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한흠 목사님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천국에 가셨다. 필자는 그 분을 내수동교회 대학부 시절부터 알았다. 필자의 부친을 제외하고 내게 가장 영향을 크게 끼친 두 번째 목사님이시다.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 한 영혼에 대한 열정으로 온 생애를 헌신했던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비록 하나님의 뜻을 다 알 수 없지만, 너무나 아쉽고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다. 아직 할 일이 너무 많으시고 한국교회 갱신의 과업도 커다랗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교회와 한 영혼에 대한 그 열정과 의지를 어떻게 몇 자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러나 추모하는 마음으로 담아 그 동안 외치셨던 교회 갱신의 목소리를 담아 본다. 옥한흠 목사! 한 마디로 그를 ‘우리시대의 교회 갱신을 위한 선지자’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1996년 3월 7일 140명의 본 교단 소속 목회자들이 창립한 ‘교회 갱신을 위한 목회자 협의회(이하 교갱협으로 줄임)’이 바로 그 증거이다. 교갱협은 전적으로 옥한흠 목사의 가슴과 심장을 통해 태어났다. 그뿐인가? 1998년 11월 26일에는 14개 교단이 참여하는 한국 기독교 목회자 협의회(이하 한목협으로 줄임)의 설립도 또한 옥한흠 목사의 비전을 통해 태어났다. 그 배경과 동기를 살펴봐도 그 흔한 전혀 정치성이 전혀 없고 게다가 권력지향성이나 자기 과시의 야망 또한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그의 명성이나 교회 규모 등을 볼 때에 얼마든지 인간적인 동기와 야망, 정치적 배경이 존재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는 한국교회 상황을 비유적으로 말하길 밑바닥에 구멍 난 배를 타고 있으면서, 물이 콸콸 들어오는 구멍 막을 생각은 까맣게 잊은 채 생명 부지를 위해 그저 배안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철저히 제자훈련과 소그룹을 통해 목양일념으로 충성스럽게 자신의 목회에 최선을 다한 그가 굳이 교갱협과 한목협을 창설하며 그 판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우리시대의 교회와 목사, 성도들을 보면서 말할 수 없는 위기의식과 아픔, 통탄한 심정을 가졌다. 내 교회와 내 목회의 지평을 넘어서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성경적인 교회와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갈망과 각성이 그를 결국 현장에 나가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것은 결코 미룰 문제가 아니었고 외면할 사안이 아니었다.
그 절박함과 애통함이 하나님의 마음으로 교갱협을 통한 합동교단 교회의 갱신과 한목협을 통한 한국교회의 연합(unity), 갱신(renewal), 섬김(serving=diakonia)의 현장 사역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미션(mission)은 비전(vision)을 낳았고 비전은 액션(action)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위대한 사역은 반드시 고난을 수반하며, 선지자의 아픔을 요청했었다. 이 시대의 일반적인 영적 풍토는 마치 예레미야시대처럼 거짓 선지자들이 “평안하다, 평안하다!”라고 말하면서 거짓된 예언으로 하나님이 주시지 않은 가짜 위로와 평안으로 하나님 백성들의 영적 분별력을 마비시키며, 오히려 바른 복음을 외치는 거룩하고 신실한 목회자들이 소수로 전락하여 마치 패배자처럼 여김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세속주의, 율법주의, 인본주의와 타협하여 사람들을 교회로 무작정 이끌었고, 세상의 성공과 형통을 보장하여 견고히 자기 교회와 목회를 확장하며 성공시키며 자신의 왕국을 구축해 나갔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말하길 “한국교회는 요즘 침체가 문제 아니라, 교회가 세상의 모든 가치를 거의 다 수용하여 성경으로 포장하여 제공함으로써 교회 본질이 파괴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한국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비상섭리가 있기 전에는 사람의 힘으로, 프로그램으로는 도무지 한국교회의 위기에 대해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소리를 하면 비관론자로 일컬어지고 돌이 날아올지도 모르겠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 갱신은 그에게 선택이나 일시적 사역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포기할 수 없었고, 어떤 외부의 역경과 도전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하나님을 신뢰하면서 헌신해야 할 운명적인 사역이었다. 말은 쉽지만 교갱협의 창립부터 대표회장을 물러나기까지 아니 물러난 다음 명예회장으로 있으면서도 그의 교회갱신을 향한 열정은 단 한 순간도 중단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교회 갱신의 핵심은 목회자의 자기 갱신부터 출발되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즉 갱신의 주체가 갱신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 또한 진정한 갱신을 위해서 목회자의 자기 갱신은 포기될 수 없는 싸움임을 외쳤다.
교갱협의 창립비전은 목회자의 영성회복, 교회 갱신, 교단발전, 한국교회에서 합동교단의 올바른 자리 매김에 있었다. 또 실제로 이 비전은 상당한 수준으로 성취되었으며, 많은 교회들과 합동교단 및 한국 기독교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그는 결코 교회 갱신의 의지와 비전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은퇴 이후 자신의 목회와 한국교회를 향해 거침없는 선지자의 목소리를 쏟아내었다. 한국교회는 거룩함을 상실하여 벼랑 끝에 서있는 위기상황을 맞았다고 진단했다. 목회자들도 교인의 눈치를 보며 인기에 영합하고 하나님을 이용해 돈과 명예를 얻으려는 거짓 선지자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했다. 교회의 세속화와 생명의 상실이 현재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보았다.
이 모든 문제와 위기의 주범은 100% 목회자에게 있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성경적인 낙관주의를 품고 하나님이 숨겨두신 신실한 사람들을 향한 기대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가 아쉬워했던 것은 하나님이 숨겨둔 바로 그 사람들이 아직 보이지 않는 암담한 현실과 하나님의 침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비정상적인 낙관주의를 외치는 잘못된 흐름에 대해 경계하며 자신 또한 그런 거대한 흐름 속에서 십자가를 지고 자기 생명을 걸고 용기 있게 가지 못했음을 고백하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소위 큰 교회를 이루고 엄청난 목회 성공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회를 통해 만들어진 사랑의 교회 제자들이 온전하지 못했음과 자신이 목회할 때에 성경적 수준과 그에 일치되는 설교를 온전히 바르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아파했다. 그 자신의 이름을 풀이할 때 ‘한없이 흠이 많은 옥’이라고 했는데 정말 자신을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낮추고 오직 복음에 대한 열정과 교회 갱신을 향한 거침없는 헌신으로 평생의 삶을 살았던 우리시대의 위대한 선지자였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교회 갱신의 태도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첫째, 서두르지 않는다. 둘째, 흥분하지 않는다. 셋째, 방관하지 않는다. 넷째, 타협하지 않는다. 다섯째, 정죄하지 않는다. 여섯째, 실망하지 않는다. 이 여섯 가지 태도가 그가 교회 갱신 사역을 위해 평생 가졌던 짤막하지만 깊이 있는 신념이었다.
사실 교회 갱신은 궁극적 의미에서 어느 시대에 또는 특정인을 통해 완성되거나 종료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과 지상교회의 불완전함은 역설적으로 주님 오실 때까지 멈출 수 없는 교회 갱신을 이미 그 안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혁교회는 개혁되어야 한다.”는 유명한 명제까지 존재하는 것이다. 그가 외쳤던 교회 갱신 또한 미완의 과제로 아직도 남아 있으며, 다음 세대에도 교회 갱신의 과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시대에 교회 갱신을 위한 하나님의 선지자로서 자신의 삶을 불꽃처럼 태웠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그의 빈 자리가 크게 보이는 요즘이다. 그가 피를 토하듯 외쳤던 교회갱신과 회복의 목소리도 귀에 쟁쟁하다. 하나님의 또 다른 부르심을 받아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우리시대에 교회 갱신을 위해 하나님이 세우시고 보내시고 사용하셨음을 인해 감사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우리가 그의 올곧은 외침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동역자로 살기 위해서 교회 갱신의 비전과 발걸음을 더욱 굳세게 하고 강하게 전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특정인의 사역이나 비전이 아닌 모든 시대에 하나님의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위대한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우리의 마음에 아픔과 슬픔이 진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더욱 우리 자신을 추스르며 교회 갱신의 사역에 전력을 다하자. 우리 또한 우리시대의 교회 갱신을 위한 선지자로 부름 받았기 때문에!
글을 맺으면서 이제 하나님의 품 안에서 영광과 평화를 누리며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신 목사님을 다시 추모한다. 정말 그 동안 너무 감사했었고 또 사랑하는 분이었음을 감히 고백한다. 부디 그 귀한 뜻이 사랑의교회와 교갱협, 한목협 및 모든 그 분을 알고 사랑하며 존경했던 그리스도인들에 의해 더욱 힘차게 성취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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