 헤아리지 못하고 변화와 개혁의 기치를 내 걸은 나의 무지 탓일까?
우리 회칙을 보라!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
경희사이버대학 일원임이 부끄럽다.
무엇보다 토론의 자유가 실종된 우리 학교 자치기구의 현실이 부끄럽다.
'밀'은 자신의 저서 <자유론>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상과 토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단 한 사람의 독재자가 99명을 탄압하는 것만큼이나 99명의 다수가 한 사람의 소수 의견을 탄압하는 사회는 똑같이 나쁘다. 사상을 탄압하지 아니하고 사상을 짓밟지 않는 사회가 진정한 자유주의 사회다"라고 말한다.
만약 어느 누군가 "그 사상이 국가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비판받을만한 사상이라면 사회적 질서와 안정을 위해 마땅히 탄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밀'은 이렇게 답하였다.
첫 번째 "이 세상이 거짓이 판을 치는 사회라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진짜로 믿고 있는 것들이 사실 모두 거짓이고 소수가 주장하는 의견이 진리라고 한다면 그 소수의견에 대한 탄압은 진리에 대한 탄압이므로 거짓이 판을 치는 사회를 바꾸지 못할 것이다."
"두 번째 이 세상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순수 거짓도, 진리도 없다. 일부는 진리와 일부는 거짓도 섞여 있다. 과연 어떤 주장이 100% 순수 진리라고 말할 수 있는가? 100%의 진리가 없다면 모든 의견을 경청하고 인류는 토론을 통해 지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세 번째, 만약 이 세상이 진리로 충만한 사회여서 진리가 세상을 다 지배하고 있는 사회라 할지라도 거짓 의견을 탄압하면 안된다. 거짓의 공격을 받은 진실이 그 진실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진리로서 사람들에게 빛나게 하는 데에는 거짓 또한 제 나름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천주교에는 선의의 비판자 역할이지만,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수행해, '악마의 변호인'이라고도 불리는 '데블스 어드버킷(Devil's Advocate)'이라는 제도가 있다. Devil's Advocate은 가톨릭 교회에서 순교자 등을 성인의 반열에 추대할 때 후보자의 시성화를 검증하기 위해 후보자의 결함 또는 잘못된 부분을 밝혀내기 위해 공식적으로 임명된 시성변호사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성 토마스 아퀴나스' 또는 2003년 타계한 '테레사 수녀'에 대한 거침없는 비평을 쏟아낸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Eric Hitchens)'의 시성식 청문회가 대표적이다.
극단적 소송 전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대의원회의 현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나는 '누구도 타인에게 그들의 태도가 법을 어긴 것은 제외하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생활양식을 방해할 수 없다'라고 말한 '밀'의 주장처럼 그들을 막아낼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지극히 역설적인 상황 속에서 희망을 찾는다.
어쩌면 그들이 진정한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데블스 어드버킷'을 자임하고 나섰는지도 모르겠고, 궁극적으로 '진리'는 거짓의 공격을 받고 스스로를 방어해 내고 자기를 대변해 낼 수 있을 때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스스로 옳음을 증명해 보이고 빛날 때 그때 진짜 진리로서의 가치를 재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회의 종료 54일 만에 그동안의 주장을 뒤엎고 학교 홈페이지 대의원회 게시판에 '회칙개정위원회 제3회 차 회의록'을 게시하였다. 늦었지만 전향적 자세를 환영한다. 후속 조치가 이뤄져 하루속히 해소되길 희망한다.
※이 내용은 경희사이버대학교 홈페이지 '경희광장'에 동시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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