薄遊(박유) - 두보(杜甫)
淅淅風生砌(석석풍생체) : 서걱이는 바람이 섬돌에서 일고
團團月隱墻(단단월은장) : 둥글고 둥근 달은 담에 그윽하여라.
遙空秋鴈滅(요공추안멸) : 아득한 공중엔 날아가는 기러기 사라지고
半嶺暮雲長(반령모운장) : 반만 드러난 산봉우리엔 저녁 구름 길어라.
病葉多先墜(병엽다선추) : 시든 잎은 많이도 먼저 떨어지고
寒花只暫香(한화지잠향) : 추운 꽃은 잠깐 동안만 향기로울 뿐이어라.
巴城添淚眼(파성첨루안) : 파성에 눈물 더하는 눈에
今夕復淸光(금석부청광) : 오늘저녁 또다시 맑은 빛이리라.
搖落巫山暮(요락무산모) : 나뭇잎 흔들려 떨어지는 무산의 저녁
寒江東北流(한강동북류) : 차가운 강은 동북으로 흘러만 가는구나.
煙塵多戰鼓(연진다전고) : 연기와 티끌 속에 싸움의 북소리 많으니
風浪少行舟(풍랑소행주) : 바람 부는 물결에 다닐 배가 적어라.
鵝費羲之墨(아비희지묵) : 거위는 왕희지의 먹을 낭비했고
貂餘季子裘(초여계자구) : 담비는 계자의 갖옷을 짓고도 남았다.
長懷報明主(장회보명주) : 현명한 군주의 덕을 갚고 깊이 생각하니
臥病復高秋(와병부고추) : 병이나 누워 있으니 다시 높아진 가을하늘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