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글래디에이터 2>
1. 24년 전 <글래디에이터>를 보았을 때의 강렬한 인상을 잊을 수 없다. 영화 시작부터 로마군과 게르만족 사이의 전투 장면은 실제 전투 이상의 생생한 모습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격렬함을 보여주었다. 로마의 위대한 영웅 막시무스가 음모에 의해 가족이 몰살당하고 노예로 팔린 뒤, 검투사(글래디에이터)로 복귀하여 복수하는 장면은 촘촘한 이야기와 함께 비극적인 운명 속에서 살아야했던 한 인물의 쓸쓸하면서도 장엄한 행위가 잘 표현되었었다. 2024년 후속편이 다시 개봉했다. 영화는 막시무스와 황제의 딸 사이에서 태어났던 루시우스가 로마를 탈출한 이후 로마와 인연을 끊고 살았지만, 전쟁 포로로 다시 로마의 검투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카리쿨라와 ** 라는 쌍둥이 황제 시대를 배경으로 쇠퇴해가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로마의 상황을 보여주고, 새로운 로마의 희망을 제시하기 위한 혁명의 과정이 스펙터클한 전쟁 장면과 콜로세움의 전투 장면을 통해 재현되고 있다. 영화적으로 엄청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2. 엄청난 볼거리의 재현 속에서도 조금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영화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비극적 인물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영화의 매력에 빠지는 것은, 대부분 등장인물의 매력에 빠지는 경우이다. 영화 속 배경과 상황에 대한 개연성과 그것에서 파생되는 필연성 속에서 주인공에 공감하며 영화에 빠져드는 것이다. 하지만 <글래디에이터 2>의 주인공에게는 그러한 몰입이 쉽지 않았다. 특별한 개성도 나타나지 않았고, 강렬한 카리스마도 보여주지 못했다. 카리스마적 행위의 부족은 영화 끝 부분 로마병사들에게 하는 연설의 설득력을 감소시켰다. 내내 불안한 마음으로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가야 했다. 뭔가 아쉬운 존재의 억지스러운 성취로 다가온 것이다.
3. 이야기의 흐름도 특별한 복선과 갈등의 성격을 부각시키지 못했다. 주인공 이외의 인물들의 이미지나 성격 구축에도 아쉬움이 느껴졌다. 이야기의 설득력을 만들어줄 수 있는 요소들이 서로 어긋나며 미끌어지는 듯했다. 검투사가 반드시 체격이 커야할 이유는 적지만, 주요 인물들의 왜소함은 같이 등장하는 무언의 건장한 검투사와 비교하여 힘과 에너지를 느끼지 어려웠다. 고대의 전투는 철저하게 힘의 충돌인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영화를 관통하는 ‘힘’은 1편에 비하면 철저하게 축소되었고 파편화되었다. 주인공에 대한 몰입의 실패는 영화에 대한 매력을 감소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4. 영화는 화려하고 거대한 장면으로 넘쳐나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조금은 엉성하고 이야기를 완성하는 인물들은 사건과 일치되지 않는다. 언제나 영화적으로 실망감을 주지 않았던 리들리 스콧 감독이지만, 그도 나이가 먹은 것일까?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힘과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1편의 강렬했던 인상이 영향을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첫댓글 ^^^ 1편을 넘어서는 2편은 힘들다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