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력·배경지식, 전 과목 학업 역량에 도움
비문학 독서를 통해 얻은 배경지식과 독해력은 다른 과목의 학습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보탬이 된다. 뿐만 아니라 타 교과의 개념이 지문으로 등장하는 수능 국어 독서 영역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독서 영역뿐 아니라 화법·작문에서도 길이가 긴 고난도 지문이 나오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늦어도 중학교 시기부터 인문·사회·예술·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비문학 책들을 꾸준히 읽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인천 포스코고 장동준 교사는 “수능의 문제 풀이 단계에서는 실제 지문에 나온 내용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이미 알고 있는 화제가 지문에 나온다면 처음 보는 낯선 내용보다는 한결 편하게 읽을 수 있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긴 글을 빠르고 읽고, 그 안에 담긴 정보들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연습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어휘력·독해력·추론 능력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수능 지문을 예로 비문학 독서를 통해 얻은 배경지식이 글을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봤다. 사진 1의 지문은 ‘서양과 중국의 우주론 변천사’ 를 주제로 한 글로 한 페이지를 꽉 채울 정도로 길었다. 서양에서 우주에 관한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돼왔는지 기본 지식만 알고 있어도 지문의 절반 정도를 편하게 읽을 수 있다.
▲ 2019학년 수능 국어 27~32번 문제. 출제 오류 논란을 일으킨, 만유인력에 관한 31번 문제가 포함된 지문이다. 프톨레마이오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등 인류사에 이름을 남긴 과학자들에 대한 기본 지식 정도는 독서를 통해 알아두는 게 좋다. 또 ‘제고되다’ ‘상충’ ‘온존’ ‘역학적’ 등 지문에 나온 어려운 어휘의 뜻과 쓰임을 노트에 기록해두면 도움이 된다.
이러한 내용은 중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쉬운 책(사진 2)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지만, 지식을 넘어 수능에 나오는 수준의 어휘와 문장을 익혀야 하므로 차차 원전에 해당하는 책(사진 3)으로 단계를 높여서 읽는 게 좋다.
▲ 중학생 눈높이에 맞춰 재 구성한 <쿤이 들려주는 과학혁명의 구조 이야기>. 지동설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는 과정을 쉬운 글과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 문·이과 공통 필독서로 꼽히는 과학사학자 토마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 수능 지문 출제 수준의 어휘와 문장을 접할 수 있다.
장 교사는 “쉬운 책만 보지 말고, 어려운 책에 도전했으면 한다. 비문학 책 중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설명문을 중심으로 찾아 읽으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배경지식을 뽑아 자기 나름대로 정리해두면 도움이 될 것 ”이라고 권했다.
HOW 비문학 책, 어떻게 읽을까?
발췌독보다 완독, 어휘부터 꼼꼼히 챙겨야
비문학 책을 읽을 때는 지식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동시에 글의 구조·어휘·문장에 집중하면서 독해력을 기를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장 교사는 “수능 국어 지문을 기준으로 얘기하면, 글의 화제를 먼저 찾고 각 문단이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는지, 정보들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비교 혹은 대조의 방식이나 인과관계로 진술된 문장 등 선택지 구성에 활용되는 문장 구조에 주목하며 전략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시기에는 시간 여유가 많은 만큼 책의 일부만 읽는 발췌독보다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읽는 완독을 권한다. 다만, 꾸준한 독서와 함께 발췌 지문으로 독해력을 연습 할 수 있도록 구성된 교재 혹은 강의를 병행하면 좀 더 빠르게 실력을 쌓을 수 있다.
장 교사는 “어휘에 신경을 썼으면 한다. 어휘의 뜻을 몰라 지문의 내용을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독서 과정에서 접하는 어려운 어휘들을 자신만의 노트에 따로 기록하고 익혀라”라고 강조했다.
비문학 실력 기르는 추천 인강
독해왕! 중학 필수 비문학 EBS 중학 프리미엄 강좌. 글을 열심히 읽어도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학생, 비문학 학습을 통해 추론 능력·독해력·이해력을 향상시키고 싶은 학생, 스킬이 아닌 제대로 된 방법으로 독해력을 기르고자 하는 학생에게 추천한다. 전체 15강으로 80일 동안 글의 설명 방법, 표현 방식, 독해 전략 등 비문학 학습에 꼭 필요한 핵심 이론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WHAT 어떤 책을 읽을까?
교과 주제 연계 독서로 학업 역량·배경지식 UP!
독서를 결심했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책을 선택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의 목소리가 높다. 장 교사는 “수능 출제 지문은 대부분 교육과정 내에서 가져오므로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심화·확장해서 접할 수 있는 책들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과학 지문은 고등학교 과학Ⅱ과목에서 배우는 지식에서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고. 독서력이 높고 과학에 흥미가 많은 중학생이라면 과학Ⅱ과목을 참고해 관련 분야 책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경기 신곡중 진연자 교사는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심화·확장해 책을 읽는 학생들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 수행평가로 교과 연계 독서를 많이 하므로 따로 책을 골라 읽는 것이 어렵다면 우선 수행 과제로 주어진 책부터 성실하게 읽어보라”라고 조언했다.
진 교사는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 연계해 독서를 하면 학습적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다 깊은 내용까지 탐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루 접하는 과정에서 융합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고,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설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과학 선생님 추천 도서
▲ 과학 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과학 질문 사전
실제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질문한 내용을 뽑아서 만들었다. ‘심장은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보나요?’ ‘자외선 차단제는 왜 바르나요?’ ‘우리 눈은 어떻게 색을 구별할까요 ?’ 등 교과서나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과학에 대한 흥미를 기르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 산소(세상을 만든 분자)
산소가 지구상 생명체의 탄생과 진화, 노화와 죽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과정과 함께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뿌리와이파리 출판사의 오파비니아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진화의 산 증인, 화석> <미토콘드리아> 등도 읽어볼 만하다. 과학의 여러 분야를 깊고 넓게 접하고 싶은 중학생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