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백두대간을 종주 도전중이라 하니까 주위에선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았다. 상종 못할 사람이라느니, 독한사람이라느니 노비 후손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15시간을 걸을 수 있느냐는 둥.... 하지만 백두대간을 산행한 다음날이면 궁금해서 못견디겠단다. 어디를 다녀왔느냐고, 일출은 보았느냐고... 결국 그들에게 나의 대간 사랑 이야기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하나의 스캔들이 되어버렸다. |
■걸어 온 대간 길<회색빛깔>■ |
■ 배재
| ■ 싸리재 |
07:37 싸리재를 지나 1시간 정도 편안한 능선 길을 지나니
작은 암릉 구간이 나온다.
지도엔 돌탑이 표기 되어 있는데 찿을 길이없다.
대간 길은 돌탑이 있는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것 같다.
흑목 정상으로 가늘길에 커다란 개미집을 만났다.
사방으로 이미터 정도의 흙무덤을 만들어 놓은 것이 신기해
잠시 멈춰서서 구경을 했다.
08:24 지도상에 표기되어있는 대로 전망대인줄 알고 올랐더니
특이하게도 "흑목 정상"이란 표지판이 서있다
이번 산행은 호기심 천국이다.
만나는 안내판(표지)마다 이름들이 궁금하기만 하다.
흑목 정상에서 솔봉으로 가는 길은 편안한 길이었다.
마치 양탄자 위를 걷는 듯하다. 아니 길이 곱다는 표현이 어울리겠다.
넓은 공터를 지나 헬기장(08:45)을 가기전 투구바위를 오르지 못했다.
우회하는 길로 들어서서 그냥 지나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헬기장에서 우린 산중인 한 사람을 만났다.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혼자만의 자유를 누리는 그 사람이 부럽기만하다.
09:15우리는 솔봉에 올랐다.
■ 솔봉으로 가는 도중에■ 흑목정상에서
솔봉에서 도솔봉까지(솔봉-모시골-전망바위-묘적봉-도솔봉)
솔봉에서 시작된 긴 내리막 후에 오르막이 시작될 즈음
큰형님의 휴식 명령이 떨어졌다.
회장님은 아예 추월을 금지한다고 길 한복판에 스틱을 꾹 박아 놓는다.
오늘 산행은 땀을 주체할 길 없다.
대원들끼리 간식이 오가고 격려와 덕담까지.. ......
참! 잊고 있었구나. 오늘 예쁜 ilsk87님이 동행하지 않은 것을.....
잘 나올지 모르지만 일단 사진부터..........
■ 모시골 정상으로 가는 도중 잠시 휴식
09:30 우리는 모시골 정상에 올랐다.
모시골 정상 표지판은 정상에 있지않고 정상에서 몇미터 밑에 있었다.
궁금하다. 그러면 지도에 표기되어 있는 대로 이름없는 1011봉우리란 말인가?
어쨌든 나는 이 봉우리를 모시골 정상으로 이해하기로 하였다.
09:45 모시골에서 짧게 시작된 가파른 내리막과 된 오르막이 끝나면 1027봉이다.
두어 사람 서면 비좁을 것 같은 작은 정상이고 지나치면 기억도 없을
그저 그런 봉우리다.
여기서부터는 고된 산행을 예고한다.
가파른 내리막과 된 오르막이 이전 산행 구간과 다른 상황이다.
편안한 육산과 달리 작지않은 돌무덤이 섞여 있는 것이 산행을 힘들게 한다.
10:07 가파른 구간에서 만난 안부가 나오는데 그 곳이 묘적령이다.
■ 모시골
■ 묘적령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듯 가파른 오르막이 몇분동안을 인내하도록 강요했다.
10:20 대간 길에서 약간 비켜선 전망바위를 만났다.
이미 먼저 온 회장님과 큰형님, 모든 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몇미터만 오르면 되는 것을 난 포기하기로 하고 잠시 잠을 청하기로했다.
공부시간에 억지로 졸음을 참을때 느끼던 그 머리 무게하고 비슷한 것 같다.
반복되는 오르내리막을 지루하다는 표현은 고사하고
바람없는 날 산행 중에 덥다는 건 사치로 들리려나?
10:47 아무튼 바람이 없는 흐린 날 햇빛이 쨍쨍한 묘적봉에 올랐다.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았지만 사진은 찍고 가잔다.
아이구! 이 웬수들............... ■묘적봉의 대간 표지판■
환상의 섬(도솔봉-삼형제봉)
묘적봉에서 내려서면 급경사 구간이 시작된다.
죄없는 왕발가락만 통증과 씨름하는 구간인듯 싶다.
신발 속에서 고통 받는 우리 발가락님을 위해 몇번을 서서 휴식을 취한 뒤
이번엔 내리막 만큼 드센 오르막에서 무릎과 허벅지가 괜한 고생을 한다.
11:20 1185봉을 올랐다. 휴식없이 도솔봉으로 향했다.
앞에 바라다 보이는 도솔봉은 경치가 그만이었다.
바위 절벽과 나무들의 적절한 조화가 오르면 힘들 것이란 걱정보다
빨리 오르고 싶다는 충동이 먼저 들게 했다.
깔끔하게 만들어 놓은 계단을 바라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계단이야 오르면 힘들지만 네발로 기어오르면 이것 또한 힘들지 않은 것을....
엉금 엉금 기고 줄을 붇들고 다리 힘을 최대한 줄여가며 오르기로 했다.
도솔봉에 오르기 전 작은 숲에 들어서면 대간 길의 진행 방향이 확실하지 않다.
거두절미하고 암벽으로 된 직벽을 타고 오르는 게 상책이다.
꼬리표나 잘 닦인 길로 들러서면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지기 쉽게 되어있다.
12:05 드디어 오늘의 최고봉 도솔봉에 올랐다.
전면에 바라다 보이는 삼형제봉의 능선과 안개 그리고 파란 하늘
뒤로는 걸어 온 대간 길이 선명하게 내려다 보인다.
한마디로 산 바다에 떠있는 환상의 섬이다.
이 곳에서 하늘을 이불삼아 하룻밤을 보내고 싶은 맘이 굴뚝같다.■도솔봉 백두대간 표지판■
■도솔봉에서 바라 본 삼형제봉 능선■
헌데 내 보디가드(대간에 취해)는 어디 갔다냐?
틀림없이 이곳에선 기다려 줘야 하는데
같이 기념 사진을 찍지 못한 걸 아쉬워하며 삼형제봉을 향해 출발했다.
대간 길은 우측으로 꺽어 암벽으로 된 가파른 내리막으로 들어서야 한다.
바위 절벽을 끼고 돌면 다시 높은 암벽(실제로는 그리높지 않음)이 나타난다.
12:28 암벽을 지나니 대간의 취해님이 점심을 먹고 가자며
바위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느린흐름님, 캔디님, 호준님, 나의 후미그룹 동반자와 함께 점심을 즐겼다.
점심을 먹고는 있지만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았다.
큰형님과 회장님 일행 대원들은 이미 앞서 갔고 대장님도 앞서갔는데
오래 머무르면 안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큰형님, 회장님, 산토끼님, 푸른산님, 하늘땅바다님..........................
알바를 했다는 걸 믿어도 되야하나?
아무튼 오늘은 선두 그룹의 수난시대인가보다.
경험을 쌓는 의미에서 잠시 내려갔다 왔다는 푸른산님의 변명이 아니더라도
시간반을 허비 하고서도 흐트러짐 없는 산행 실력을
난 경이롭게 쳐다볼수밖에 없었다.
두어개 봉우리를 넘어서니 하늘로 시원하게 솟아오른 봉우리가 나타난다.
13:20 이미 익숙해진 계단을 네발로 기어서 오르니 삼형제봉이다.
멀리 높게 솟은 도솔봉이 잘가란 인사를 하고있다.
도솔봉에서 삼형제봉으로 이어진 능선에선 안개와 바람이 한창 전쟁 중이었다.
왼쪽 계곡에서 올라오는 안개가 오른쪽에서 방어막을 친 바람에 의해
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그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이 맛에 취하려고 산을 오르나 보다.
바라다 볼 수 있다는 그 하나만으로 난 이미 행복한 사람인 것이다.
큰형님과 회장님 그리고 친구와 대원님들이 모두 떠났지만
느린흐름님과 우리 영원한 후미그룹 낭만파는
이 아름다움을 더 감상하고 일어섰다.
■삼형제봉에서 바라 본 도솔봉
마지막 도착지 죽령을 향하여
삼형제봉을 떠나기 전 지도를 보니 특별히 어려운 구간은 없어보였다.
한 봉우리만 넘으면 편안한 하산 길일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출발하였다.
바위 길이며 오르막이다.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마지막 지점에서의 오르막은 차라리 고통이었다.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하산길이려니 했던 기대와 달리
앞을 가로막은 산을 바라보니 숨이 막힌다.
지도를 자세히 보니
아차차.... 나누어준 지도가 겹쳐 복사된 부분에 1286봉있음을..........
다시 처음 산행하는 마음으로 돌아와 무작정 오르기로했다.
"산은 자만하는 자에게 벌을 내리고 겸손해 하는 자에게 복을 내리나니"
오르다보니 대간 길은 1286봉 정상으로 오르지 않고
중간 능선에서 하산 하도록 되어있다.
거저 받은 것 같은 이 기분을 나만 느끼는 것일까?
안내판을 보니 죽령까지 3.6Km이다.
내리막을 감안하면 한시간 정도면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만이었다. 내리막이지만 가파른 바위 길이었다.
무릎은 괜찮으니 뛰다가 걷다가 속도를 내보지만 마음만 앞서가는 듯 하다.
얼마를 내려갔을까?
큰형님, 회장님, 캔디, 푸른산, 하늘땅바다님을 만났다.
14:45 죽령을 1.3Km 남긴 지점에 석간물(바위사이를 흐르는 물)이 있었다.
한 모금 마셔보니 시원하다. 아니 냉장고에서 꺼낸 물보다 차갑다.
물에 손을 넣으니 손이 시리다.
여름에 손이 시려 호호 불었다면 이해할까?
아무튼 여름에 세수를 하다 손이 시려 호호 불어본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몸을 씻고 난 후 하산길은 몸이 가벼웠다.
말 그대로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는 하산 길이다.
잔 돌멩이 하나 없는 고운 흙길이다.
드디어 죽령이 보이기 시작했다.
죽령 안내판이 보이고 멀리 나의 사랑스런 애마 옆에 막걸리 파티장이 보였다.
먼저오신 대원님들이 빨리와 한잔 하잔다.
오늘도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함께해 준 동료 대원들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오늘 함께하지 못한 대원님들이 다음 산행땐 꼭 함께하길 바라며
또한 아직 닉네임이나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해 기록중 빠진 대원님들께
용서를 구하며 이 기록을 마칩니다.
■죽령 휴게소 전경
산행기록
산행일자 : 2004년 7월 10일(토) - 2004년 7월 11일(일), 비박2일
산행날씨 : 흐림(잠깐 시원한 바람 뒤 후덥지근한 날씨)
산행대원 : 25명(대장님포함)
산행거리 : 26Km
산행시간 : 13시간 05분
구간별 산행기록
2004년 7월10일, 11시55분 : 대전IC
2004년 7월11일, 00시27분 : 증평 IC
2004년 7월11일, 01시24분 : 청수휴게소
2004년 7월11일, 01시34분 : 이화령 요금소
2004년 7월11일, 02시18분 : 벌재 도착
2004년 7월11일, 02시25분 : 벌재 출발
2004년 7월11일, 03시55분 : 문복대
2004년 7월11일, 04시15분 : 옥녀봉
2004년 7월11일, 04시50분 : 저수재
2004년 7월11일, 05시35분 : 촛대봉
2004년 7월11일, 06시05분 : 시루봉
2004년 7월11일, 06시30분 : 잣나무 숲(아침 07:05까지)
2004년 7월11일, 07시15분 : 배재
2004년 7월11일, 07시37분 : 싸리재
2004년 7월11일, 08시24분 : 흑목정상
2004년 7월11일, 09시30분 : 모시골 정상
2004년 7월11일, 10시47분 : 묘적봉
2004년 7월11일, 12시05분 : 도솔봉
2004년 7월11일, 12시28분 : 점심(12:50까지)
2004년 7월11일, 13시20분 : 삼형제봉
2004년 7월11일, 14시45분 : 석간물샘터
2004년 7월11일, 15시30분 : 죽령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