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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표 없는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청풍명월
☪ 천년의 질문 - 조정래
이 책은 소설이다. 지난 6월에 세상에 나온 것이니까 올해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근간에 출간된 책이다. 아직 광고도 보지 못했는데 어제(8.18) 창기(아들)가 갖다 주어서 읽고 있다. 이전에 조정래의《태백산맥》《한강》《아리랑》등은 민족사 즉 민족의 애환을 다룬 것이었던데 반해 《천년의 질문》은 지금 현재를 다룬 책이다. 표지에 ‘오늘, 당신에게 대한민국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묻고 ‘국가를 삼켜버린 권력의 핵심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가? 거대 자본에 휘둘려 인간을 소외시킨 현 상황을 통찰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재편하는 조정래의 장편소설’《태백산맥》으로 분단의 현실을 꿰뚫은 작가 조정래 《정글만리》로 세계경제를 진단하고 《천년의 질문》으로 마침내 우리의 현재와 마주하다! 라고 했다.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사회를 재단하고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모하기까지 한 지는 누구나 다 잘 알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스스로의 과거는 돌아보지 않고 아니 못하고 나중에 역사가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마구 주절 되기도 한다. 그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거나 자기 생각과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나름대로 세상을 꿰뚫어 보고 또 평가에 대해 뭇매라도 맞을 각오로 이글을 쓰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뭘 그리 놀래? 유능한 사회학자께선 OECD에서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매년 여러 분야에 걸쳐서 실시하고 있는 통계조사를 잘 아시잖아? 이혼율 1위부터 시작하는 거”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 청소년 자살률 1위, 비정규직 비율 1위, 출산율 꼴찌, 청소년 학습 만족도 꼴찌, 국민행복지수 꼴찌... 그리고 보니 지옥이 따로 없군요. 침몰 직전의 배꼴이에요.”
“안 그러면 이상하지. 숱한 공무원 나리들께서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며 제멋대로 법 이기고 악용해 가며 제 잇속이나 챙기고 있으니 이런 꼴 될 수밖에”
“아이고 이 나라가 어떻게 되는 거지요?”
“이 지경이 된 책임이 누구한테 있을까? 백만 공무원들한테? 천만에! 바로 국민한테 전적으로 책임이 있어”
“국민이요?”
“제길, 사회학자가 이리 놀라시니 개돼지인 국민들이야 깨닫지 못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지. 아까 말한 것 있잖아. 국민 대중의 집단 망각증, 그리고 집단 무관심, 국민들이 이 두 가지 중병에서 완전히 벗어나 두 눈 부릅뜨고 각 분야 공무원들과 여러 권력 집단들을 감시, 감독하지 않고서는 백년 아니 천년이 지나도 안 고쳐져”(1권 54쪽)
※참고 될 뉴스? 2019년 8.27일자 연합뉴스는‘지난해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 평균연령이 42.1세로 전년도보다 0.6세 높아졌다고 보도하면서, 주민등록인구는 모두 5천 183만 명,이 가운데 1971년생 '돼지띠'들이 가장 많았다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작년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 행정구역, 공무원 정원, 지방자치단체 예산 등 통계를 정리한 '2019 행정안전통계연보'를 발간했다고 발표했다.
통계연보는 정부조직과 행정관리, 전자정부, 지방행정, 지방재정, 안전정책, 재난관리 등 8개 분야에 걸쳐 모두 323개 통계표로 주민등록인구는 5천182만6천59명으로 전년 대비 0.09% 증가했고 평균연령은 42.1세로 0.6세 올라갔다고 했다. 남성의 평균연령은 40.9세, 여성은 43.2세로 여성이 2.3세 높았다.
가장 인구가 많은 연령은 1971년생 47세로 94만2천734명으로 집계됐다. 남성이 47세인데 반해 여성은 58세(1960년생)로 차이가 있었다. 시도별 평균연령은 세종이 36.7세로 가장 낮았고 전남이 45.6세로 가장 높았다. 전체 공무원정원은 107만4천842명, 전년도보다 2.5%(2만5천812명) 증가했으며 여성공무원 비율은 46.7%로 0.7%포인트 올라갔다. 기관·유형별로 소방공무원이 9.0%(4천288명)늘어 가장 큰폭 증가했고 경찰공무원 2천599명, 교육공무원은 3천294명 늘었다.’(권수현 기자)
“2008년 IMF 전에 나는 중산층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75%였는데 지금은 나는 빈민층이라고 응답하는 사람이 47%나 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역대 정권들이 무책임하게 비정규직을 해결하지 않고 IMF사태로 무너져 버린 중산층이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극심한 두 번째 나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건 우리사회에 큰 불행이 닥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일찍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설하셨습니다. ‘뭇 짐승들은 모아 쌓지 놓지 않고 서로 고루 나눔으로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사람만이 모아 쌓아두려는 탐욕 때문에 늘 다툼이 생기고 모자란다고 느낀다.’ 또 같은 부처님의 땅인 인도의 간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구상에서 나오는 모든 생산물은 인류가 고루 나누어 먹고도 남는다. 그러나 부자들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모자란다.’우리 모두 적당히 필요한 만큼 갖고 다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반드시 비정규직을 없애 중산층을 회복해야 하고 기필코 빈부격차를 줄여야 합니다.
중이 이런 말하면 목탁이나 치고 염불이나 외울 것이지 무슨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느냐고 부자들은 다 싫어할 게 뻔합니다. 늘 중생들의 근심과 괴로움과 슬픔과 함께하는 것이 바른 구도의 길 아니겠습니까? 불자여러분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돈을 머리 위로 섬기는 사람과 발 아래로 부리는 사람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머리 위로 섬겨야 하는 것은 한 가지뿐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돈은 꼭 필요한 것이되 언제나 경계해야 하는 요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늘 내가 돈을 섬기려 하는 게 아닌가 하고 경계하며 사는 것이 바른 불자의 길일 것입니다. 돈은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느 때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점을 늘 경계하며 살아야 부처님의 가르침도 바르게 귀에 들리고 마음에 불국토를 지니고 평온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소승 이만 마치겠습니다. 불자님들 성불하십시오. (1권 281쪽)
“남산의 겨울은 삭막했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산인데도 적막했다. 소음이 가장 심한 한낮인데도 산은 적막했다. 그 적막은 겨울 산이 발산하는 마력이었다. 나무들은 잎을 다 떨구고 가지들만 앙상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뼈를 드러내고 추위를 견디는 모습들이 서늘하면서도 숙연했다. 그 독특한 겨울 산의 분위기가 적막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나목들 사이로 드문드문 서 있는 침엽수의 푸른 잎들마저 활엽수들의 실가지로 변모한 듯 적막감을 더 깊게 했다. 그 겨울 산이 발산하는 마력 앞에서 도시의 소음은 감히 범접을 못하고 있었다.
황원준 검사는 겨울 산의 그 적막감이 가슴으로 밀려드는 걸 느끼며 남산 비탈길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2권 232쪽)
“해남, 서울에서 좀 멀어서 그렇지 아주 좋은 곳입니다. 우선 다도해를 낀 경치가 아주 빼어난데 해안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시쳇말로 끝내준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기막히게 아름답습니다. 두 번째는 긴 해안선을 따라 각종 해산물이 사철 풍성하게 잡힙니다. 싱싱한 회에 소주 마시기가 그보다 좋은 데가 없습니다. 서울 술값 3분의 1도 안 듭니다. 세 번째로 중요한 역사현장과 유물들이 해남 관내는 물론이고 그 주변 지역에도 아주 많습니다. 이순신장군의 자취가 뚜렷이 남아 있는 충무사가 있고 조선 시대의 유명한 시인 고산 윤선도의 고택 녹우당도 있고 같은 윤씨 집안의 화가 공제 윤두서의 그 유명한 자화상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륜산의 신비스러운 연꽃 봉오리 아래 자리 잡은 대흥사도 볼만할 뿐 아니라 그 큰 절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것이 많습니다. 중국에서까지 명필로 꼽힌 추사 김정희를 비롯해 역대 명필들의 글씨로 새겨진 현판들이 많고 다선(茶禪)이라 칭하는 조선 녹차의 맥을 부활시킨 초의선사 향기가 서려 있습니다. 그리고 해남읍내에서 북쪽으로 30분쯤 가면 강진에 귀양살이 갔던 다산 정약용의 다산초당이 있고, 남쪽으로 30분쯤 가면 이순신장군이 대승을 거둔 유명한 명랑해전의 현장인 울돌목이 있습니다. 이런 데만 구경하고 다녀도 1∼2년은 금방 지나갈 겁니다.”
(2권 244쪽, 황원준 검사로부터 해남으로 좌천되어 간다는 말을 들은 장 우진 기자가 그를 위로하며)
이쯤에서 출판사의 리뷰를 보도록 하자. 이것을 보면 전체 3권으로 된 이 책의 내용을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천년의 질문》은 어쩌면 너무 말이 많다는 것을 혼자 생각하게 되는데 긴 대화보다는 짧은 대화로 박진감을 더하고 심리적이고 주인공의 내적인 묘사를 비중 있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다름대로 해 본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수천 년에 거쳐 하나의 거대한 집단, 즉 국가에 소속되어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되물었을 법한 질문인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이고도 치열한 질문에 대한 뜨거운 응답을 던진다. 국가의 정체를 밝히고자 한 동서양의 연구서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관점에서 국가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자 했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직접 만나 심층적으로 취재함으로써.... 21세기 국가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다각도로 조명하고자 했다. 소설은 21세기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본과 권력에 휘말려 욕망을 키워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월급 통장에 매달 ‘0원’을 찍으며 사건 취재에 고군분투하는 기자의 노력,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동료들이 낙엽 떨어지듯 일자리를 잃자 자신이 낳은 두 아이의 눈빛까지 무서워졌다는 만년 시간강사의 고뇌가 술회되는 동시에 비자금 장부의 행방을 추적하는 재벌그룹 구성원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그려진다.
‘개천에서 승천한 용’인 서울대 출신 수재는 재벌가 사위로 발탁된 후 온몸을 다 바쳐 신분상승을 꿈꾸지만 결국 죽어도 진골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비자금 장부를 훔쳐 잠적하고, 재벌의 유화정책으로 굳게 입 닫은 언론에 좌절한 기자와 그를 회유하기 위한 재벌 정보원의 전방위적 시도가 긴박하게 연출된다. 눈앞의 이익을 챙기기에 혈안인 국회의원과 사업가, 변호사 등의 아귀다툼은 치열하기만 하다. 작가는 수십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들에게 생생한 캐릭터를 부여해 정경유착의 실태와 비정규직 문제, 급격한 사회 양극화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현재를 드러낸다. “입법·사법·행정이라는 국가권력에 재벌·언론이라는 사회 권력이 야합하여 온갖 비리를 조장하고 있는” 현실에서 작가는 불법 비자금, 전관예우 문제 등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는 권력범죄의 실태를 소설로 형상화함으로써 상위 10퍼센트가 전체 국민 소득의 절반을 독식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유지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한다. 국권상실, 동족상잔, 군부독재의 뼈아픈 역사를 건너온 국민의 애환을 소설에 담아내며 그동안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 반드시 피어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조정래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도 한 걸음 내디딜 변화의 길을 그려냈다. 나와 내 이웃을 위한 작은 실천만이 거대 권력의 독재를 막을 수 있으며, 우리 모두 함께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머지않은 때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믿음은 작가가 오늘도 원고지 앞에서 당당할 수 있게 해주는 밑거름이다. 자본과 권력에 빼앗긴 국민으로서의 권한을 찾는 일이 의외로 간단하고 쉬운 일임을 일깨워주는 《천년의 질문》은 무거운 현실에서도 국민 스스로 깨어나야 국민으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국민 깨우기의 자명종이 될 것이다. 양극화의 파고 속에 휩쓸려 좌충우돌하는 현대인의 욕망과 갈등, 조정래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이 좌초된 사회를 바로 세울 희망의 탈출구를 찾는다! 등장인물 소개 - 장우진 ‘일제강점기 김원봉 열사가 독립운동하듯이’기사 쓰기에 몰두하고 있는 40대 후반 언론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시사주간지 심층추적팀에서 일하며 제보자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고, 가진 자의 회유와 협박에도 흔들리지 않는 열혈 기자. - 고석민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십여 년 동안 이 대학, 저 대학을 전전하며 밥벌이 중인 시간강사로 믿었던 모교에서조차 교수 자리를 잡지 못한 현실에 고통 받는다. 아내가 다니던 출판사가 부도 처리되자 평소 권유받았던 대필 작가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 이유영 19년 차 초등학교 교사이자 장우진의 아내. 초등학교 동창인 남편과의 사이에 중3 아들이 하나 있다. 취재를 이유로 매달 월급통장에 0원을 찍는 남편의 행동을 묵묵히 감당해 왔으나, 어느 날 취재 무마를 이유로 거금을 제안받자 깊이 갈등한다. - 윤현기 보좌관일 때 모셨던 국회의원에게 충성을 바치고 그 지역구를 물려받은 후 당당히 재선에 성공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현직 국회의원. 도청과 감청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철저한 자기 관리로 실속 있게 이권을 챙기고 보좌관들에게 사랑받는다. - 최민혜 거대 로펌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직접 법무법인을 세워 일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활동하는 30대 변호사. 힘없고 약한 이들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도와주는 일에 보람과 긍지를 갖는다. - 김태범 서울대 상대 재학 시 성화그룹 회장의 사윗감으로 발탁된 후, 회사의 안위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헌신했으나 한 핏줄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장 자리에는 앉지 못하는 불우한 수재. 수조 원의 비자금 서류를 챙겨 잠적함으로써 그룹의 추적을 받는다. - 한인규 성화그룹의 미래 전략을 세우는 창조개발실 사장으로 대외 로비와 비자금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회장의 사위인 김태범이 잠적하자 평소의 수완을 유감없이 발휘해 언론의 보도를 막고 정보원을 동원해 그의 행방을 추적한다. 어느 가을날 저녁 무렵, 시사주간지 기자 장우진과 그의 대학 후배이자 사회학과 시간강사인 고석민은 종로통 한 선술집에서 오랜만에 회포를 푼다. 아내가 다니던 출판사가 폐업하자 생계에 곤란을 겪게 된 고석민은 고향 선배이자 국회의원인 윤현기가 신문 칼럼을 대신 써달라고 한 평소의 부탁을 들어주며 생계를 이어가는 중이다. 90년대 초, 대학을 다닌 두 사람은 나라가 민주화의 길로 들어서자 대학 현안에 집중해 학원 자주화 운동에 몰두하고 ‘세상바꿈동아리’를 만들어 사학재단의 전횡을 막기 위해 함께 싸웠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꼿꼿한 장우진에게 윤현기의 이름으로 쓰여진 칼럼을 신문에 실어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하는 고석민은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 한편, 장우진이 취재 중인 성화그룹 비자금 사건이 기사화 단계에 이르기도 전에 취재사실을 알아챈 성화그룹 창조개발실은 기사화를 무산시키고자 장우진 주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긴밀하게 로비를 진행한다. 장우진을 초등학교 때 만나 첫사랑으로 결혼에 이른 이유영에게도 예외는 없다. 19년째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녀에게 고등학교 졸업 이후 연락 한 번 없던 친구가 느닷없이 찾아오고 취재를 막아주면 한 해 20억은 충분히 벌 수 있게 해주겠다며 회유하는데……. 윤현기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박 의원’에게 지역구를 물려받아 재선에도 성공한 국회의원으로 인생의 멘토인 ‘박 의원’의 말씀을 깊이 간직하며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임을 이용해 이익 쌓기에 집중한다. 갑자기 성화그룹에서 만나자는 요청이 오자 윤현기는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은근히 뜸을 들인다. 성화그룹 창조개발실 한인규 사장은 윤현기가 고향 후배인 고석민과 연락을 하는 사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만약 고석민을 시켜 장우진의 취재를 막는다면, 다음 선거의 비용 절반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한다. 예상치 못한 횡재 앞에서 윤현기는 마음이 급히 동한다. 성화그룹의 비자금 장부를 가지고 잠적한 사람이 그룹회장의 사위 김태범이며, 그의 행방을 아는 이는 가족뿐이라는 정보를 얻은 장우진은 수소문 끝에 김태범의 여동생인 김은경과 학연이 있다는 최민혜 변호사를 찾아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으로 향한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김은경은 오빠가 잠적한 지 일주일이 넘어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아무에게도 그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는다. 장우진은 김태범의 대학 동창이자 무역회사 킹의 대표 서원섭을 찾아가 김태범이 성화그룹의 사위가 된 경위와 함께, 결혼 이후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성격이 변해 여성들에게도 포악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1945년부터 2002년까지 분단 57년째, 그동안 남과 북의 정치세력들은 서로를 원수, 주적으로 삼고 분단을 획책해 왔다. 그런데 젊은 남남북녀들은 단 며칠 사이에 철통같이 여겨져 온 정치적 분단의 벽을 허물어버리며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은 것이었다. 그것은 민족 동질성이 발휘한 기적 같은 힘이었고, 민족 동질성만이 꾸며낼 수 있는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그리고 16년의 세월이 흘러 민족 동질성은 다시금 분단의 벽을 허물며 한 물줄기로 흐르려는 용틀임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이룩해 낸 크나큰 성과였다. 남북단일팀 결성은 그야말로 번개 치듯 이루어졌고, 전 정권 같았으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 누구나 기적이라는 말에 동의하고 기뻐했다. 짧은 시간에 상상력이 따라갈 수 없도록 신속하게 이루어진 단일팀 성사는 서로가 진정한 마음만 있으면 남북한 간에 못 할 일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본보기였다.
남북단일팀(여자 하키팀)은 한 점도 더 추가하지 못하고 스웨덴에게 1대6으로 졌다. 그런데도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얼음 위를 뛰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스텐드의 관중들은 그들에게 기립박수를 한정 없이 보내고 있었다. 지고도 박수를 받은 것이었다.”(3권 18쪽)
연일 터져 나오는 초고령화 문제(9.15일자 중앙일보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일본’) 조국장관 임명과 관련한 여야간 정치갈등, 천정부지로 치솟는 의료비, 복지예산의 팽창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런 나라에 살아서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면 이민이라도 가야하는가? 정말로 회답은 없는 것인가를 고민한 저자는 그 회답을 외국의 예에서 찾았다. 장우진 기자를 통해서 그것을 말하고 있다.
“저는 오늘 제 생애 중에서 가장 큰 충격과 경이로움과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스웨덴과 한국은 국회와 정치인들의 태도가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스웨덴 정치인들이 이렇게 깨끗한 정치를 하게 된 비결은 무엇입니까?”
“비결? 비결은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약간씩 있을 뿐 서유럽 여러 나라들의 정치상황은 거의 비슷합니다. 그 나라들이 오늘날과 같이 되는 때는 지난 400년에 걸친 노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시민들의 자각과 노력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 자각과 노력이란 다름 아닌 시민들의 직접적인 감시와 감독을 말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권력은 감시와 감독 그리고 견제가 없으면 반드시 횡포하고 부패하고 타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고 또 인간의 속성입니다. 그 좋은 증거가 봉건시대의 절대왕정들입니다. 그러니까 민주주의란 시민들이 자유와 평등과 평화를 조화시켜 창조해낸 화초이고 그 화초는 철저히 감시감독 하지 않고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없는 것입니다. 서유럽 여러 나라의 시민들은 서로서로 보고 배우며 감시와 감독조직을 철저하게 가동시켜 오늘날의 민주정치 꽃을 피워낸 것입니다.”
“그 감시감독 조직이란 시민단체를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비영리 민간단체!”
“스웨덴은 현재 그런 단체가 얼마나 됩니까?”
“대강 2십3만2천여 개입니다.”
“네에... 2만3천2백 개가 아니고?”
장우진은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장우진 일행을 맞아 안내한 스웨덴 국회의원 안데르손은 이어 말했다.
“나라마다 인구 차이 때문에 시민단체 수도 조금씩 다릅니다만 제가 기억하기로 대충 핀란드가 14만 4천개, 프랑스가 100만개, 영국이 87만개, 네덜란드가 6만5천개 정도입니다.”
장우진은 숨이 막혔다. 한국은 인구에 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수가 몇 십 개에 불과한데 이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민주주의를 포기해 버린 국민들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안데르손은 말을 이어갔다.
“국민들이 감시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모든 권력자들은 그 순간 황야의 포식자 하이에나로 돌변하게 됩니다. 그건 권력자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권력 자체의 속성이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국민이 감시감독을 소홀히 하는 직무유기를 저지르라고 기회를 주고 허락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그리고 국민이 저지르는 가장 큰 어리석음과 망상은 정치인들이 자기네가 원하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주리라고 믿고 방심하는 것입니다. 결론은 이것입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입니다.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심장이 뛰듯이 살아 움직이지 않고서는 그 사회와 국가는 병들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는 시들어 꽃을 피울 수 없다는 절대불변의 사실입니다.”(3권215쪽)
그래서일까 책 표지에도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한다.” -플라톤- 라고 했는가.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민중이, 엘리트들에게 통치를 위임한 게 아니라 스스로를 다스리는 제도다. 시민의회는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를 모방한 것이면서 동시에 아테네 민주주의의 결함, 즉 숙의의 결여를 보완한 것으로 현대사회에서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선거 때마다 탁월한 지도자의 출현을 기대했으나 결국은 실망하여 차악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딜레마에 늘 빠진다. 그 결과 지금은 서구식 ‘자유민주주의’의 종언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원래 민주주의란 지도자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잘났든 못났든 민초들 자신이 공적 공간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대화를 통해서 최선의 집단적 지혜를 얻는 방식이다. 엄밀히 말하면 민주주의에서는 사회자가 필요할 뿐, 지도자란 필요 없는 존재이다. 추위를 무릅쓰고 우리가 몇 달 동안 광장으로 나간 것은 단지 ‘지도자’하나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었다.”(3권 368쪽)
소설은 장우진 기자가 기자직을 내려놓고 시민단체인 ‘너나〃사모’를 만들고 유튜브에 나와‘너나〃사무’를 소개하면서 끝난다. 하지만 내 안에는 영원히 분출할 것 같은 분노와 욕망 그것이 계속될 것만 같다. 안녕! 2019.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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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표 없는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청풍명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