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16일 오전 충북 단양군 영춘면 하리 남한강변 온달관광지. 고구려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에 얽힌 전설·설화를 바탕으로 조성된 고구려 테마형 관광지(9만7000㎡)다. 이곳에서는 온달관광지를 에워싸는 물막이벽 설치를 위한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수해 예방을 위해 설치되는 물막이 벽(길이 402m, 높이 1.5m)은 18억원을 들여 7월까지 세운다. 온달관광지를 비롯한 영춘면 일대는 상습 수해지역이다. 2006년 여름에도 온달관광지 내 온달동굴(천연기념물 261호)과 음식점 등 10여 개 점포가 물에 잠겼다. 온달동굴은 물에 잠기면 청소비만 1억여원이 넘게 든다.
남한강 하류인 경기도 여주에 있는 천년 고찰 신륵사의 전경. 오른쪽에 보이는 누각이 강월헌(江月軒)이다. 신륵사 주지 세영 스님은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면 사찰 마당까지 토사가 밀려온다”며 “하천을 정비해 강폭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온달관광지는 남한강 하류 쪽으로 70㎞ 떨어진 충주댐의 직접 영향권에 있다. 충주댐이 수도권 지역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수문을 적게 열 경우 영춘면 등 상류지역은 물에 잠기는 곳이 많다. 이곳에서 문화해설사로 일하는 오향남(54·여)씨는 “남한강 물이 범람하면 온달관광지는 쑥대밭이 된다”고 말했다. 단양군 건설과 문상오 관리계장은 “남한강에 물을 담아둘 수 있는 수중 보(洑) 설치 등 치수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한강 하류인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주민들도 집중호우만 내리면 가슴을 졸인다. 여주읍 연양리 유원지 주변은 하천 제방이 9m로 다른 곳에 비해 2m 이상 낮다. 이 때문에 집중호우만 내리면 유원지는 침수되기 일쑤다. 주민 이성우(46)씨는 “남한강에 홍수주의보만 내리면 주민들은 대피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여주대교에서 하류 쪽 남쪽 하천에는 시가지 범람에 대비해 2.6㎞ 구간에 1m 높이의 옹벽을 쌓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여주군청 한기조 하천담당은 “여주군은 대부분 저지대여서 홍수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연양유원지 맞은편의 천년 고찰 신륵사 주지 세영 스님은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면 사찰 마당까지 토사가 밀려온다”며 “하천을 정비해 강폭을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 없는 강 주변 마을=충북 충주시 이류면 문주리 수주마을은 남한강에서 15㎞쯤 떨어져 있다. 그런데 주민들은 요즘 마을 한복판에 관정을 파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극심한 가뭄으로 상수원인 마을 야산의 계곡물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이류면사무소에서는 이곳에 일주일에 두세 차례씩 식수를 날라온다. 어주용(59) 이장은 “강을 끼고 있는데 물이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류면 오위탁 부면장은 “수주마을에 상수도를 설치하려면 1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양군 대강면 용부원2리 마을도 남한강과 불과 10여㎞ 떨어져 있지만 요즘 식수도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가뭄 때문이다. 마을에 상수도 시설을 설치하려면 적어도 9억원은 필요하다고 한다.
충주대 김지학(토목공학과)교수는 “남한강에 충주댐 외에 추가로 댐을 신설해 수자원을 확보하고, 강바닥 정비와 제방 축조 등의 종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탄금대 주변부터 개발=남한강을 포함한 한강 정비에는 모두 2조3000억원이 투입되며 마스터플랜은 5월께 완성된다. 선도사업지역은 충북 충주시 목행동∼동량면 용교리 사이 7.19㎞구간이다. 2월부터 2012년까지 227억6000여만원을 들여 ▶생태습지 ▶산책로 ▶물놀이장▶자전거길 등을 만든다. 임진왜란 때 전적지인 칠금동 탄금대(명승지) 주변도 말끔히 정비된다. 탄금대는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이 최후를 마친 곳이다.
이와 별도로 충북도는 남한강 수계사업에 총 1조7259억원(53개 사업)을 투자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하천정비사업 36건(1조674억원), 주변개발사업 17건(6585억원)이다. 충주시청 안정환 하천담당은 “하천정비사업이 추진되면 도시개발을 앞당기고 일자리가 생겨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