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저승골 코스는 등로보다 하산 길이 더 어렵다. 일부 산꾼은 저승골을 등로로 정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폭포를 쉬엄쉬엄 구경하려면 하산 길로 정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한여름 산행지로 저승골을 꼽는데는 이름이 주는 약간의 공포심도 한몫했다. 계곡 입구의 으스스한 기운에 잠시라도 무더위를 잊었으면 좋겠다. 계곡 산행이라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계곡 험해 살아나오기 힘든 곳이라는 뜻
폭포 쉬엄쉬엄 구경하려 하산길로 선택
계곡 입구 으스스한 기운에 무더위 '싹'
비탈 심하고 주변 바위 미끄러워 조심해야
탐방로 정비 안 돼 아직은 산꾼 발길 뜸해코스는 알프스산장∼천질바위∼배내봉∼저승골∼채석장∼간월산자연휴양림 표석∼알프스산장 순의 원점 회귀로 짰다. 총 7㎞에 불과하지만, 하산 길에서 폭포를 구경하느라 시간을 많이 빼앗기면 5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
■등로보다 하산 길 '더 조심해야' 알프스산장 옆 진입로 입구에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이를 확인한 뒤 길을 나서면 굿당 앞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진 산길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폭포 하나를 구경하게 된다. 진입로 입구는 험로와 임도 두 방향으로 갈리는데, 어느 쪽을 선택해도 상관없다. 두 길은 폭포 주변에서 다시 만나고, 험로라고 하더라도 실상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폭포를 지나 50분쯤 땀을 흘려 오르면 천질바위에 이른다. 천질바위는 뒤통수 쪽으로 손을 잡고 오르는 길이 열려 있다. 천질바위에서 5분가량 더 오르면 가지능선에 이르고, 여기서 주능선까지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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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산한 느낌의 붉은 리본이 매달린 저승골. |
주능선에 붙을 때 갈림길이 잘 확인되지 않을 수 있으니 산&길의 GPX트랙(초보자라면 어플용 지도)을 확인하는 게 좋겠다. 주능선에서 북쪽 가지산 방향으로 '하늘억새길' 푯말을 따라가면 1시간 만에 배내봉(966m) 정상에 도착한다.
하산 길은 정상비에서 15m 떨어진 등로로 되돌아오면 동쪽으로 살짝 열렸다. 길은 뚜렷하지만 자칫 지나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하산 루트는 비탈이 매우 심하고, 폭포 주변 바위의 경우 늘 젖어 있어 발이 미끄럽다.
저승골 끝자락에 위치한 일명 '나이아가라 폭포'를 본 뒤 채석장과 배수지, 간월산자연휴양림 돌비를 차례로 지났다면 산행이 끝난다.
■천질바위와 배내봉 정상 '조망권 탁월' 전망은 천질바위와 배내봉 정상이 가장 훌륭하다. 사방에 막힌 데가 없어 안개가 끼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훨씬 더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다. 특히 배내봉 정상에서는 문수산, 고헌산, 가지산, 재약산, 간월산 등 주변 고봉들이 한눈에 조망된다.
배내봉 정상비는 2012년 설치됐다. 뒷면에 배내봉과 저승골에 대한 설명이 있다. 배내봉은 가지산과 신불산, 간월산 등 영남알프스 명산을 연결하는 고리라는 설명이 있는데, 옛 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이곳에 오르는 길을 '하늘길'로 불렀단다. 지금의 '하늘억새길'도 그 이름에서 유래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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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뚫려 조망권이 좋은 배내봉 정상. |
참고로 천질바위의 천질은 '천 길'의 경남 사투리가 아닌가 싶다. 천 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뜻한다. 바위는 주변에서 봐도 크고 높지만 산행 진입로에서 올려다보면 더 위압적이다. 산에 커다란 혹이 하나 붙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승골은 배내봉에서 작천정으로 내려가는 통로다. 계곡이 길고 험해서 '한 번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살아서 나가지 못했다'는 의미로, '저승골'이란 이름이 붙었단다. 저승골은 탐방로가 정비되지 않아 이정표도, 안내판도 찾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산꾼들의 발길이 아직 뜸하다. 산&길은 이를 감안해 하산 길에 산행리본을 달아 두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저승골은 힘들고 어렵지만, 그 대신 청정 계곡의 참맛을 한껏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두르지 않고 발밑을 조심하면서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크고 작은 폭포를 다양하게 구경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폭포가 폭우 뒤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라서 정해진 이름이 딱히 없다. 이를 안타깝게 여겨 계곡 상단의 누워 있는 부처 모양의 폭포를 '와폭', 크고 작은 바위틈으로 세차게 흘러내리는 것을 '층층폭포', 하산 길 끝자락의 폭이 넓은 폭포를 '나이아가라 폭포'라고 이름을 붙였다. 재미 삼아 붙인 것이니 그냥 재미로 받아들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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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지점의 계곡 징검다리. |
■주의점 등·하산 때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정표도 많지 않아 산&길의 GPS 트랙을 자주 확인해야 한다. 특히 하산 때 길을 잘못 들면 크게 고생할 수 있다.
주능선에서 하늘억새길 푯말을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횡으로 묶어 놓은 밧줄이 보인다. 손잡이가 아니라 안개가 낄 때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장치다. 밧줄 건너편이 낭떠러지다.
하산이 거의 다 끝날 무렵 채석장과 배수지를 통과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채석장은 수년간 발파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산행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울산시청 측이 밝혔으나 채석 허가를 받은 사유지라는 사실을 잊으면 곤란하다. 울산시청 측은 "채석장은 광섬유 일종인 미네랄 울을 캐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길 한쪽에 미네랄 울 원료가 산처럼 쌓여 있다.
배수지 입구에는 주민들이 설치한 철사 울타리가 있다. 그러나 늘 잠겨 있어 산꾼들은 낭떠러지 쪽의 좁은 틈을 지나야 한다. 하지만 틈이 너무 좁아 위험하다. 이런 사실을 울주군청에 알렸고, 군청 측은 지난주 현장 조사를 마친 뒤 "적법한 시설물이 아니라서 주민들에게 철거를 요청했다"고 답했다. 안전한 산행로 확보를 위해 현장 조사와 안전 조치를 취해준 울주군청에 감사드린다.
산행을 하다보면 고증되지 않은 이름을 많이 듣는다. 이번 산행에서도 등로를 천상골로 부르는 산꾼이 많았다. 아마 저승골의 대구로 산꾼들이 재미 삼아 지은 것으로 보인다. 문의: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위크앤조이팀 051-461-4095. 글·사진=백현충 선임기자 choong@busan.com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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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울주군 저승골 코스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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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울주군 저승골 코스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산&길] <513> 울산 울주군 저승골 코스 산행 팁 (1/30) [산&길] <513> 울산 울주군 저승골 코스 산행 지도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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