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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는 어찌 춥던지,...피곤에 찌든 몸은 꼼짝 거리고 싶지 않은데, 밤 기온은 거의 영하 인 것 같은 날씨에 할 수 없이 차안의 Heater를 가끔씩 트느라 또 다시 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다.
자는 둥 마는 둥하다 맞이한 새벽 5시,..난 몸을 추스려 병원 안, 지하 기도실에 가서 아침 기도를 드리고 병실로 왔다.
딸은 출근 준비에 한참이고, 밤새 마눌님이나. 같은 병실의 환자들도 비교적 조용하였다고,....
다행이다. 딸도 ‘잘 잘 수 있었다.’고 하니,.....
낮 시간에 주안교회 백옥자 권사, 김유경 권사가 병문안 왔었다. 마눌님과 각별한 관계의 권사님들이다.
늦은 저녁땐 주안장로교회 서울 경기 교구장 임주은 목사와 유정혜 권사 등 5명이 병문안을 왔었고,....
한결같이, “왜. 지금까지 알려 주지 않았냐?”는 핀잔과 함께 안타까운 사연과 현실을 듣고 보곤 잠시 망연자실한 표정들이었다.
허기야 그렇게 친하게, 그리고 열심을 다하던 나의 마눌님 장권사이다 보니, 같은 소속의 여 전도회원들은 물론 교구와 구역 식구들의 놀람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표정들이었다.
특히나 낮에 찾아 주신 백옥자 권사와 김유경 권사는 병상 옆에서 마눌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 그에 답이라도 하는 듯, 말을 못하는 답답함을 갖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망울을 굴리는 마눌님의 표정, 3년여 만에 만난 마눌님의 교회 친구들과의 우정 어린 재회를 곁에서 보고 있던 나의 눈언저리도 보슬비 같은 눈물이 얼굴을 적심을 막을 수 없었다.
어제, 지난번에 찾아와 주셨던 10회 김권조 선배의 부인 송명희 권사께서 전화를 주셨다.
“지금은 어때요?” 하시면서,.....나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요.”하면서 며칠 동안의 상황을 말씀드렸다.
권사님께선,“그러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야 겠지요?”하시고.....그래서 오늘 두 분 권사님이 오셨었고,
저녁 땐 교구장과 3년여 동안 전화와 문자만 주고받은 구역장 등이 찾아 와 주신 것이다.
너무 쇠약해져있고, 언어 소통이 불확실하고, 인지 능력이 거의 떨어져 있는 마눌님을 바로 보여 드리기가,...좀 그래서,...나는 교구장 목사와 권사님들을 병동 Lounge로 모시고 가서 3년 여 동안의 사연을 짤막하게 말씀드렸다.
그런 후, 병실에서 재회를 하게 하였고, ‘시편 23편 말씀과 기도’로 위로하신 후 돌아들 가셨다.
이렇게 고마우신 믿음의 친지들에게,
알량한 마눌님의 자존심(?)이 자기의 병을 알리지 않으려던 3년여의 시간이 지나간 것이다.
이제 마눌님이 갖고 있던 이생에서의 인연들, 그리고 갖고 있던 모든 사연들을 훌훌 털어버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
에, 나는 마눌님이 갖고 있던 그 연분이나 사연들을 지우는 일을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짐도 갖게 된 것 같다. 가만있어도 될 사연과 ‘꼭’은 아니더라도 으례히, 당연히 알려야 할 지인들에겐 미리 알려드리는 것이 도리인 것 같기에,.......
서서히 다가오는 나의 짝,- 마눌님 인생의 종점을 멀거니 바라보면서,
그리고 ‘주어져 있는 시간을 헛되이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맞이한 4월의 첫날이다.
4/2 ;
어제 밤에도 병원 곁, 공원에 주차해 놓은 딸의 차속에서 지냈다. 여전이 추웠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무척 피곤하다. 잘 버텨야 하는데,.......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달려가야 하는 거리에 있으려니,......
오늘 아침에 보니 마눌님이 어제와는 아주 딴판이다.
눈동자도 또렷해져 있고 제법 의사 표시가 분명하다. 아무 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던 어제 그제와 달리, 아침부터 물과 쥬스(망고 쥬스)를 마셨다. 옆으로 흘리지도 않고,,...그리고 한참을 앉아있어도 괜찮고,...
회진 시, 오늘도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과 같은 의사의 말,-“정신이 맑았다가 어느 순간 급격히 떨어지기도 하는데요, 최대한 고통 없이 지내도록 처방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일시적으로 나아졌다고 좋아하지 마시라는 말씀이다.
회진 끝나고 이틀 만에 잠시 집엘 다녀왔다. 집에 머문 시간 45분. 특별한 일이 없음을 확인하고 바로 병실로 달려 왔다,
2시간의 외출(?)이었다.
딸이 출근하고 나서 병상의 마눌님 체위를 변경시키다 또 다른 문제를 발견했다.
마눌님 항문 주위가 아주 많이 시커멓게 변질되어 있다. 간호사에게 알리고, 그리고 수련의의 처방,...
영 못마땅하다.......허지만 어쩌랴...?...하는 심정으로 마눌님의 체위를 2시간여 동안 옆으로 누워있게 하고, 항문 주위는 완전히 개방하여 놓았다. 수련의의 처방은 욕창이나 화상에 사용하는 연고를 발라 놓는 것으로 완료,
“피부과나 다른 과에 협진 의뢰하지 않아도 돼나요?”하고 물으니 “좀 두고 보자.”고,..
...‘어차피 치료해봤자’...인지?...아님. ‘내 능력 밖.’인지?.......그런 감을 풍기는 치료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 처방이다.......
오늘도 주안장로교회 15여전도회 권사님들 4분이 오셨다 가셨다.
마눌님 병상에서 눈물로 기도들 하시고 가셨다. 평소 - 3년여 전, 마눌님이 그런대로 교회 친구들에겐 인기가 있었나보다. 하기야 일, 월, 화 수,목, 금, 토-일주일을 교회 일에 매달려 생활한 적도 꽤 있었으니까........원목-심 목사께서도 합류하셔서 권사님들과 대화를 갖고,..
길지 않은 시간의 방문이었지만, 나에겐 또 하나의 마눌님의 이생에서의 사연을 지워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권사님들이 가신 후, 너무 졸린 나머지 병상 옆에서 잠시 졸고 있었다.
그 잠간 시간에 허 전도사와 김 전도사께서 또 다시 병실을 찾아 주셨다.
마눌님의 상태를 보곤 말을 잇지 못하고 긴 숨을 내쉰다.
정말, 어찌하지 못하는 인간 한계의 이 시점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마눌님 손을 잡고 한 참 기도한 후, 안타까운 표정을 남기고 돌아들 가셨다.
오늘도 병원에선 나의 마눌님을 위하여
현대 의학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첨단 약제들을 최대한 사용하는 것 같다.
생명 연장의 치료가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오후 5시가 좀 지나 배 쪽이 아프다고 막 소리를 친다.
암 덩어리가 요동을 치나 보다. 그래 얼른 나의 오른손으로 그 아픈 부위(손에 딱딱한 덩어리가 느껴지곤 한다.)에 손을 대고 문지르니 조용해지고,.....한 30분 정도 자고 난 마눌님에게 난 “진통제 맞을까?”하고 물으니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의사에게 연락해 긴급으로 진통제를 주사했다.
이래야 밤새 편안히 잘 수 있을 것 같았기에,....
딸이 퇴근하여 온 시간, 상의하였다. 딸이 ‘이틀을 차가운 밤, 차속에서 지낸 아빠’를 생각하여 “집에 가서 주무시고 오시라.”고,....잠시 심사숙고 했다. 그리고 별일 없기를 마음속으로 간구하고,..
마눌님 상태를 보고, 간호사에게 신중하게 물어 보고, 딸에게 수시로 Check해야 할 항목을 다시 각인시키고, 난 집으로 왔다.
그리고 일본에 있는 처제에게 문자를 넣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많이 좋았음. 눈동자도 제대로 돌아왔고,...
사람들도 조금 알아보고,...
혈압은 98/68, 맥박은 90후반(이건 좋지 않은 것), 호흡은 10~25/min. 체내 산소량 100,
아침에 물 3모금, 쥬스 3모금,.......
아침 회진 시 주치의 : 잠시 좋아지다 나빠지다 하는데,.최대한 통증 없이 지내도록 처방 하고 있다.] 고.
;;;;;;;;;;;;;;;;;; 좀 있다 답이 왔다.;;;;;;;;;;
[은이가 자면(병실에서,) 형부는 집에 가서 주무시고 오시면 안 되나요?
그러는 것이 좋을 듯,....간호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없어야지 환자한테도 이롭잖아요.
주차장 공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창문 꼭 닫는 것도 위험하고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내, 남편이 최고, 다음이 자식, 깨닫는 체험을 주네요. 그 다음은 다 자기들 살기 바빠하는 것 정한 이치...죄송해요]
장문의 문자가 왔다. 나 또한 고마움에 답을 하였다.
[그래,.. 그래서 은이와 간호사한테 부탁과 사정을 하고 지금 막 집에 왔어.
몇 가지 밀린 집의 일도 하고 병원에 별일 없으면 새벽에 가려고,....고마워, 나를 챙기는 처제도 있고,
.........암튼, 고맙고,...... 맡은 일 잘하고 와...]
...........밤 10시,....평소에는 한참 뭔가 하고 있을 시간인데 내리깔리는 눈꺼풀을 도저히 올릴 수가 없다.
밤새 별 일 없다면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하니까....자야겠다.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이사야 4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