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2명이 경기도 최북단에 있는 연천 고대산으로 늦가을 산행을 떠납니다. 단풍도 졌고 눈은 아직 내리지 않은 늘 어정쩡한 11월 산행, 첫번째로 와서 기다리시던 춘추공님과 인사를 나누고 금호상가에서 아침대용 떡을 챙겨왔더니 많이들 오셨네요. 짱구님은 아들이 고3 수시입학과 관련되어 참석을 못하게 되셨어요. 그 대신 미소천사님께서 합류하셔서 22명이 출발합니다. 갈수록 적어지는 산행참석 인원 때문에 집행부의 고민이 커져가고 있지만 코로나 시국은 3년째 우리들의 발목을 죄고있어 딱히 해결방법이 없네요.
이정섭 버스기사님은 장인어른이 돌아가셔서 다른 분이 운전을 해주셨어요. 강원도 철원과 접경지역이라 그런지 꼬박 2시간이 걸려 고대산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싸늘함이 온몸에 느껴지더군요. 매송 고문님과 체조를 하면서 겨우 몸에 따스한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산행대장을 맡은지 10개월이 지났는데도 선두를 맡은건 지난번 월악산과 오늘 고대산이 전부라 약간 진장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산행입구에 들어서면 왠지모를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대부분 고대산은 2코스로 올라가서 3코스로 내려오는 원점회귀형 산행을 하죠. 우리도 마찬가지로 표지판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초반에 급경사 구간이 시작됐습니다. 정자가 있는 전망대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등에서 땀이 줄줄 흐를 만큼 따뜻한 날씨라서 중간에 한번 쉬면서 등산복을 벗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는 등산로를 보니 인적이 드문 산인게 확실하네요. 주차장에도 대형버스는 우리밖에 없었으니까요. 깜빡 잊고 무전기도 놓고 내렸지만 선두와 후미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다행입니다. 아무리 힘든 코스라 해도 지난 번 월악산만큼 험하지는 않을테니 별 걱정 하지 않았답니다. 전망대에 올라오니 한눈에 아랫녘이 다 내려다보이네요. 캠핑장과 야구장도 보여요. 경사가 급했던 것만큼 짧은 시간에 꽤나 높은 곳까지 올라왔네요. 모두들 땀을 식히며 전망대에서 한숨 돌립니다. 오른쪽은 강원도 철원이 보였습니다. 6.25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백마고지도 보이구요. 산행구간 중 가장 힘든 코스를 지나온 만큼 15분 넘게 쉬고 말등바위 지점으로 올라갔습니다. 올라갈수록 조망이 아름다워지는 산행의 법칙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의정부와 동두천 방면으로 쭈욱 이어진 산봉우리들이 장관을 이룹니다. 인터넷 상에 올라온 산행후기들에 주변풍광이 멋지다는 얘기는 거의 없었는데 그 사람들은 대부분 흐린 날씨나 눈이 내렸을 때 왔던 것들이어서 그랬나봐요.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봄날같은 산행입니다. 저의 걱정과는 다르게 적당한 경사도에 능선길이 이어져있어 금세 말등바위에 닿았습니다. 경치는 좋지만 쉴만한 곳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조금 더 가면 여럿이서 쉴 수 있는 널찍한 곳이 있으니 거기서 후미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소나무 그늘이 있고 20여명이 충분히 쉴 수 있는 작은 봉우리에 배낭을 벗고 후미를 기다렸습니다. 몇 분 지나지 않았는데 후미가 모두 도착했네요. 월악산이 험해서 맨 뒤에 오셨던 춘추공님도 반대편에서 미리 가서 계셨던 민서님, 오포소녀님도 오늘은 쌩쌩 날고 계시네요. 오포소녀님은 불곡산을 오르며 산행연습을 하셨고 오며가며 도토리를 주워 20인분 도토리묵까지 직접 쑤어오셨답니다. 정말 탱글탱글 쫀득쫀득 모두들 입 모아 맛있다고 난리네요. 귤도 꺼내고 막걸리도 꺼내서 해피한 간식타임을 가졌답니다. 오포소녀님께 감사의 박수~~~ 칼바위 능선을 지나며 탁 트인 조망에 다들 감탄하고 있습니다. 파란 하늘에 실처럼 풀어진 구름이 나풀거리는 모습이네요. 곳곳에 추락주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만큼 안전사고에 유의해야하는 곳이에요. 첫번째 봉우리인 대광봉에 도착했는데 하늘에 떠 있는 기분입니다. 고대정이란 정자그늘에 앉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 땀도 식혀줬구요. 해발고도가 정상과 불과 20미터 차이밖에 안되기 때문에 고대산 정상도 지척으로 느껴집니다. 억새가 하늘거리는 들판에 서서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쓸만한 사진 하나를 건졌습니다. 제가 산사랑 카페에 원본으로 사진 올려놓았으니 선명하게 찍힌 사진 받아가시길 바랍니다. 삭도라는 모노레일이 깔려있는 길을 따라 삼각봉과 고대봉에 도착했어요. 까만색 바가 촘촘하게 박힌 바닥은 낮잠을 부르는 온도로 따땃하게 데워져 있었습니다. 예상보다 이른 시각에 도착했기에 점심시간도 충분히 휴식시간도 충분히 갖기로 했어요. 지난 번 월악산에서 후미 몇 분이 도착하기 전에 식사를 했지만 오늘은 전원이 도착해서 함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새로 담근 김치와 언제나 맛있는 밥. 사먹는 밥보다 몇 배 맛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먹는 것은 무엇이든 맛있나봐요. 들국화님은 안방처럼 누워 잠을 청합니다. 정상주변의 사진과 함께 해설이 되어있는 안내판에서 백마고지를 확인해봤는데 지금은 얕은 동네뒷산으로만 남아있네요. 정상석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때마다 정상석의 설치방향을 역광사진이 나오지 않는 방향으로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힘들게 정상에 도착해서 인증사진 찍을 때 역광이라 얼굴 까맣게 나오고 사진 전체도 어두워진다는 걸 담당자들은 잘 모르는가 봅니다. ㅠㅠ 이제 3등산로로 하산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낙엽이 쌓여있는 길이라 최대한 천천히 갔어요. 느림보 발걸음으로 제가 선두에 서서 앞에 있는 돌멩이도 치우고 나뭇가지도 꺾으며 내려갔습니다. 급경사 구간이 또 나왔습니다. 꼭 토끼 얼굴과 용의 입을 닮은 나무들을 발견해서 알려주었네요. 이름표 하나 달아주고 싶더라고요. 다리를 삐거나 미끄러져 엉덩방아 찧는 사람 하나 없이 잘 내려왔어요. 계곡 물소리도 들립니다. 잠시 발을 담가봤는데 딱 거기까지였어요. 너무 차가워서 1분을 버티지 못하고 나왔네요. 하산길은 전부 선수들이시고 외길로만 내려가니 후미대장이신 매송 고문님과 함께 걷기도 하며 여유를 즐겼습니다. 표범바위와 표범폭포가 나왔는데 골짜기의 물이 적길래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두 갈래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울릴 만큼 높고 멋졌답니다. 늘푸른 회장님과 미소천사님께서 전속사진사로 나서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30분쯤 더 내려가니 고대약수터가 나왔습니다. 약수물을 산에서 먹어본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생수병에 가득 담아 마시며 내려왔습니다. 나무 위쪽에 하얀 눈꽃같은게 피어있어 민서님께서 사진 한번 찍으라고 하십니다. 자세히 보니 사위질빵이라는 식물의 열매에 붙은 흰털이었죠. 덕이님과 함께 오신 신윤창님과 이상협님께서는 산을 잘 타시는 분들이라 제가 신경쓸 것이 하나 없더라구요. 기회되면 다음에도 함께 산행하자구요.
하산하여 고대산 통나무집에서 맛있는 요리를 먹었습니다. 이렇게 일찍 먹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요. 메뉴는 오리였어요. 친절하신 사장님께서 손수 기르셨다는 세발나물 얼가리 치커리를 돌판에 듬뿍 올려주셨어요. 마지막에 볶음밥까지 정말 맛집인정입니다. ㅡ다음달 송년산행은 태백산입니다.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예전에 눈 위에서 식사하던 생각도 나구요. 많이많이 참석해주셔유~
☆ 고3 아들딸 키우느라 고생하신 레옹 고문님, 짱구 前총무님, 엘지 現총무님 고생 많으셨어요. 좋은 결과 있길 빌겠습니다.
첫댓글 오랜만에 싹수대장 산행기를 보니 그 날의 즐거움이 다시 느껴집니다. ^&^
싹수대장님의 22년도 마지막 가을 산행기를 읽다보니 어느새
금년도 산행지가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
반가운 싹수님 산행기!!
재미있는 소설을 한편 읽은 듯 합니다.
기대 그 이상의 산행을 하고 온 고대산!!
함께한 산사랑은 감동입니다.(오포소녀님 도토리묵,들국화님 김장김치,조금부족했던 막걸리도 감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