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폐증 환자 1
성희직
광부들의 심장을 노리고 달려든다
방진마스크 낡아빠진 그 방패로는
막아낼 수 없는
공포의 새떼 죽음의 새떼
힛치콕의 새
새들은
광부의 몸 속 깊이 숨어들고
허파 위에다 둥지를 틀고
날카로운 부리로 생몸뚱이를 쪼아
광부의 몸은 꼬챙이로 말라가고
광부의 숨결은 자꾸만 가빠진다
생목숨이 깨어지고 부서질 때보다
몇 배나 무섭고 두려운 건
진폐증이라 불리는
이놈의 새떼의 날카로운 부리
세계의 어느 조류백과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이놈의 새떼는
어둡고 비좁은 지하막장에
무리를 지어 서식하면서
인간의 폐를 쪼아먹고 산다
모기보다 훨씬작다
독수리, 아니 콘도르보다 훨씬 크다
아직 새의 크기조차 알지 못하는
눈부시다는 현대의학 현대과학
그러기에 한번 쪼이면 치료불가능
진폐병동에서 벌써 몇 년째
아내의 계호 받던 환자 하나가
오늘 아침 산소호흡기를 떼어버렸다
뼈만 앙상하게 남아
어린애처럼 가벼워진 몸뚱아리를 안고
서러운 눈물 펑펑 쏟는 아내
눈물도 말라버린
울어줄 기력도 남아있지 않은
병실에 남은 동료 환자들
가슴으로 울면서 기도를 한다
"광산이 없는 나라
진폐증 없는 세상에서 다시 만나세"
카페 게시글
명시감상
진폐증 환자 1 성희직
박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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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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