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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01
S#1. 도심의 거리 (초저녁)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는 지은의 하얀 벤츠.
달리고 있는 지은의 차 안, 카 오디오에서는 신나는 댄스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다가가면 선글라스를 쓴 채 핸들을 잡고 있는 지은, 음악에 흠뻑 취해 정신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는 중이다.
그 모습 귀엽고 매력적인데.
그러다 순간 숨이 체하고 두어 번 캑캑거리는.
조수석에 있던 캔 음료를 집어 마시고 캔 음료를 기아 앞에 내려놓는.
이어 답답한지 신고 있던 신발을 모두 벗어 뒷자리에 휙휙 던져 버리는데 그 순간, 신호는 바뀌어 버리고.
신호가 바뀐 것을 그제야 알게 된 지은, 당혹스런 얼굴로 다급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맨발엔 황금색 패티큐어가 화려하게 발라져 있다.
이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횡단보도 중앙에 급정거하는 지은의 하얀 벤츠.
동시, 짜증스럽다는 듯이 지은을 쏘아보며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사람들.
한편, 자신을 쏘아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민망해진 지은, 운전석 시트 밑으로 스르르 기어 들어가는데.
신호가 바뀌자, 늘어선 뒤차들이 빨리 출발하라며 지은의 차를 향해 연신 신경질적으로 클랙션을 눌러댄다.
지은,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슬금슬금 운전석 시트위로 기어 나오는.
그리고 계속되는 클랙션 소리에 심통이 나는지 외려 길게 빵하고 클랙션을 누른 후, 거칠게 출발하는데
이때 저 멀리 일각에 주유소가 보인다.
주유소, 손에 잔돈을 움켜 쥔 세훈, 환한 얼굴로 달려와, 손님에게 건네는.
이어 자동차 주유소를 빠져나가면, 세훈 주유소 사무실을 향해 걸어가는.
한편, 거칠게 질주하고 있는 지은의 하얀 벤츠, 옆으로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끼어 드는데.
S#2. 지은의 차안
놀란 지은, 다급히 핸들 꺾는 그 순간, 기아 앞에 놓아둔 캔, 운전석 바닥으로 떨어지고
떨어진 캔, 또르르 굴러 브레이크 페달 아래에 끼어버린다.
이어 브레이크 밟지만 페달아래 낀 캔 때문에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자 당황하는데.
CUT/지은의 하얀 벤츠, 그대로 주유소를 향해 돌진하고.
S#3. 주유소 사무실 (동 시각)
사무실 안으로 들어선 세훈, 일각 테이블로 다가가는.
테이블 위에 펼쳐 놓은 책과 노트, 다이어리를 가방에 집어넣는다.
이때 만년필 바닥으로 떨어지자 만년필을 주우려고 몸 숙이는데
동시, 주유소 사무실 향해 돌진하고 있는 지은의 하얀 벤츠.
세훈, 만년필 주워 몸 일으킨 후, 만년필(※뚜껑 한쪽이 찌그러져 있다)을 가방에 넣는데,
시야에 돌진해 오는 하얀 벤츠가 들어온다.
경악한 얼굴로 비명을 질러대는 지은.
동시, 소스라치게 놀라는 세훈의 얼굴.
경악한 지은, 싸이드 브레이크 힘껏 올렸지만, 가속도로 인해 그대로 돌진하고 마는.
결국 지은의 하얀 벤츠, 요란한 굉음과 함께 주유소 사무실 쇼윈도를 그대로 부수며 들이받고.
쇼윈도 유리 파편들 허공으로 흩어지는데 순간 지은과 세훈의 눈빛 교차되는.
한편, 지은의 하얀 벤츠는 세훈 앞의 철제 테이블에 부딪힌다.
그 순간 테이블은 충격으로 벽까지 밀려버리고
동시, 세훈, 바닥으로 나뒹굴고
한편, 지은의 차는 그제서야 멈춰 선다.
지은, 핸들에 머리 파묻은 채 꼼짝없이 앉아 있고.
잠시 후, 세훈, 황당한 얼굴로 일어서는데, 팔에 가벼운 상처 나 있다.
계속되는 클랙션.
세훈 : (지은의 차로 다가와 운전석 문 여는) 괜찮아요?
지은 : (멀쩡한 모습으로 서있는 세훈을 멍한 얼굴로 잠시 바라보는. 그러다 그제야 정신 차리며
후다닥 내려서 자신의 차만 둘러보며 발 동동 구른다) 어떡해! 내 차!
세훈 : (보며 기 막히는) …
지은 : (울상 되어) … 이제 난 죽었다! (자신의 차, 깨진 라이트 보고 한숨 내쉬며.
한쪽 범퍼 찌그러졌고 한쪽 라이트 유리만 깨졌다) 나 또 아빠한테 왕창 깨지겠네!
세훈 : (어이없는, 화난) 이것 봐요! 나한테 괜찮냐는 말부터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소리치는) 당신, 날 죽일 뻔했어!
지은 : (더 크게 고함치는) 안 죽었잖아요! 왜 소리는 질러요! (위아래 훑어보며 건성으로) 멀쩡하네, 뭐!
세훈 : (더더욱 기막혀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
지은 : 뭘 봐요? 아르바이트생인가 본데, 걱정 말아요. 이 주유소 사장님이랑 우리 집이랑 잘 아는 사이니까,
그 쪽 잘못 없다고 말해 줄께요!
세훈 : (오버랩, 기 막힌다) 뭐 이런 기집애가 다 있어!
지은 : (발끈하는) 기집애? 너 지금 기집애라구 했니? 나한테! 주유소에서 알바나 하는 주제에… (흘겨보다, 팔에 난 상처 보는)
… 다쳤다 이거지? 걱정 마, 치료비 줄 테니까. (주머니에서 수표 꺼내 일각 어딘가에 던지는데,
순간 수표가 미끄러져 세훈의 발 앞에 툭 떨어진다. 이에 당혹스럽긴 하지만 에라 모르겠다, 하고는 일부러 센 척하는)
이 정도면 오늘 하루 일당보다…
세훈 : (매섭게 보다 갑자기 지은의 뺨을 올려붙이는) …
지은 : (당혹, 그리고 열 받아 소리치는) 왜 때려! 니가 뭔데 날 때려!
세훈 : (순간 움찔하는. 시선피하며) 당신, 맞을 짓 했어!
지은 : (악에 받쳐, 주변에 있는 물건들 손에 잡히는 대로 잡아 세훈을 향해 마구마구 던지며) 니가 뭔데 감히 날 때려? 왜 때려!
(씩씩대며) 너… 너… 당장 짤라 버리라구 할 거야!
세훈 : (애써 감정 삭히며, 날아오는 물건들 맞으며 미동 없이 서 있는)
지은 : (분이 풀리지 않아 거의 미쳐 날뛰는 분위기다. 여전히 세훈을 향해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들 마구 던져 대는데)
호진 : (동시, 놀란 얼굴로 목발 짚고 다리에 깁스한 채 들어서 황당한 시선으로 보며. 외모에서 선하고 털털함이 느껴진다)
이지은!
지은 : (보는, 울컥하는) 호진 오빠! (앙 하고 울음 터트리는)
<시간경과>
호진 : 우리 엄마 가게였으니까 다행이지 이건 바루 형사 입건이야. 형법 제 320조에 보면, 타인의 기물을…
지은 : (오버랩) 누가 고시생에 판사님 아들 아니랄까봐, 맨날 법 조항만 들먹거리구 있어!
호진 : (픽 웃는. 그러다 보며 걱정스럽다) 다친 덴 없어?
지은 : 다친 덴 없는데… (뒷목 만지며 어리광) 머리 어깨 무릎 팔 다리, 몽땅 다 아픈 거 같애.
(시야에 주유소 마당에 서 있는 세훈의 뒷모습 들어오자 다시 울화 치미는) 쟨, 알바 주제에 왜 저렇게 거만해?
오빠, 쟤 당장 짤라 버려!
호진 : 넌 일곱 살 때나 지금이나 어쩜 그렇게 하는 짓이 똑같냐? …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 한다구 사람 무시하면 안 되지.
지은 : (순간 찔끔하는)
호진 : (보며) 너한테 무시당할 만한 애도 아니구. 또 버릇없이 막무가내로 굴었지?
지은 : (그 말에 할 말 없지만 그래도 분하다) 오빠, 쟤가… (뺨 맞았다고 얘기하려다 창피해 그만두는)
호진 : (오버랩) 우리 어머니, 지금 오는 중이니까…
지은 : (오버랩. 겁난다. 빨리 도망가자) 아줌마 온다구? 나 갈래!!
호진 : (약 올리는) 왜, 인사하구 가야지! 너 사고 친 거 보면 고생했다구 칭찬해 주실 텐데…
지은 : (곱게 째려보며) 나 놀리면 재밌어?
호진 : (귀엽다는 듯 보는) 어서 얌전히 집으로 가세요. 울 어머니한테 말 잘 할 테니까… 근데 저대루 끌구 갈 꺼야?
지은 : (오버랩) 그럼 가방에 넣구 갈까? 여기서 우리 집, 넘어지면 코 닿을 덴데 뭐!
호진 : (픽 웃는) 나중에 집에 놀러 갈께. 어머님 아버님께 안부 인사 전해 줘. (사무실 나가며) 세훈아!
지은 : (씩씩대며 자신의 차로 걸어가다 바닥에 떨어진 세훈의 가방 발견하는. 회심의 미소짓는데)
S#4. 주유소 마당
호진 : 큰일 날 뻔했다. (세훈 팔의 상처 보는) 병원 안 가봐도 되겠어?
세훈 : 괜찮아. (상처난 팔 보며) 조금 긁혔어.
호진 : 비번인데 불러내서, 이런 일이나 생기구! 게다가 오늘 너 귀 빠진 날인데… 미안하다, 야.
세훈 : 형이 왜 미안해?
지은의 하얀 벤츠, 후진해 나오는.
동시, 호진과 세훈, 돌아보는.
지은 : (차창으로 고개 내밀며) 나 간다! 오빠네 엄마 오면 말 잘 해줘야 돼. (하다가 시선에 세훈이 들어오자 다시 열 받는.
이어 브레이크 페달 아래 끼었던 캔, 세훈을 향해 힘껏 던지는데)
세훈을 향해 던진 캔, 날아가 호진의 머리에 정통으로 맞는.
CUT/지은, 이크! 하며 혀 내미는.
이어 하얀 벤츠, 황급히 주유소 빠져나가고.
호진 : (동시) 아!
세훈 : (동시, 멀어지는 지은의 하얀 벤츠 보며 어이없는) …
호진 : (황당해 소리치는) 야, 이지은! (우이씨~ 머리 문지르는데)
S#5. 지은의 집 - 밤 전경
조현숙 : (소리/길게 한숨 쉬는 목소리에 어리광이 섞여있다) 아휴, 머리 아퍼!
S#6. 지은의 집 거실
고풍스러운 유럽풍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지은, 거실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고개 푹 숙인 채, 다리 저린지 잔뜩 인상 쓰고 있고
곱상한 외모의 귀부인 같은 조현숙, 화려한 홈웨어 차림으로 소파에 기대앉아 연신 한숨만 내쉬고 있다.
한눈에 봐도 비만아인 영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걸터앉아 아이스크림 통째로 끼고 앉아 연신 퍼먹으며
고소하다는 듯 지은을 쳐다보고 있는데
한편, 이상범, 호진 모와 통화중이다.
어딘가 모르게 쉽게 접근하기 힘든 위엄이 느껴진다.
이상범 : (수화기 들고 있다) 죄송합니다, 형수님… 예… 예… 그렇게 하시죠.
지은, 이상범의 눈치 살피며 다리 뻗자,
조현숙, 다시 무릎 꿇으라고 눈짓하는.
이상범 : 그 학생이 다치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네요. 예… 알겠습니다. 선배님 얼굴 뵌 지도 오래 됐네요.
전화 드린다고 전해주십시오. (허허 웃는) … 예. (수화기 내려놓는데)
지은 : (동시, 잽싸게 다시 무릎 꿇는)
이상범 : (지은 보며 낮고 엄한) 넌 대체 운전을 어떻게 하고 다니는 거야!
지은 : (기죽어 고개 푹 숙이는)
조현숙 : (이상범 향해) 여보. 사고였잖아. 그만 용서해 줘요. 저두 얼마나 놀랬겠어!
지은 : (다리 저린지 자꾸 몸 뒤트는데) …
영은 : (동시, 얄밉다) 언니, 다리 알배기겠다!
지은 : (영은 째려보며, 입 모양으로만 ‘뚱땡이 너 좀 있다가 봐’ 하는)
영은 : (뚱땡이란 말에, 째려보며 씩씩거리는데)
조현숙 : (동시, 영은 향해 소리치는) 영은이 너 그만 먹구 올라가서 공부 안 해! 제발 말 좀 들어라~ 응?
영은 : (입 삐죽거리며) 지금 올라갈 거야! (2층으로 쿵쾅대며 올라가는)
지은 : (동시, 얼른 자세 바로 하는)
이상범 : 방학 때면 유학생들 들어와 사고나 치구 다닌다구 말들이 많은데…
조현숙 : (오버랩) 이인, 사흘도 못 가는 게 남의 말이에요! 머리 아프게 뭐 그런 거 까지 신경 쓰구 살아요!
여보, 우리 지은이 다리 저리겠다!
이상범 : (엄하다) 당신이 맨날 싸고도니까 우리 집 애들이 버릇이 없지.
(지은 향해) 호진이 어머님 찾아 뵙구 죄송하다구 말씀드려.
지은 : (기죽어) 네.
조현숙 : (이상범 향해) 그래두, 지은이가 이렇게 와 있으니까 요즘 조울증 증세두 덜하구 내 컨디션이 얼마나 좋은데!
(자랑하듯) 어제두 수면제 안 먹구 잤다니까. (부엌 향해, 우아한 목소리로) 아줌마~ (대답 없자 한숨 내쉬며)
한 번에 오는 적이 없어. (더 크게 부르는) 아줌마!! 나 주스 안 줘!
S#7. 주유소 사무실
호진 : (오렌지 주스 마시다 입에서 뿜어내는) … 따귀를 때려? 천하의 이지은이, 뺨을?
다리 깁스한 호진, 소파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있고, 그 옆에 세훈 앉아 있다.
난장판이었던 사무실 안 대강 정리되어 있고.
세훈 : (후회하는) 내가 참아야 했어!
호진 : (오버랩) 니가 오죽했으면 그랬겠냐. 아까 우리 어머니 하는 말 너두 들었잖아. 지은이 걔, 아무도 못 말린다구!
세훈 : (맘에 안 든다) 얼마나 대단한 집 따님이신진 모르겠지만, 세상 사람들 다 자기 발 밑에 두고 사나봐?
호진 : 천방지축에 지멋대로라 그렇지, 그래두 애는 착해. 너두 들어봤지? 신영섬유라구… 그 집 공주님이시다!
세훈 : (들고 있던 오렌지 주스 한 모금 마시는) 대책 없는 오렌지구만?
호진 : 아무 생각 없이 사고나 치고 다니는 오렌진 아냐. (빙긋) 지 맘대로 안 되면 떼쓰고, 투정도 부리긴 하지만…
애교스럽구 귀여운데두 있어! (깁스 속에 손가락 넣어 긁는) 미치겠다, 가려워 죽겠다, 야.
세훈 : 그러게 고시 공부하러 절에 들어간 사람이 지붕 위엔 왜 올라가?
호진 : 동자승이 지붕 위에 걸린 연 좀 내려 달라는데 그럼 어떡하냐? (넉살 좋다) 내가 또 휴머니스트잖냐!
세훈 : (옅은 미소) 그래, 형은 법관 될 자격 있다!
호진 : 참, 니가 부탁한 “디지털 논리 회로” 원서 구했다! (원서 건네는)
세훈 : (감격, 정말 고마워 받아 들며) 고마워. (몇 장 넘겨보는)
호진 : 우리 작은 아버지가 이 책 구한다구 뉴욕 한 바퀴 다 돌았대. 어째 우리 집 식구들은 나보다 널 더 좋아하는 거 같다!
울 어머니두 너한테 주유소 맡겨 두고 맨날 한증막만 다니잖냐!
세훈 : (픽 웃고 책 넣으려 가방 찾는데 없는. 당혹스러운) 어? 내 가방?
S#8. 지은의 방
공주 풍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지은, 무릎 위에 청 거북이 올려놓고 호진과 통화 중이고, 침대 일각엔 세훈의 가방 놓여 있다.
지은 : (잡아떼는) 그 남자 웃기네. 내가 자기 가방 가져갔단 증거 있대?
호진 : (전화) 정말 니가 안 가져갔어?
지은 : (계속 시치미 떼는) 안 가져갔다니까! 오빠, 나 졸려, 자야 되니까 끊어!
(전화 확 끊어버리고는 세훈의 가방 열어 뒤적이려는데 전화벨 다시 울리는. 수화기 들어 소리치는)
왜 또? 나 아니라니까!
복자 : (전화/오버랩, 장난스런) 난 밖이라니까! 여보~ 당신, 또 사고 쳤지?
지은 : (환한 목소리, 반갑다) 복자야?
촬영장. 촬영 끝난 뒤 스텝들 뒷정리하느라 어수선하다.
복자, 일각에서 지은과 통화하며 바닥에 흩어져있는 쓰레기들 발로 끌어 모으고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 깡다구 있는 인상이다.
복자 : (수화기 어깨에 걸치고) 어… 이제 촬영 끝났어. 알았다니까. 얼굴 보구 얘기해. 눈썹 휘날리게 달려가 주마!
야, 근데 나 밥 좀 주라!
지은 : (수화기 내려놓고 세훈의 가방 쳐다보다가 청 거북이 안아들며) 거북이야, 이 언니가 저 가방 절대루 순순히 안 줄 꺼다!
S#9. 주유소 사무실 (동 시각)
호진 : (오버랩, 걱정하는) 아무래도 순순히 안 줄 꺼 같다, 야!
세훈 : (화났다. 한숨만 내쉬는) …
호진 : (걱정하는) 리포트 이번 주까지지? 장학금 놓치면 어떡하냐?
세훈 : 나한테 맞은 거 때문에 그랬을 거야. 때린 건 잘못한 거니까 사과해야지.
호진 : (위로하는) 걱정 마. 화 풀리면 돌려줄 꺼야. 설마 니 가방 갖구 국 끓여 먹겠냐!
세훈 : (그 말에 픽 웃고 일어서는) …
호진 : (따라 일어서는) 같이 가자. 나두 너희 부모님께 인사드려야지…
세훈 : 다음에… (쓸쓸히 사무실 나서는데)
호진 : (안쓰러운 듯 보는)
S#10. 지은의 방
복자, 침대에 걸터앉아 밥 먹고 있다.
그 옆에 앉아 있는 지은, 세훈의 가방 거꾸로 들어 침대 위에 쏟아 놓는데 리포트, 다이어리, 우르르 쏟아져 나오고.
복자 : (우걱우걱 씹으며) 너 진짜 밥맛이다! 남의 가방을 갖고 오면 어떡해?
지은 : 오늘 내가 당한 거 생각하면, 이 가방 국 끓여 먹어두 시원찮아!
(리포트 보면 서울대 전자공학과 장세훈이라고 적혀 있다, 코웃음 치며) 치… 잘났다 이거지? (옆으로 확 밀쳐놓는데)
복자 : (밀쳐낸 세훈의 리포트 집어 보며 놀라는) 어? 니 따귀 때렸다는 사람이 장세훈이야?
(의아한. 고개 갸우뚱하며) 그럴 사람 아닌데… (보며) 너 또 싸가지 없이 굴었지?
지은 : (발끈하는) 넌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니? (궁금한) 근데 너 이 사람 잘 알아?
복자 : 작년에 학보사 기자 할 때 인터뷰 한번 했었어.
지은 : 인터뷰? 왜?
복자 : 전체 수석으로 입학해서 지금까지 장학금 한 번두 안 놓쳤거든. 우리 학교에 살아있는 전설이지.
여자 애들한테 인기두 되게 많아. 잘 생겼잖아. 한 마디루 킹카야!
지은 : (못 믿겠다) 치… 무슨 킹카가 주유총 쏘고 있니?
복자 : 여보세요! 진정한 킹카는 돈 뿌리고 다니는 골빈 놈들이 아니라, 비전! 미래가 있는 남자가 진정한 킹칸거야.
근데 너 좀 심했다! (세훈의 리포트 넘겨보며) 이 사람 이거 쓰느라 무지 고생했을 텐데… 너 가방… (말 이으려는데)
지은 : (오버랩) 못 돌려주지! (복자 손에 든 세훈의 리포트 확 뺏으며) 이 나쁜 자식, 혼 좀 나봐야 돼!
(얘기하다 보니 또 화난다. 세훈의 가방에 리포트 등 마구 집어넣으며 야멸찬) 두고 봐, 펑펑 울게 만들 테니까.
복자 : (못 말리겠다) 이지은씨 때문에 또 한 남자가 몸서리치겠구만!
지은 : (동시, 세훈의 가방 안에 걸려 있던 만년필 꺼내 보며) 어? 내꺼랑 똑같네! (궁시렁) 으휴~ 기분 나뻐!
… 다 찌그러진 건 뭐하러 들구 다니는 거야!
S#11. 산동네 언덕길 (밤)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언덕길.
세훈, 제사음식이 든 봉투 들고 터덜터덜 걸어올라 오고 있다.
그 모습 뒤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서울의 야경 보이고.
S#12. 옥탑방 밖
세훈, 현관문 열고 들어서는.
S#13. 옥탑방 안
소박하게 차려진 부모님의 제사상 앞에서 절하는 세훈, 그 모습 뒤로 비좁은 단칸방 내부 풍경 보인다.
일각에 싱크대와 책상, 낡은 침대보이고,
벽면엔 전자공학에 관련된 자료며 책이름 등이 적힌 여러 개의 포스트잇 붙어 있고,
비좁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절하는 세훈의 모습에서.
CUT/거리 (밤)
다급한 사이렌 소리 들리고 일각엔 승용차 한 대가 앞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진 채 전복되어 있다.
사방엔 유리 파편들이 널려져 있고, 상당히 심각한 사고 현장의 모습이다.
그리고 주위엔 경찰차와 경찰들, 부산스런 구조대원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한편 전복된 차량으로 다가가면 운전석의 세훈 부와 조수석의 세훈 모 그리고 뒷자리엔 어린 세훈(13살 정도)이 쓰러져 있다.
앞자리의 세훈 부와 모는 피로 얼룩진 채 이미 즉사를 했고 다가온 구조대원들 세훈 부와 모, 세훈을 끄집어낸다.
이때 세훈 부의 주머니에서 만년필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데
신음을 하며 들것에 실리던 어린 세훈, 부스스 힘겹게 눈 뜨는데
저 일각 바닥에 피로 얼룩져 뚜껑이 찌그러진 만년필이 들어온다.
S#14. 옥탑방 밖 (밤)
곱게 수놓인 수많은 별들.
세훈, 쓸쓸한 눈으로 밤하늘 올려다보고 있다.
그러다 주머니에서 담배 꺼내 피워 문 후, 지퍼 라이터로 불붙이는.
세훈이 내뿜는 담배 연기 허공을 가르며 흩어지고 그렇게 미동 없이 서 있는 세훈의 뒷모습, 무척 고독하고 쓸쓸해 보인다.
그 모습에서 어느덧 미명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S#15. 세훈의 학교 낮 전경 - 다음 날
S#16. 교수실
세훈, 주임교수 앞에 서 있다.
교수 : 이번 프로젝트에 자넬 합류시킬까 해서 불렀네. 기말 리포트 검토 후에 팀 합류를 결정할 걸세. 좋은 기회라는 거 알지?
세훈 : (얼굴 굳어지는) … 예, 알고 있습니다.
교수 : (메모지 건네며) 자료실 가서 이 책들 좀 찾아다 주게!
세훈 : (공손히 메모지 건네받는데)
S#17. H 호텔 전경 (동 시각)
S#18. H 호텔 페리스
한껏 모양을 낸 지은, 일각 룸을 향해 걷고 있고 유리문 너머로 보면,
명품으로 휘두른 대 여섯 명의 여자들, 앉아 있는데.
CUT/룸 안
여자1 : (못마땅하다) 지은이 누가 불렀니?
여자3 : (어벙벙한 분위기) 내가 전화했는데!
여자2 : (유리문 너머 걸어오고 있는 지은을 힐끔 보며) 쟨 방학만 되면 줄기차게 들어오드라.
여자1 : (비꼬는) 폼으로 간 유학인데 보스턴에서 할 일 없겠지! (진지한 톤으로) 참, 니들 아니? 지은이 병 있는 거?
여자2 : (오버랩) 알지! (깐죽거리는) 걔 공주병 말기잖아.
모두 : (까르르 웃고)
한편, 지은 들어서는.
지은 : (다가와 앉고는, 핸드백 열어 여자1의 손에 껌 하나 쥐어주며, 부드럽게) 이거나 씹어라~ 나 씹어대지 말구!
여자1 : (내심 움찔 쌜쭉한 얼굴인데)
지은 : (모두들 보며) 근데, 왜 만나자고 한 거야!
여자1 : (득의에 찬 미소를 흘리며, 보는)
지은 : (동시) 무슨 일 있어?
S#19. 화장실 안
지은 : (들어서 세면대앞으로 다가가며, 궁시렁) 머리 텅텅 빈 윤민호하구 다뜯어고친 인조인간 최희영하구, 환상의 커플이네~
(핸드백 열어 루즈를 꺼내려는데, 순간 핸드백 안에서 루즈 솔이 바닥으로 톡 떨어진다.
이어 루즈 솔은 또르르 굴러 화장실 문 하단 틈새로 들어가 버리고 그러자 지은, 화장실 문을 밀며 안으로 들어서는데)
동시, 여자1, 2 들어서며
여자2 : 너 아까 봤니? 지은이 표정? 결국 너한테 민호 뺏긴 거잖아.
여자1 : (오버랩, 발끈하는) 야, 민호가 언제 지은이 꺼였니? 우리 민호가 착하니까 별난 걔 성격 받아주면서 좀 놀아 준거지.
CUT/화장실 안에 있던 지은, 열 받는. 이것들이 정말!! 하는 표정으로 인상쓰며 푸 하고 숨 내쉬는.
동시, 앞머리 입김에 흩날리고.
여자2 : (화장 고치며) 근데, 지은이 남자 생겼다는 거 거짓말 같지, 그치?
여자1 : (오버랩) 두 말 하면 숨 가쁘지! 그러니까 내 약혼식에 데려 온단 말 못 하잖아. (화장 고치며) 아무리 얼굴 이뻐두
지멋대루인 여자, 남자들이 싫어해! 그러니까 남자들이 지은이 쫓아다니다가 한 달만 지나면 질려 하잖니…
CUT/화장실 안의 지은, 열 받아 더 이상 못 참겠는지, 문 확 밀치며 나가는.
지은 : (불쑥 튀어 나와 소리치는) 야!!~
여자1/2 : (기함하고 놀라는) …
지은 : (여자1 향해 약 올리는) 너 민호가 코 질질 흘릴 때부터 날 따라다녔다는 거 때문에, 나한테 열등감 있구나!
(미소까지 지으며) 그렇다면 내가 이해해 주구!
근데 희영아… 니가 나한테 열등감 느낄 때마다 난 너한테 우월감 느낀다는 거 아니? (문 향해 걸어가는데)
여자1 : (동시, 열 받아 씩씩거리는) …
지은 : (나가려다 돌아서) 아무래두 니 약혼식엔 못 갈 거 같다!
여자1 : (도전적으로 다가와 비아냥대는) 왜 거짓말한 거 뽀록날까봐?
지은 : (내심 움찔하며) 거짓말?
여자1 : 민호랑 나랑 약혼한다니까 너 약올라서 사귀는 남자 있다구 거짓말 한 거잖아?
(약 올리는) 내가 남자 하나 소개시켜 줄까?
지은 : (기분 상해 순간 거짓말하는) 나 요즘 만나는 사람 있다니까!
여자1 : (못 믿겠다) 그래? 그럼 내 약혼식 날 데려와 봐. 얼굴 좀 보자!
지은 : (당황하는, 일단 저지르고 보자) 그러지 뭐!
여자1 : (여전히 의심의 눈길로) 만약 안 데려 오면 음… 내 결혼식 날, 가방 모찌나 해라! (쏘아보는)
지은 : (황당한) 나 보구 니 꽁무닐 따라 다니라구?
여자1 : (뚫어지게 보는) 왜? 남자친구 있다며?
지은 : (시선 맞추는) 좋아, 그럼 내가 남자 친구랑 짠 나타나면, 너
(여자1의 목에 걸린 블루 사파이어 목걸이 보며) 그 목걸이 내놔!
여자1 : (잠시 주저하는) 조… 좋아!
지은 : 그럼 일요일 날 보자! (돌아서다가 문뜩 여자1,을 향해 돌아서는
그리고는 여자1, 코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갑자기 돼지 코를 만드는)
여자1 : (동시, 지은의 손을 탁! 치며 쏘는, 시치미) 나 코 안 했어!
지은 : (동시, 쌩끗 웃으며, 약올리는) 아니, 아무래두 해야 할 것 같아서! (휙~ 돌아서 문 열고 나가는)
S#20. H 호텔 야외 수영장 (※라커룸에서 야외 수영장으로 나가는 통로)
초호화판 수영장 풍경…
비키니 차림의 지은, 수영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지은 : (걱정스러워 죽겠다) 어딜 가서 남잘 구하지! (궁시렁) 호진 오빤 영 아니구, 참, 애들두 다 알지! 정말 큰일났네!
지은, 어느새, 풀 앞에 다가온…
지은 : (나름대로 비장한) 뉴 페이스가 필요해! (물 속으로 뛰어 드는)
S#21. 교수실 앞 복도
문 열리고, 세훈, 착잡한 얼굴로 교수실을 나선다.
교수(소리) : 기말 리포트 검토 후에 팀 합류를 결정할 걸세. 좋은 기회라는 거 알지?
문 앞에 서 있던 세훈, 잠시 뭔가 생각하다 복도를 걷기 시작하는.
S#22. 캠퍼스 일각, 공중전화 부스
세훈, 공중전화 수화기 든 채 동전 넣는, 그 모습 위에 호진의 목소리 흐르고.
호진(소리) : 무조건 미안하다고 해! 기분 맞춰주면 가방 돌려줄 거야.
공중전화 다이얼 버튼 누르는 세훈, 착잡한지 얼굴 굳어있다.
S#23. 지은의 집 거실
가정부 : (수화기 들고 통화중인) 지은이 학생, 지금 없어요.
CUT - 캠퍼스 일각 공중전화 부스
세훈 : (낭패다) 수영장이요?
S#24. H 호텔 야외 수영장
비치 파라솔 테이블에는 패션 잡지들과 음료수 잔, 썬텐 오일 등 있고…
비키니 입은 지은, 썬 베드에 누워 패션 잡지에 흠뻑 빠져 썬텐 즐기는 중인데…
이때, 지은의 얼굴에 드리우는 그림자…
그러자 지은, 뭐야 하는 표정으로 올려다보면 세훈, 서 있다.
지은 : (놀라는) …
세훈 : 어제는 미안했습니다. 사과할께요.
지은 : (오버랩, 힐끗 쳐다보고는 못 본 척하는, 다시 책으로 시선 옮기며 톡 쏘는) 그늘지니까 비켜 줄래요?
세훈 : (무안해 비켜서는, 애써 참으며 정중한) 그만 제 가방 돌려주시죠.
지은 :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머리 틀어 올리는, 틀어 올린 머리를 만년 필로 꽂으며, 시치미 떼는)
언제 나한테 가방 맡긴 적 있어요?
세훈 : (동시, 지은의 머리에 꽂혀 있는 만년필 뚜껑을 보고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지만 지은의 행동에 어이없는데)
나 여기서 한가하게 말장난 할 시간 없습니다!
지은 : (오버랩) 나두 그쪽이랑 별루 말하고 싶지 않아요.
세훈 :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와 그저 보는) …
지은 : (약올리는) 전봇대처럼 여기 멀뚱히 계속 서 있을 거면 그럼 내가 자리 옮기구… (일어나는)
세훈 : (동시, 그저 어이없어 쳐다보는데)
지은 : (순간 세훈의 시선을 느끼자 그제서야 자신이 비키니 수영복 차림이란 사실에 당황하는,
그러나 애써 태연한 척하며 되려 소리치는) 어딜 쳐다보고 있는 거에요. 지금! 수영장에서 수영복 입은 여자 첨 봐요!
(비치 파라솔 테이블 위에 있는 패션 잡지들, 썬텐 오일, 유리잔 챙겨 안아드는데,
그 순간 안고 있던 책 몇 권, 우르르 잔디 위로 떨어지는)
동시, 지은의 손에서 미끄러진 유리잔, 파라솔 테이블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 바닥에 흩어진다.
그러자 지은, 패션잡지들 주우려 몸 숙이는…
한편, 이 모습 본 세훈도 주워주려 몸 숙이는,
이때 발톱에 황금색 패티큐어가 화려하게 칠해진 지은의 맨발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는 지은이 발을 떼려는 순간 세훈, 갑자기 지은의 발목을 잡는데…
지은 : (놀라 소리지르는) 악!~ 무슨 짓이에요?
세훈 : (지은의 발목 잡았던 손, 놓고 지은 발 아래 유리 조각 치우는)
지은 : ... (그대로 보는, 순간, 눈동자 흔들리는)
세훈 : ... (그대로 보는) ... (주워든 잡지들 지은에게 건네는, 낮은 목소리) 때린 건 잘못했다고 인정합니다.
다시 한번 사과할께요. 진심입니다. 어제는 내가 경솔했어요. 하지만 이지은씨도 오만했습니다.
그 가방 없으면 나 다음 학기 포기해야 됩니다. 화 풀리면 연락 주세요. (보는)
지은 : (시선 맞추는, 묘한 눈빛인) …
세훈 : (돌아서 가는)
지은 : … 이봐요!
세훈 : (멈춰서, 돌아보는)
지은 : 가방 돌려줄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의미심장한 눈으로 보는데)
S#25. 지은의 집 아침 전경
S#26. 지은의 방
지은, 침대에 엎드려 자고 있는… 지은의 등위엔 청거북이가 느릿느릿 기어다니고 있다.
한편, 일각 사각의 창으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고…
이어 부스스 눈뜨는 지은, 순간 시야에 시계 바늘이 9시를 지나 있자 놀라 후다닥 일어나는,
동시 등위를 기어다니던 청거북이가 침대로 툭 떨어진다.
지은 : (놀라 청거북이 얼른 안아들며 등 쓰다듬으며) 미안해!
(하다가 놀리듯, 철없다) 너 자꾸 내 등 기어다니면 확~ 잡아먹어 버린다!!
S#27. 지은의 집 거실
조현숙, 흔들의자에 앉아 한창 영화에 빠져 있는 중이다.
티비엔, <티파니에서 아침을> 중 여주인공 할리가 창가에 앉아 기타를 치며 Moon Rivr(소리)를 부르는 장면이 흐르고 있다.
이에 심취한 조현숙,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는…
이때 “엄마!!”를 부르며 계단이 부서져라 뛰어내려오는 지은, 화려한 원피스 차림이다.
지은 : (다가와, 봐달라는 듯) 엄마!!
조현숙 : (리모콘 들어 티비 화면 멈추고 보는, 흡족한 얼굴인데)
지은 : 엄마 딸 이뻐? (사뿐이 한 바퀴 돌며) 오늘 내 분위기 어때?
조현숙 : (오버랩)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 같다! 우리 딸 졸업하구, 패션 디자이너 하긴 너무~ 아까울 것 같애.
이렇게 이쁜 딸 누가 낳았지?
지은 : (애교스런) 그야, 엄마가 낳았지!!
조현숙 : (감상하듯) 넌 내 걸작품이야!!~
지은 : (오버랩) 물론 나두 그렇게 생각해! (환하게 웃고는) 엄마, 나 오늘 좀 늦을 꺼야, 희영이 약혼식이잖아.
조현숙 : (의아한 듯 보며) 저녁때라면서 왜 벌써 나가?
지은 : 뷰티샵, 9시에 예약했단 말이야, 그리구 나 점심 때 약속 있어!
조현숙 : (궁금한) 누구랑?
지은 : (순간 당황스러워 얼버무리는) 엄만 모르는 친구야! (현관을 향해 가다가 생각 나 다시 쪼르르 뛰어와) 참, 엄마 차 키!
조현숙 : (자신의 차 키 주며) 조심해서 몰아! … 니 차, 낼모레 나온대!
지은 : 많이 늦으면 전화할께… (다급히 현관을 나서는)
조현숙 : (중얼대는) 아니, 희영이가 약혼하는데 왜 지가 더 난리야? (리모콘 들어 다시 켜려고 하는데)
(소리) : 전화벨
조현숙 : (전화 받는) 여보세요. 어 그래, 오랜만이다! 너 주식해서 좀 벌었다며? (궁금하고 부러워 죽겠다) 얼마나 벌었는대?
S#28. G 백화점 명품관 앞
도우미들, 건물 입구에서 색색의 풍선,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풍선 받으려는 아이들과 사람들로 입구는 북적이고… 그 사이로 서성대는 지은의 모습이 보인다.
이때, 한 여자아이(6세)가 들고 있던 풍선을 놓치는… 이내 풍선은 날아가 나뭇가지에 걸리고 마는데…
여자아이는 나무 앞에 서서 울상이 된 채 풍선 올려다보는.
한편, 그 모습을 본 지은, 나뭇가지에 걸린 풍선, 내려주려고 나무 아래서 폴짝폴짝 뛰기 시작한다.
하지만 풍선은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이때, 풍선 잡는 남자의 왼손.
지은, 돌아보면 세훈이다.
풍선을 잡은 세훈, 여자아이에게 풍선 건네고.
한편, 풍선을 건네 받은 여자아이 환하게 웃은 뒤, 쪼르르 달려간다.
그 모습 보며 지은도 따라 환하게 웃는데.
한편, 그런 지은을 쳐다보는 세훈의 얼굴에 미소 슬쩍 스치는.
지은 : (앞서 걸으며) 따라와요! (입구 향해 걸어가는)
세훈 : (기막혀 보는)
S#29. 명품관 남성복 매장
세훈, 서있고 지은, 양복 세훈에게 대보는.
지은 : (고개 저으며, 직원에게) 이건 좀 날나리 같다, 심플한 게 더 나을 거 같은데!
(걸려 있는 양복 가리키며) 저기 저것 좀 줘 볼래요!
세훈 : (자신에게 대고 있는 양복을 확 치우며)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지은 : 내 부탁 들어주기로 했잖아요! 아무 소리 하지말고 내가 하자는 대로해요, 일단 옷부터 고르고 나서 설명할게요.
세훈 : (차가운 눈으로 보다 밀치며 나가는)
지은 : (따라나가는) 이봐요~!
S#30. 명품관 복도
화난 세훈,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고.
지은, 달려와 세훈 앞 가로막고 서는.
지은 : (팔 벌려 가로막은 채) 못 가요!
세훈 : (더 이상 상대하기 싫다, 비켜 가려는데) 필요 없어요. 가방 안 찾아도 상관없으니까!
지은 : (재빨리 세훈의 팔 붙들며, 간절하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요. 제발, 몇 시간만 나 좀 도와줘요, 네?
세훈 : (무슨 소린가 해서 보는) …
S#31. 명품관 입구 일각
지은과 세훈, 일각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다.
세훈 : (어이없는) 그래서 내기를 했다구요?
지은 : (보며 풀 죽어) 그럼 어떡해요? 걔네들이 나 같은 여자, 좋아할 남자는 없을 거라구 비아냥거리는데!
사람들이 날 질려한대요. (눈에 눈물 고이는) …
세훈 : (보는) …
지은 : 알아요. 그 쪽두 나 싫어하는 거… (훌쩍하는) 미안해요. 하지만 먼저 말하면 거절할 게 뻔하니까…
세훈 : (보는, 하지만 시선 차가운) …
지은 : (한숨 쉬며, 일어서는) 가요, 차에 가방 있으니까 돌려줄게요. (일각에 정차된 차로 - 엄마 조현숙의 벤츠 - 걸어가는)
세훈 : (일어나 뒤따라가는)
지은 : (차 뒷자리에서 가방 꺼내 건네는) 자요. 가방 받았으니까 이제 뒤도 안 돌아보구 가겠네요?
세훈 : (눈동자 흔들리는, 하지만 이내 가방 들고 걸어가기 시작하는)
지은 : (걸어가는 세훈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치는) 정말 그냥 가는 거예요? 너무해! 여자가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
세훈 : (동시, 눈동자 흔들리는 하지만 그저 계속 걸어가는)
지은 : (화났다, 더 크게 소리치는) 야! 진짜 가면 어떡해!! 인정머리라곤 눈꼽만큼두 없어!
(하다가 일각 가판대 물건들 손에 집히는 대로 집어 들어 세훈을 향해 던지며) 이 고집불통 왼손잡이야! 냉혈한!
(순간, 바닥에 떨어진 빈 캔 시야에 들어오자 집어들어 힘껏 던지며) 나쁜 놈아!!
지은이 던진 캔, 세훈의 뒤통수에 정통으로 맞는…
세훈 : (순간, 황당한 얼굴로 돌아보는데) …
지은 :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 당신 너무 못됐어!!
세훈 : (어이없어 피식 웃고 마는)
S#32. 남성복 매장
세훈, 양복 차림으로 탈의실에서 나오는, 그 모습 너무나 근사하다.
동시, 지은 양복 입은 세훈의 모습에 반한 듯 멍한 표정으로 넋을 잃고 한참을 쳐다 보는.
잠시 후,
여러 양복들, 갈아입어 보는 세훈의 모습들.
이어 지은, 그 모습 감상하며, 이거 입어봐라, 저거 입어봐라 하며 신나 있는데…
시간경과
전신 거울 속에 비치는 양복 입은 세훈의 모습, 퍼팩트하다.
거울 속으로 들어와 세훈 옆에 서는 지은,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 흐르고…
거울에 비치는 두 사람, 너무나 잘 어울린다.
S#33. H 호텔 앞
미끄러지듯 다가와 멈춰서는 벤츠.
지은과 세훈, 차에서 내리고.
지은 : (조르르 다가가, 세훈의 팔짱끼는)
세훈 : (놀라 보는데) …
지은 : (빙긋이 웃으며) 지금부터 우린 연인이잖아요!
S#34. 야외 가든 - 친구1의 약혼식장 (저녁)
화려한 약혼식장 풍경. 이미 모인 사람들은 파티 즐기고 있고…
지은, 세훈의 팔짱끼고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 집중된다.
한편 세훈, 이런 파티 모임이 낯설고 어색하지만 그 모습 당당한데…
이때 여자2, 3 지은과 함께 들어서는 세훈의 멋진 모습에 넋이 나간 듯 바라본다.
한편 세훈의 팔짱을 낀 지은, 여자2, 3에게 다가와 으쓱한 얼굴로 세훈의 팔짱을 더욱 꼭 끼는…
그러자 세훈, 지은의 의도를 알기에 옅은 미소가 얼굴에 슬쩍 스치는데…
지은 : (으시대는 그리고 주위 둘러보며) 희영이 어딨니?
여자1 : (일각 가리키며) 저기 오네!
시간경과
여자1 : (샐쭉해져) 세훈씨 얘길 한번두 안 해서 남자 친구 있다는 말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세훈 : (그저 빙긋 웃는) …
여자2 : (세훈 향해, 궁금해 죽겠다) 근데 지은이랑 어떻게 만났어요?
세훈 : 사고로 만났어요. 차 사고루!
지은 : (순간 차 사고로 만났다는 말에 자신의 거짓말 들통날까봐 불안한)
세훈 : (눈치채는) 그때 제가 지은씨 가방을 몰래 갖고 왔거든요.
여자3 : (부러워 죽겠다) 어머!! 지은일 다시 만나고 싶어서요?
세훈 : (잠시 생각하는) … 네.
지은 : (뜨끔하지만 자신을 위해 거짓말까지 해주자 고맙고 감격스러운)
여자3 : (지은을 부러운 눈길로 보며) 어머나~ 영화처럼 만났구나!
지은 : (어색한 미소지으며) 어?… 어! (세훈을 슬쩍 보는)
세훈 : (지은과 시선 맞추며 빙긋 웃는, 남자1에게 악수 청하며) 약혼 축하합니다.
남자1 : (악수하는) 감사합니다.
지은 : (친구1 어깨 툭 치며) 목걸이 안 줘?
여자1 : (얼굴 굳어지며 목걸이 풀려고 하는)
지은 : (이겼다, 신나 픽 웃는) 됐어! 민호하구 잘 살아. 진심이야.
시간 경과
남자1과 여자1의 약혼식 풍경, 일각에 앉아 있는 지은과 세훈의 모습.
약혼식 엄숙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오렌지 주스 든 여자, 지은 옆자리에 앉는다. 그러자 지은 연신 재채기 해대는…
사람들, 일제히 지은을 보는데…
지은 : (손수건으로 코 막으며) 알러지가 있어서요, 오렌지 알러지!
세훈 : (픽 웃는 그리고 일어나 지은과 자리 바꿔주는)
지은 : (자신을 배려하는 태도에 행복한)
남자1과 여자1, 케잌 촛불 함께 불어 끄는, 박수 소리와 함께 약혼식 끝나고.
여자1, 가슴에 달고 있던 코사지, 친구들 향해 던지는…
코사지, 포물선 그리며 세훈을 향해 날아가고…
엉겁결에 코사지 잡게 된 세훈, 지은에게 건네주는.
세훈이 건넨 코사지 받아든 지은, 순간 눈빛 떨리고…
S#35. 호텔 로비
세훈, 로비 일각에 걸린 그림(※불새)을 보고 서 있다. 시선 따라 카메라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데…
목을 휘감은 불새 두 마리의 모습에서 강렬한 사랑이 느껴진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온 지은, 세훈 옆에 다가서는.
지은 : (세훈의 시선을 따라서 그림을 보다 이름표가 시야에 들어오는데, ‘불새 <부제 - 사랑>’ 이라고 써 있자 갸웃하며) 불새?
불새하구 사랑하구 무슨 상관이지! (철없는) 혹시 본 적 있어요, 불새?
세훈 : (픽 웃는, 친절한) 불새는 아라비아 사막에 산다는 상상속의 새에요.
지은 : (더 말해달라는 듯, 보는)
세훈 : (그림 보며) 600년을 살고 나서, 사막 한 가운데에 향목을 쌓고, 태양광선으로 불을 붙인데요!
그리고는 날개를 파닥여 불을 지핀 후, 스스로 그 불 속에 몸을 던져 죽는대요!
지은 : (두 눈이 동그래 흥미롭게 듣다가 진지한) 너무 슬프다…
세훈 : (픽 웃는, 오버랩의 느낌) … 하지만 그 재에서 다시 어린 불새로 태어난다니까, 너무 슬퍼 할 필욘 없어요!
지은 : (감동한 듯 고개까지 끄덕이며) 아!… (다시 그림을 보고) 그래서 이렇게 열정적이고 격정적인 모습인 거구나!
(활짝 웃으며) 불새처럼 열정적이고 격정적인 사랑!
세훈 : (지은 보며) 어쩌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건, 열정적인 사랑보단, 희생이 전제되는 사랑일 지도 모르죠…
지은 : (의아한 듯 보는)
세훈 : 불새가 스스로를 태워 죽고, 그 재에서 다시 어린 불새를 소생 시키는 거처럼, 사랑도 희생을 치러야 한다,
뭐 이런 뜻 아닐까요! (말해 놓고 보니 겸연쩍어 옅게 웃는)
지은 : (공감하지만, 일부러 떼쓰듯) 싫어요! 난 열정적이고 격정적인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생각할래요!
세훈 : (픽 웃는) 그래요.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듯이 감상하는 사람마다 그 해석도 달라질 수 있는 거죠.
(보며) 그러니까 지은씨 해석도 틀리진 않아요.
지은 : (빤히 보다가 장난치는) 전자공학과 다닌다고 해서 고장난 텔레비전만 잘 고치는 줄 알았는데! 꽤 똑똑하네…
세훈 : (어이없어 웃는데)
지은 : (묘한 표정으로 세훈을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CUT - 지은의 상상
세훈, 지은의 입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그리고 세훈의 감미로운 키스에 눈감는데… 지은의 표정, 황홀한데…
지은 : (상상에서 깨어 보면 세훈,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 어? 같이 가요!
S#36. H 호텔 주차장 (밤)
지은과 세훈, 벤츠 향해 걸어가고 있다.
지은 : (운전석 문 열며) 타요. 데려다 줄 테니까!
세훈 : (잠시 주저하다 조수석 문 열고 차에 오르는)
S#37. 지은의 차 안
지은 : (운전석에 앉은 후 구두 벗어 뒷자리에 휙~ 던지는)
세훈 : (황당해 보는데) …
지은 : 난 운전할 때 맨발로 해요, 왜 그러는지 궁금하죠? 이건 비밀인데요… 나 평발이에요!
세훈 : (픽 웃는) 알고 있어요. 수영장에서 어떤 여자 발목을 잡았는데 평발이더라구요.
지은 : (얼굴 빨개지는) 소문내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세훈 : (픽 웃는)
S#38. 거리 (밤)
시원스레 달리고 있는 지은의 자동차… (※ 조현숙의 차입니다)
S#39. 지은의 차안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고…
운전석에 앉은 지은, 내심 설레이는 얼굴로 핸들을 잡고 있다.
한편 조수석에 앉은 세훈,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 채 차창 밖만 바라보고 있는데…
잠시 후, 지은 세훈을 힐끔 훔쳐보는…
그러나 세훈, 별 반응이 없는데…
그러자 지은,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듯 카 오디오 켠다.
오디오에서는 ‘All I Hav(소리) To Do Is Dr(소리)am’ 흘러나오고…
이어 지은, 다시 세훈을 쳐다보는…
한편 지은의 시선을 느낀 세훈, 무표정한 얼굴로 슬쩍 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시선을 차창으로 옮긴다.
그러자 무안해진 지은, 민망함을 무마하려는 듯 괜시리 노래를 흥얼흥얼 따라 부르기 시작하고…
한편, 고개를 돌린 채 시선은 여전히 차장에 향해 있지만 세훈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슬쩍 스치는데…
그러나 세훈의 표정을 놓친 지은, 여전히 세훈이 반응을 보내 오지 않자 샐쭉한 표정으로 입 삐죽이는…
그러다 뭔가 결심한 얼굴로 핸들을 트는…
S#40. 한강 둔치 선착장
미끄러지듯 들어서 멈춰서는 지은의 자동차…
운전석 문 열리고, 지은 내려서는…
한편, 조수석에 앉은 세훈 황당한 눈으로 보는데…
세훈 : (조수석에 앉은 채, 기가 막혀) 여기가 어딥니까?
지은 : (오버랩, 일각 표지판 눈짓하며) 저기 써있네요. 선착장!
세훈 :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대로 앉아 있는)
지은 : (열린 운전석 문으로, 뚫어지게 보며) 내가 문까지 열어 줘야 해요?
세훈 : (얼굴 굳어 쳐다보는)
지은 : (시선 맞추며, 진지한) 나 장세훈이란 남자한테 할 얘기가 있어요!
세훈 : (무슨 뜻인가 해서 잠시 보는, 그러다 조수석 문 열고 내려서는)
지은 : (내심 기쁜 얼굴 숨긴 채, 보며) 유람선 타 봤어요?
세훈 : (대답 없이 보는) …
지은 : (애교스럽게, 웃으며) 나두 안 타 봤는데!
S#41. 유람선 안 (밤)
CUT -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유람선
유람선 내는 한산한 풍경이다. 일각 갑판 위엔 지은과 세훈 서 있고…
두 사람 사이에 짧은 침묵 흐른다.
지은 : (보며) 고마웠어요, 오늘! (다시 시선 맞추며) 우리 또 언제 볼래요?
세훈 : (그 말에 놀라 보는) …
지은 : (애교스런) 난 앞으로 그쪽 계속 볼 계획인데…
세훈 : (부드럽지만 단호한) 이지은씨, 난 그럴 계획 없습니다.
지은 : (아무렇지도 않게) 그럼 지금부터 한번 세워봐요!
세훈 : (어이없는) 대체 누굴 닮았어요?
지은 : (오버랩, 빙긋 웃는) 나요? 오드리 햅번 닮았다구 그러던대. 우리 엄마가!
세훈 : (기막혀 웃는) …
지은 : (따라 웃는, 그리고 핸드백 열어 포스트잇 꺼내 세훈의 가슴팍에 탁! 붙이는)
세훈 : (뭔가 해서 떼어 보면, 분홍색 포스트잇에 - ‘ 미안했어요, 저번에 주유소에서 내가 함부로 굴었던 거’ 라고 적혀 있다)
(포스트잇 주머니에 넣으며 덤덤한) 잊어요, 나두 잊었으니까.
(옅은 미소, 툭 던지듯 내뱉는) 이 말 하려고 여기까지 온 겁니까?
지은 : (뚫어지게 보는) 장세훈!! (서슴없이) 우리 진짜 애인 할래?
세훈 : (당혹스러운) …
지은 : 나랑 애인 하자구!
세훈 : (진지한) 나하구 지은씨가 어울린다고 생각합니까? 우린 서로에게 맞는 상대가 아니에요. 아무런 공통점두 없구요.
지은 : 남자 여자가 좋아하는 데 공통점 같은 게 왜 필요하죠? 좋으면 그만이지!
(하다가 생각나 만년필 꺼내 보여주는) 자, 봐요. 우리두 공통점 있잖아요!
세훈 : … (눈동자 흔들리는) 지하철 타고 다니는 고학생하구 외제차 타고 다니는 오렌지하구 만나면
끝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지은 : (툭 내뱉지만 진심인) 어떻게 될지 우리가 한 번 해보면 되잖아요.
세훈 : (단호한) 난 끝이 보이는 길은 가지 않습니다.
지은 : (오버랩) 끝은 아무도 모르는 거죠! 왜 시작도 안 해보고 끝부터 생각해요?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서로에게 끌리고 있다는 건데!
세훈 : 난 그렇지 않아요.
지은 : (오버랩) 거짓말하지 말아요, 이러는 거 방어 본능이죠?
세훈 : (그 말에 눈동자 흔들리는데)
지은 : (동시, 그 표정 놓치지 않고 보는) 물론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게 더 좋을 때두 있죠.
(차분한) 하지만 숨기고 감추면 더 많은 걸 잃게 돼요. 이건 오랜 시간동안 외로움 속에서 배운 진리라구요.
나 고등학교 때 왕따였거든요! (숨 한번 들이쉬고, 진지한) 나처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봐요.
세훈 : (단호한) 남의 감정까지 맘대로 판단하지 말아요!
지은 : (잠시 뚫어지게 쳐다 보다 휙~ 돌아 난간을 향해 걸어가는데)
세훈 : (왜 저러나 하는 눈으로 보는)
어느새, 지은 난간 앞으로 다가 왔다.
지은 : (난간 바로 앞에 선 채) 좋아요, 그럼! 세훈씨두 날 좋아하고 있다는 거, 내가 증명해 보이죠! (난간 뒤로 넘어가는)
세훈 : (그 모습보고 놀라는) 뭐 하는 거예요?
지은 : (난간 잡고 아이처럼 억지부리는) 나 여기서 뛰어내릴 거야, 이 손 놔버릴 거라구!
세훈 : (외면하며 돌아서려는)
지은 : (난간 잡고있던 한 손 놓으며 소리치는) 야! 장세훈! 나 수영도 못한단 말이야!
세훈 : (그대로 서서 보기만 하는) …
지은 : 정말 그렇게 서있기만 할 거예요? (발 아래를 보는데, 흘러가고 있는 물살이 공포스럽다. 그러자 겁에 질려)
나 무서워 죽겠단 말야! (간절히 보는) 빨리 와서 내 손 잡아줘요! (진지하고 애절한) 세훈씨도 날 좋아하잖아요.
세훈 : … (그 시선에 붙잡혀 보는)
지은 : (강렬히 보는) 믿을게요. 세훈씨가 내 손 잡을 거라는 거. (두 눈 찔끔 감고 난간 잡고있던 한 손 마저 놓는 - 슬로우)
세훈 : (그 순간 달려가 지은의 손잡는 - 슬로우 - 그리고 지은을 번쩍 들어 안는데)
지은 : (동시, 세훈 품에 안기며 강렬히 보는) 이제 우리 관계는 시작됐어요!
세훈 : (보는)
지은 : - - - (그대로)
세훈 : - - - (그대로)
지은, 세훈을 와락 끌어안고 기습적으로 키스하는…
일각의 불빛이, 두 사람의 사랑의 시작을 축하해주듯 환하게 비추는데…
S#42. 몽타주
기차의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어두운 터널 안을 환히 비추고 있고…
한편 전속력으로 질주하던 기차는 이내 터널을 빠져 나오는…
기차 안, 환한 얼굴의 지은, 차창에 입김을 호호~ 분 후 유리창에 <알라뷰> 라고 쓴다.
그러자 세훈, 빙긋이 웃는…
어느 교외의 가로수 길, 지은과 세훈 손을 꼭 잡고 나란히 걷고 있다.
지은은 연신 세훈과 눈을 맞춰가며 행복에 겨운 얼굴인데…
그러다 장난기가 발동하는지 그림자 놀이하듯 세훈의 그림자를 툭~ 밟는다.
이에 세훈도 지은의 그림자를 밟는…
이내 서로의 그림자를 밟으려고 이리 저리 엉키며 뛰기 시작하는 두 사람…
두 사람의 엉키는 그림자에서…
- K 문고 (※ 다른 날입니다)
컴퓨터 공학 코너 앞에 선 세훈, 책 고르고 있다.
한편 지은, 세훈과 조금 떨어진 일각 엽서 코너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엽서를 보고 있는…
이때 세훈, 다가와 뭔가해서 보면, 불새<※35, 호텔에 걸려 있던 불새 그림과 다른 컨셉> 그림이 인쇄 된 엽서다.
한편 지은, 잠시 세훈을 바라보다, 손에 든 엽서들을 부채처럼 펴 얼굴 가리는…
세훈, 왜 그러나 해서 보는데…
지은, 엽서들로 얼굴 가린 채 세훈의 입에 뽀뽀하고, 킥킥 웃어댄다.
한편 당혹한 세훈, 엽서들을 뺏어 드는… 그러자, 지은 서운한 얼굴로 보는…
이에 세훈, 빙긋이 웃으며 손에 든 엽서들을 들고 계산대를 향해 앞서 걸어가는…
한편 지은, 그 모습 기분 좋게 보다 뒤따라가는데…
- 세훈의 캠퍼스 (낮) (※ 다른 날입니다)
지은, 세훈의 어깨에 기댄 채 벤치에 앉아 있고 세훈은 책보고 있는 중인.
이때, 옆 벤치에 앉아 있는 여자들 세훈 쳐다본다.
지은 : (세훈을 쳐다보고 있는 여자들의 시선 느끼자, 세훈의 다이어리 열어 포스트잇 꺼내 뭔가 그린 후,
세훈의 이마에 딱~ 붙이는)
세훈 : (놀라 떼어보면 ‘접근금지 표식‘ 그려져 있다, 기가 막혀 픽 웃는)
S#43. 주유소
일각엔 지은의 하얀 벤츠 보이고…
한편 지은, 세훈에게 도시락이 담긴 작고 예쁜 바구니를 건네는…
지은 :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보며) 세훈씨, 혼자만 먹어야 돼!
세훈 : (빙긋이 웃는)
지은 : (바구니 열어 비타민 병 꺼내 보이며) 비타민두 넣었다!
세훈 : (고마운 눈으로 보다 받는) 고마워… 어떡하지? 나 들어가 봐야 되는데…
지은 : (샐쭉 삐진척 하는) 맨날 나 혼자만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니구!
세훈 : (미안한 눈으로 보며) 그럼 내 호주머니 안에 너 넣구 다닐까!
지은 : (감격스럽지만 짓궂은) 어쩜 좋아! 닭살 돋았어!!
(소리) : 울리는 지은의 핸드폰
지은 : (핸드폰 받는) 미란이구나! (신난다) 정말? 내일 온다구! … 물론 Pick up 가야지! …
이번에도 니네 아빤 썸머 스쿨 때문에 뉴욕 가는 줄 알고 있는 거야? …
세훈 : (누군가 해서 보는)
지은 : (통화하다가 세훈 살짝 쳐다보며 속삭이듯) … 나 애인 생겼다!
시간경과
지은의 하얀 벤츠, 주유소를 빠져나가고 있고…
지은, 차창으로 손을 높이 내밀어 흔든다.
한편 일각에 선 세훈,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지은의 차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서 있는데…
알바(소리) : 형, 사장님이 찾으셔!!
S#44. 공항 입국 게이트 (다음 날)
미란, 게이트 나오고 있다.
심플하고 세련된 의상, 단아하지만 차가워 보이는 인상인데…
지은 : (미란 발견하고 반갑게 손 흔드는) 미란아! (다가가는)
미란 : (반갑다) Hi~! (달려와 지은을 끌어안는)
S#45. 에스컬레이터
지은과 미란 나란히 서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오는 중인.
곧게 쭉 뻗은 미끈한 미란의 다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미란 : (어이없다는 듯) 사랑? 지금 사랑이라고 했니? 너 그 사람 사귄 지 이제 한 달 좀 지났어.
지은 : 시간이 무슨 상관이야, 중요한 건 감정이 얼마나 깊은 가지. 넌 사랑을 안 해봐서 모를 꺼야!
나, 그 사람하고 있을 때면 하늘과 땅이 빙빙 돌아서, 방향감각까지 잃게된다!
여기가 어딘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었는지, 아무 것도 생각 안나. 미란아, 나 그 사람이랑 단 1초두 떨어져 있기 싫어!
미란 : 넌 지금 그 사람을 사랑한다기 보단 사랑자체를 사랑하고 있는 같다! 내가 보기엔. … 그 사람 Royal Family니?
지은 : (당황스러움 감추며) 난 조건 같은 걸루 사랑하는 거 아냐! 너두 만나보면 내가 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됐는지
알게 될 꺼야… (별 생각 없이 장난스레) 아마 너두 보면 반하게 될껄!!
S#46. 지은의 집 아침 전경
지은(소리) : (황당한) 그러구 병원 갈려구?!
S#47. 지은의 차 안
CUT - 거리 달리고 있는 지은의 하얀 벤츠.
핸들을 잡고 있는 지은, 룸미러로 보면,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채, 커다란 선글라스 게다가 장갑까지 낀 조현숙, (오드리햅번 패션) 뒷자리에 우울한 얼굴로 앉아 있다.
조현숙 : (푸념하는) 병원을 다니면 뭐해. 살맛이 안 나는데… (한숨쉬고) 한숨쉬는 것도 지겨워~
지은 : (눈치 살피는) 엄마, 이 노래 좋아하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Moon Riv(소리)r" 튼다.)
M : Moon Riv(소리)r
조현숙 : (기분 풀어지는 듯 노래에 취한)
지은 : (기분 맞춰주는) 작년 겨울에 엄마 보스턴 왔을 때, 왜 내 의상 발표회 때 말이야,
그때 내 친구들이 엄마 보구 뭐랬는 줄 알어? 언닌 줄 알았대. 내가 엄마라구 아무리 말해두, 안 믿더라니까!
조현숙 : (오버랩) 내가 젊어 보이긴 하지. (기분 좋아져 노래 흥얼대는데 시야에 산동네 풍경 들어오는)
아직도 서울에 저런 동네가 있네.
지은 : (산동네 보니 세훈 생각나는, 걱정스럽다) 엄마,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너무 너무 가난해서,
내가 저런 산동네에 살게 되면 도와 줄꺼지?
조현숙 : (기막혀 발끈하는) 뭐? 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지은 : (눈치보며) 아니…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사람일은 모르는 거잖아. 내가 가난한 남잘 사랑하게 될지두…
조현숙 : 얘, 너 때문에 도루 우울해 질려구 하잖아! 지은아, 사람은 말이야 부류라는 게 있어. 끼리끼리 만나야 잡음이 안 생겨.
지은 : (샐쭉해져) 아빠두 뭐 가난했잖아.
조현숙 : 그래서 니 외할아버지가 얼마나 반댈 했는데! 너 안 가졌으면 니 아빠랑 결혼 못 했지! (말하고 보니 아차! 하는데)
지은 : (놀라) 어머, 그랬어? 엄마 아빠 속도 위반해서 결혼 한 거야?
조현숙 : (민망해 헛기침하는)
지은 : (순간 얼굴에 회심의 미소 스치고) …
조현숙 : (계기판 보며 말 돌리는) 기… 기름 넣어야겠네! 운전하기 전에 체크했어야지.
CUT - 거리
지은의 차, 신호에 걸려 멈춰서는.
세훈의 주유소 근처다.
조현숙 : (주유소 시야에 들어오는) 호진네 주유소에서 기름 넣구 가자.
지은 : (세훈과 마주치게 될까봐 당황하는) 어? 나중에 넣어두 돼, 병원까지 가구두 남어.
조현숙 : 이왕이면 호진네서 넣어야지. 그렇잖아도 호진이 엄마 한 번 볼까 했는데…
S#48. 주유소
지은의 하얀 벤츠, 주유소 안으로 들어서 멈춰서는.
이때, 손님 차에 주유하고 있던 세훈, 지은의 차가 들어서자 반가워 얼굴 환해지는데,
동시, 조현숙 차 문 열고 내리는.
한편 세훈, 조현숙 보고 얼굴 굳는, 그리고 차에서 내리는 지은과 눈 마주치는데…
조현숙 : (세훈 향해) 사장님 계셔?
세훈 : (당황하다 침착하게) 아직 안 나오셨는데요. (주유하던 손님 차, 주유 끝내고 호스를 주유구에서 빼는데)
조현숙 : (동시, 다시 차에 타려다 세훈이 들고 있는 주유 호스에 발이 걸리는…
그 순간 자신의 신발에 기름 튀자 정색하며 소리치는) 어머머~ 어따 기름을 튀는 거야!
세훈 : (당황하는, 옆에 놓인 걸레로 조현숙 신발에 튄 기름 닦아주려 몸 숙이는) 죄송합니다.
조현숙 : (기겁하며 발 떼는, 신경질난) 이봐요! 지금 어디다 걸레를 들이대!
세훈 : (모멸감에 얼굴 굳는) …
지은 : (당황) 엄마가 호스 찼잖아. (세훈 보며 미안해 어쩔 줄 모르고)
조현숙 : (날카로운 목소리로 짜증내는) 넌 가만 못 있어!
지은 : (입 다무는) …
조현숙 : (기름 냄새에 머리가 아픈지 인상쓰며 세훈 향해) 됐으니까, 저리 가요, 기름 냄새나니까!
세훈 : (모멸감에 더욱 얼굴 굳어지는) …
조현숙 : (세훈에게 신경질 내는) 비키라니까! 저리 좀 가요!
세훈 : (애써 참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 여전히 얼굴 굳어 있다) …
조현숙 : (기름 묻은 구두 보며) 아휴… 속상해! 이 구두 실크란 말이야…
(곱지 않은 시선으로 세훈 한 번 힐끗 쳐다본 후 차에 오르는)
지은 : (어쩔 줄 몰라하며 세훈 보는) …
세훈 : (지은과 눈 마주치자 고개 돌려 외면하는)
조현숙 : (동시, 지은 향해, 소리치는) 뭐하니? 빨리 안 타구?
지은 : (마지못해 운전석에 오르는)
지은의 하얀 벤츠, 주유소 빠져나가는…
세훈, 멀어지는 지은의 차 굳은 얼굴로 바라 보는… 이어 손등에 파란 힘줄이 돋아날 정도로 주먹 꽉 쥐는…
S#49. 병원 앞
미끄러지듯 멈춰 서는 지은의 자동차.
조현숙, 내려서고…
지은 : (거짓말하는, 조심스럽다) 엄마, 나 있지 급하게 가볼 데가 있거든. 미… 미란이하구 약속 한 걸 깜빡 했어!
(급히 출발하는)
조현숙 : (황당해 보는)
S#50. 주유소
세훈, 손님 차에 주유 끝내고, 차 앞 유리 닦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고…
지은, 어미닭 따라다니는 병아리 마냥 세훈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지은 : (애원하듯) 화 많이 났지? 화 풀어. 응? (떼쓰듯) 세훈씨이!~
세훈 : (계속 유리 닦으며 덤덤한 목소리) 화 안 났어.
지은 : (표정 살피며) 화났는데 뭘… (조심스럽게) … 있잖아, 내가 울 엄마한테 세훈씰 소개하지 않은 건…
세훈 : (오버랩) 그만해, 니가 무슨 말하려는지 다 아니까.
지은 : (애교부리는) 세훈씨 화 풀릴 때까지 나 저기 가서 손들고 서 있을까? 아니, 물구나무라두 설까?
세훈 : (냉정한) 애처럼 굴지말고 그만 가. (돌아서는)
지은 : (오버랩, 철없는) 그럼 날 애라고 생각하고 용서해주면 되잖아!
세훈 : (들은 척도 안 하는)
지은 : (냉정한 행동에 당황해 세훈의 팔 잡아채며) 우리 얘기 좀 해.
세훈 : (단호한) 나중에. 지금 나 일하고 있잖아.
지은 : (황당하다, 더 이상 말 잇지 못하는) …
이때 화장실에서 나온 차주인, 차에 오른 후, 출발하자 세훈 인사하는…
지은 : (발끈해 심통 났다) 화 풀기 전까지 나 여기서 한 발짝도 안 움직일 거야. (일각에 확~ 주저앉아 버리는데)
세훈 : (보며 한숨 내쉬는)
S#51. 지은의 차안
CUT - 주유소 근처 거리 일각
지은의 하얀 벤츠, 정차되어 있다.
운전석에 앉은 지은과 조수석에 앉은 세훈, 분위기 무겁다,
세훈 : (단호하다) 우린 서로에게 맞는 상대가 아냐. 잠시 잊었던 그 사실을 오늘에서야 다시 깨달았어.
지은 : (어이없다) 무슨 뜻이야?
세훈 : (낮은 목소리) 내가 현명했다면 널 만나지 말았어야 했단 얘기야.
(깊은 한숨 내쉬는) 지은아, 난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지은 : 나 세훈씨한테 바라는 거 없어, 그냥 내 옆에 있어주면 돼.
세훈 : (냉정하다) 끝이 보이는 길, 나 더 이상 가기 싫다!
지은 : (애원하며 설득하는) 우리 집에서 내가 세훈씨 만나는 거 알면 분명히 반대할거야,
우리 사귀는 거 지금은 비밀이지만 세훈씨 졸업하구 자리 잡으면 그땐…
세훈 : (오버랩, 자존심상한) 그렇게까지 하면서 내가 널 왜 만나야 하지?
지은 : (너무나 당황스러워 눈물까지 고이는) 우… 우리 서로 사랑하잖아!
세훈 : (오버랩, 냉정하다) 사랑? 사랑은 단지 사랑일 뿐이야. 이제 그만 끝내자. (차 문 열려는데)
지은 : (순간, 자동 도어락 잠가 버리는)
(소리) : 동시 ‘찰칵’ 하며 도어락 잠기는 소리
세훈 : (어이없는) …
지은 : (눈물 흘리며 울먹이는) 어떻게 끝내자는 말을 이렇게 쉽게 할 수 있어? 그 동안 우리가 만났던 시간들이,
아무 것도 아니었단 말야? 어떻게 이렇게 냉정할 수가 있어! 난 이대루 절대 끝낼 수 없어, 절대루!
세훈 : (한숨 쉬고, 차분한)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어.
지은 : (말문 막히는) … 끝내자는 말 진심이야?
세훈 : (단호하다) 응. (고개 돌리는)
지은 : 내 얼굴 쳐다 보구 말해. (소리치는) 나 보구 말하란 말이야?
세훈 : (보는, 눈동자 흔들리지만 이내 단호해지는) 우린, 끝난 거야. (잠긴 도어락 푼 후, 조수석 문 열고 내리는)
한편 지은, 멍하니 앉아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흐릿해진 시야에 프론트 글라스 너머로 멀어져 가는 세훈의 뒷모습 들어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