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이볼그 님의 백년전쟁사를 보다 보니 기사들이 어떻게 살았을까에 대해서 코멘트하고 싶어서, 짧은 글 하나 올립니다.
* 새로운 짤방의 도를 양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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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세라고 생각하면 반짝이는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전사들을 떠올립니다만 이런 멋진 모습을 위해서는 갑옷 손질이라는, 지저분하고 힘든 "삽질" 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개삽질이 고귀한 기사가 할 일은 아니니 당연히 누군가에게 떠맡겨졌는데, 역사는 이들을 "갑옷담당종자(Arming Squire)"라 부릅니다. 요즘 F1 레이싱을 보면 한 명의 레이서가 탄 차에 열 명이 넘는 정비원들이 달려들어 자동차를 정비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당시 기사들도 이 점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중세 기사의 정비원" 중 가장 중요한 사람이 바로 이 갑옷담당종자였습니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중세의 전쟁은 몇 분 정도만에 끝나는 간단한 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시 전쟁은 요즘처럼 며칠에 걸쳐 작전을 전개하거나, 대포와 같은 대량 살상 병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수천 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전투라도 한 번 벌어지면 새벽부터 저녁까지 열 시간도 넘게 싸우는 것은 예사였습니다.
그 긴 시간동안 격전 한 판 벌이고, 잠깐 돌아와서 물 좀 마시고, 또 싸우고... 만 반복하는 겁니다. 문제는, 중세 기사의 갑옷이란 안전한 대신 무지 벗기가 힘든 물건이라는 거죠. 볼일 좀 보려고 이것 벗었다 입었다 할 시간은 없으니까, 당연히 싸우면서 그 자리에 싸는 겁니다. 기사가 겁에 질리면(?) 더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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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배고파.>
전투 환경도 하등 나을 바가 없어서, 진흙탕에서 말과 사람이 뒤엉켜서 싸우니 엉망인 것은 당연했고, 전투가 여름에 벌어지던 시대였기 때문에 그 오랜 시간 뛰어다니면 흘린 땀도 미칠 지경이었습니다.(가만히 서 있어도 흐르는 땀에 죽을 판인데 -_-..)
결국 기사의 갑옷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반짝반짝한 물건이 아니라, 전투 한 판 치르면서 제구실을 하고 나면 땀, 진흙, 오물이 뒤범벅이 된 무지막지한 물건이었던 것입니다.
갑옷담당 종자는 이 엉망진창인 갑옷을 깨끗하게 닦아 정비하고, 관리하고 전투 직전에는 주인에게 입히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갑옷 닦는 일이 뭐가 힘드냐구요? 마실 물도 귀한 전쟁터이다보니 물로 못 닦고 모래, 식초 그리고 약간의 오줌을 섞어서 만든 연마제로 갑옷을 닦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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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냄새...>
* 갑옷에 묻은 오물은 마음이 깨끗한 사람만 보입니다.
여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니, 종자는 주인의 말도 관리해야 했고 식사 시중도 들어야 했습니다.(이 과정에서 귀족들의 에티켓을 배우는 것이겠죠?) 기사가 끌고 온 하인들과 몇몇 병정들을 감독해서 천막을 치고, 기사가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무보수 매니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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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 공 윌리엄의 잉글랜드 정복을 다룬 바이외 태피스트리(Bayeux tapestry)에 묘사된 장면들 중 하나. 잉글랜드 침공을 준비중인 윌리엄의 군대가 물자를 배에 싣고 있다. 사진의 한가운데 포도주통을 들고 가는 병정이 보인다. 이런 물자들은 전쟁터에서 기사들의 만찬에 쓰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혐오스럽고 힘든 직업을 평생 할 필요는 없었다는 겁니다. 이 일은 기사 계급에서 가장 신분이 낮은 견습인 어린 소년들에게 맡겨진 일이었거든요.
첫댓글 모래 식초 오줌의 압박;
켈트의 대청페인팅보다는 그래도 포스가 아래군. ㅎㅎ
그럼 전투중에 기사들 작전회의 하는곳에 들어가면...온통 시큼한 땀내에 찌른내, 걔중에는 x가 냄새도 풀풀 풍겼겠군요.;
웃기는 기사들... 소변구 정도는 만들어 달란 말이다!!.. 훗 .. 그러고 보니 이 생각이 나네요... 롯데월드에 갔더니 헨리 3세였던가?? 영국의 왕이 갑옷을 입은 모양의 동상이 있던데 남성의 중요한 부분이 툭~~ 튀어나와있더군요?? 이건 소변구??
그냥 보호대..
Mesura // 사실상 작전회의고 뭐고 없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뭐 작전회의에 참석한 기사들은 고위직이니 직접 그렇게 싸울 일은 적었겠죠.
짤방들이... 귀엽네요 ㅇㅅㅇ)
더구나 중세 시대에는 왕족이나 귀족, 평민들을 포함해서 목욕을 가끔씩만 했습니다. 중세 영국에는 이런 말도 있었죠. 목욕은 평생 세 번만 한다. 태어날 때 한 번, 결혼할 때 한 번, 죽을 때 한 번... 한 예로 목욕을 무려 18년 동안이나 하지 않은 처녀가 교황청의 칭송을 받았다고 합니다.
......
이러니 기사들의 몸에서 나는 악취가 참으로 끔찍했다죠. 프랑스의 명품 향수들은 그런 냄새를 숨기기 위해서 발명된 것입니다.
스페인의 어느 수녀가 평생 동안 목욕하지 않은 것을... 손가락에 물 한 방울도 대지 않았다는 걸 자랑해놓은 기록도 있죠... 인상적인 사례가 또 하나 기억 납니다. 무려 한 달에 한 번씩이나 목욕하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당시 영국 사람들의 얘기거리랬지요. -ㅁ-;
아아아악! 안들려! <( ㅇㅁㅇ)> 안보여! 아아아악! (신지식 유입의 충격이 너무 큽니다)
상상하려 하시지 말고... 냄새를 떠올려 보세요. ㅎㅎ
그나저나 전투중에 그냥 싸버린다는건 좀...충격이...내가 말이었으면 참 기분 드러웠겠다는 생각이 드네요...등짝 위에 뭔가 뜻뜨 미지근한것이 주룩 흐른다면...개중에 건데기도 가끔씩....-_-; 설마 응가야 따로 햇을거 같지만...-_ㅡ;
건데기가 있다면 말은 고마워 해야겠죠. 설X면 ㅡ,.ㅡ..... ㅎㅎㅎ;;;
으윽....기사에 대한 환상이..!!! 백마탄 기사님은 냄새가 났었더라는...!!!
전투 중에 화장실 문제를 생각하는 기사는 무척이나 여유로운 기사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