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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열린 100만 공무원·교원 총궐기대회에 12만여명(경찰추산 10만명)이 참석해 여의도 문화마당을 가득 채웠다. 정기훈 기자 |
"우리 가족의 노후를 망가뜨리겠다고요? 절대 안 됩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이 포위됐다. 이날 여의도공원에서 공적연금 개악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주최한 '100만 공무원·교원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5호선 여의도역에서 여의도공원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사람들이 넘쳐났다. 갓난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어린아이의 손을 잡은 무리 곳곳에서 울분 섞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예상 뛰어넘은 반격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 개편안에 대한 공무원·교원들의 분노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날 총궐기대회에 12만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했다.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은 물론 공원을 둘러싼 인근도로까지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투쟁본부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서 상경한 공무원·교원들이 이용한 버스 차량만 1천800여대에 달했다. 애초 공투본이 예상했던 대회 참가인원은 10만명이었다. 노동자들의 반발이 상상 이상이라는 얘기다.
궐기대회에 참석한 우체국 노동자 박아무개(28)씨는 "공무원은 고용안정과 안정적 노후가 가능하기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직업"이라며 "어렵게 시험준비를 하다 지난해 합격했는데, 공무원이 되자마자 공무원연금이 개악된다고 하니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박씨가 집회에 참석한 것은 난생처음이다.
"총선·대선에서 심판하겠다"
공투본에는 전교조·공노총·공무원노조·한국노총공무원연금특별위원회·사학연금공동대책위원회·한국교총 등 5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념·성향과 무관한 이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여당을 심판하자"고 부르짖었다. 앞으로 진행될 총선과 대선에서 낙선운동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조진호 공노총 위원장은 "정부 정책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국민에게 알려 정부를 판단하고 심판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자"며 "공적연금을 복원시키기 위해 100만 공무원이 단결해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이충재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공무원연금을 죽이고 사적연금을 활성화해 우리의 노후를 재벌들에게 넘기려 한다"며 "연금 민영화 정책을 반드시 저지하고 가족들과 함께 새누리당 정권을 반드시 심판하자"고 강조했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역시 "새누리당이 연금개악을 고집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면 100만 공무원과 교원이 거리로 몰려나와 심판하자"며 "국민의 노후 생존권을 지킨다는 각오로 싸워 나가자"고 말했다.
공무원·교원 "정부·여당 공무원연금 개편안은 개악안"
국민 노후 보장투쟁으로 확대
이날 총궐기대회에서는 정부·여당을 향한 공무원·교사·퇴직공무원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전교조 조합원인 조원식 교사는 자유발언에서 "새누리당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얘기하면서 공무원연금을 하향평준화하려고 한다"며 "마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형평성을 맞춘다면서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려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공적연금 강화에 집중 "대안 내겠다"
이주완 한국노총 공무원연금 개악저지를 위한 전국퇴직공무원협의회 대표(전 한국노총 사무총장)는 "공무원연금은 후불임금·퇴직금 성격을 갖는 데다 공무원 신분으로 인해 불리하게 살아온 삶을 보상하는 보상금 성격이 포함돼 있는데 정부는 우리와 대화도 없이 삭감시키려는 행동을 개시했다"고 비난했다. 이주완 대표는 "공무원연금 삭감 시도를 막지 못하고 앞으로 국민연금 축소로까지 나아갈 경우 국민은 불안정한 노후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투쟁본부는 이날 총궐기대회를 기점으로 정부·여당의 공무원연금 개편에 방어적으로 대응해 왔던 그동안의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을 노후보장이 가능한 수준으로 강화해 가는 범국민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칭)선순환 복지국가를 위한 범국민대책기구를 구성해 1년 정도 사회적 대화를 진행한 뒤 우리나라에 맞는 복지국가 기본틀을 발표한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공투본의 명칭도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통투쟁본부로 바꿨다. 대안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싸움을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정부 재정을 비롯한 공무원사회 감시운동도 펼친다. 예산절감·탈세예방·예산낭비 감시를 통해 공적연금에 투입될 복지재원을 확충하는 운동을 전개한다. 공투본은 결의문을 통해 "공적연금을 강화해야 할 정부가 국민의 노후를 내팽개친다면 800만 공무원·교직원 가족들은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며 "정부가 공공 분야를 민영화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경우 정부 불신임 선언과 함께 거리로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는 주문도 뒤따랐다.
야당, "개정안 반대" 국회 격돌 예고
총궐기대회에는 야당 정치인들만 얼굴을 비쳤다. 공무원연금 개편을 주도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장인 진영 새누리당 의원과 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참석의사를 밝혔다가 이날 오전 갑자기 불참을 알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안행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새누리당은 사회적 대타협을 하자면서도 공무원들을 자기 밥그릇이나 지키려고 하는 욕심 많은 집단으로 매도하며 싸움을 먼저 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려면 여야 정치권과 노조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위원회를 구성해 토론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무원연금을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수준으로 바꾸는 내용의 새누리당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김무성 의원 대표발의) 처리에 반대의사를 밝힌 것이다.
한편 이날 총궐기대회에는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이용득 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로사 파바넬리 국제공공노련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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