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은 날개쪽.. 창문밖을 보니 날개가 살짝 시야를 가린다.
그래도 좋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자유여행을 이렇게 떠나는구나.
인천공항에서 8월 2일 오후 1시 40분 출발 ,
8월 2일 프라하공항 오후 5시 45분(한국시간 0시 50분) 도착이다.
약 12시간 정도 걸린다. 체코와 한국과의 시차는
3월말~10월말까지는 7시간, 10월말~3월말까지는 8시간 한국이 빠르다.
공항에 도착해 수화물을 찾고 혹시나, 픽업을 안 나오셨으면 어쩌지..
하는 약간은 두려운 맘으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민박집 아줌마를 막연하게 눈으로 찾았다
그런데, 어떤 푸짐하게 생긴 아줌마가
크로바 잎이 들어있는 비닐을 우리 눈앞에 내민다.
와! 민박집 사장님! 재치가 있으시다.
그 당시 사용하던 내 아이디 ‘크로바’로 모든 예약을 했었는데, 거기에 착안을 하셨나보다.
크로바 잎을 미리 준비해서 우리를 환영해 주시는 섬세한 마음에
프라하의 첫 인상은 감동이었다. 근데, 픽업하러 오신 분의 차가 보이지 않는다.
민박집 사장님은 차가 없으셨다. 우리는 사장님과 함께 택시를 타고 민박집으로 이동했다.
택시 앞좌석에 타신 여사장님, 기사분에게 ‘리차노바(RICANOVA)’ 딱 한마디 하셨다.
우리가 5일 동안 묵을 숙소가 있는 동네다.
민박집에 도착하니, 사장님께서 장거리 여행에 기내식만 먹었을텐데,
속을 풀라고 하면서 물국수를 쉬원하게 만들어주셨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친절에,
민박집에서는 고국에서 온 여행객에 대한 배려가 이렇게 남다르구나 생각하며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같은 민족의 끈끈한 정 같은 것을 느꼈는데,
알고보니 민박집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라는 것을 다른 여행객을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가 유난히 운이 좋았던 것이다.
민박집 바로 앞 주택가, 동네의 분위기가 유럽스럽다.
패키지 여행은 몇 번 다녀왔지만, 거의가 호텔에서 묵고,
단체로 이동하기 때문에 한가로이 이런 동네를 둘러볼 기회가 전혀 없다.
역시, 외곽으로 숙소를 정한 것은 잘 한 것 같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비슷하다.
주민들이 함께 쓰는 쓰레기통이 보이고, 공중전화부스가 보인다.
프라하에서는 공중전화부스를 자주 볼 수 있다.
개인 핸드폰 소유가 우리나라처럼 만큼은 아직 아닌가 보다.
여행 마지막날에 민박집에 함께 숙박하셨던 아저씨께서 한턱 쏘신다고 하셔서
민박집 사장님과 함께 이 골목 끄트머리쯤에 있는 작은 카페에 갔었다.
작고, 습진 실내에 젊은이들이 가득하다.
동네가 하도 한적해서 사람 다니는 것을 거의 못 봤는데,
어디에 다 있었는지 딸 애 또래의 젊은이들이 홀 안에 가득 있다.
역시 나는 촌 아줌마, 홀 안을 두리번거리며 분위기를 파악 하고 있는데,
이 곳 친구들 테이블엔 맥주만 있다. 안주는 안 시키나보다.
우리 테이블에만 맥주와 과일을 넣은 야채 사라다가 올라와 있다.
그리고 맥주를 아주 천천히, 한 잔을 앞에 놓고 세월아 가거라이다.
우리나라에는 아무리 소박한 테이블 이라 해도 기본 이라는 게 있는데..
거기다가 털이 북실북실한 사람만한 큰개가 제 집처럼 홀 안을 돌아다니면서
손님 테이블에 코를 갖다 대도 아무도 꺼려하는 사람이 없다.
술값도 싸다. 프라하 시내에서의 삼분의 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요정도의 재미는 느껴봐야 하지 않을까.
동네를 한바퀴 둘러보고 나니 저녁 9시경. 근데 피곤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낯선나라 첫 여행지에 내가 와 있다는 설레임으로 장거리를 비행해 온 몸인데도
지친다는 느낌이 없이 무언가 더 보고 싶다는 욕심에,
사장님의 권유로 프라하시내의 야경을 보고 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