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성 목사의 안병수 감독 취임 축사문>
안병수 감독 취임식 축사
강단이 무너졌습니다. 늘어만 가는 행사, 취임식, 축하예배, 감사예배를 보면 하나님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벌써 10여 년 전에 저의 아버님 칠순 예배에 설교하는 고향교회 담임목사의 설교를 듣는데 견딜 수 없었습니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칭찬과 아부가 넘치는지 만세를 부르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뛰쳐 나가고 싶었습니다. ‘꿈속에 장로님이 나타나셨는데 그 모습이....’ 신화까지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성도, 집사, 권사, 장로, 목사, 감리사, 감독을 높이다 보니 하나님은 설자리가 없습니다. 언어야 말로 생명이고 능력인데, 강단언어가 죽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의식과 전통을 붙잡고 미이라가 되어 가던 카톨릭이 신교가 되고 개신교가 구교가 되어 버렸습니다. 신문을 보세요 그 걸 세상이 증명해 주고 있지 않습니까?
더 안타까운 것은 이것을 아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니면 아픈 것을 참고 있는 것일까요? 인내가 한국감리교회, 한국교회에 차고 넘치는 것입니까?
이것은 전적으로 목사의 책임이고 문제입니다. 지도자의 문제입니다. 감리교의 꽃이라고 하는 감리사들이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할 당사자입니다. 감리교 자체이며 최고지도자이신 감독이 반드시 해야 할 첫 번째 사명입니다. 정치장로를 말하는데 정치장로는 없습니다. 목회자가 정신차리면 말입니다. 한국교회의 평신도는 아직도 순종하고 헌신하고 충성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 저의 확신이고, 또 한국교회, 우리 감리교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저는 목회현장에서 오늘도 그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왕이 무릎만 한번 꿇어도, 대통령이 잠간 자리만 비워도 나라는 모든 일을 전폐하고 곡소리가 진동합니다. 가무를 금하고 웃음소리가 사라집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4년! 숨을 쉬지 못하고, 지도자를 세우지 못한지, 법이 죽었고, 행정이 마비된 지 4년인데. 우리 감리교가 죽어가고 있는데...., 통곡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슬퍼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아직도 뭐 뜯어 먹을 것이 남아 있다고 기세등등한 사람들이 활개를 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감독의 권위를 회복시켜 달라고 기도해왔습니다. 감독 무용론을 주장하고 장로교처럼 총회장 제도를 주장 하는 사람들도 있고, 제비뽑기를 하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감독이 없는 감리교회는 없습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지도자를 세우셔서 이스라엘과 교회를 바로 세우셨습니다.
한국교회에도 모세와 같은, 바울과 같은 아니 에스라와 같은 감독이 필요합니다.
하나님, 오직 하나님만을 두려워하는 추상같은 위엄을 가진 감독을 세워 달라고 150만 우리 감리교인들이 부르짖어 기도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에게 필요한 감독상의 기본을 그려 봤습니다. 감독론의 첫걸음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감독론을 발전시켜 나가고, 신학대학에서 감독학을 가르치고 감독이 되기 위해 훈련받고 준비해야 합니다. 정치는 그 과정을 지켜보고 판단해서 자격을 갖춘 지도자를 가려내는 역할에 머물러야 하지 않을까요? 전제군주시대에도 왕도가 있고 왕이 되기 위해서는 혹독한 훈련을 거치고 검증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감독은
첫째는 영성의 권위를 가져야 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그 앞에 서면 머리가 숙여지고, 압박감이 있어야 합니다. 가슴속 생각까지 드러나는 것 같아야 합니다. 사람보다 하나님과 가까워 보여야 합니다.
둘째는,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요한웨슬리는 옥스퍼드 출신입니다. 최고의 대학인 옥스퍼드와 켐브리지는 신학교였습니다. 거기를 거쳐 간 수재들 중에서 우수한 사람들이 훈련을 거쳐 목사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출중한 웨슬리가 세운 감리교회입니다. 실력이 있어야 바로 판단하고,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풀어갈 통찰력이 나옵니다. 독서가 습관이 된 사람이어야 합니다. 어디에서나 실력이 없으면 도태되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우리 감리 교회도 도태과정에 있지 않은지 너무 두렵습니다.
셋째는, 피를 뿌려 한국 감리교회를 세우고, 지키고 키워 왔고 지금도 맏형 역할을 잘하는 감신, 열정과 헌신으로 폭발적인 우리 교단의 부흥을 이끌어 왔으며 여전히 역동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목원, 그리고 새 시대를 이끌어가야 할 사명을 부여 받았지만 아직은 미숙하고 허둥대고 치기어린 막내 협성! 이 세 새끼를 품어 낼 수 있는 넓은 가슴을 가져야 합니다.
선거전이 한창일 때 안 감독님이 저를 찾아 주셨습니다. 함께 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이 모든 이야기를 했습니다. 더 독한 말을 했습니다. 그래도 몇 번을 찾아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취임식에서 해달라고 했습니다. 나를 향해서 해달라고 했습니다.
당선되고 나서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 자리에 서려니 걸리는 것이 많아서 고사했지만 하라고 하셨습니다. 시간을 마음껏 쓰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감독님의 명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두려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박수 받고 밀려드는 치하와 영광을 거두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독설가에게 내어 주신 감독님의 결단과 기상에 깊이 고개를 숙입니다. 거침없는 감독님의 첫걸음이 재임기간 내내 우리 연회의 모든 교회와 한국감리교회에 미치기 바라며 박수를 보냅니다.
모두 알고 있듯이 안 감독님과 저는 협성이라는 이름 안에 있고, 한 지방에 있지만 가장 멀리 떨어져 살았습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걸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게 협성입니다. 우리 협성이 하나 되는 것은 감신, 목원, 협성 셋이 하나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난제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한자리에 같이 섰습니다. 모나고 무모하고 제멋대로인 저를 온전히 품어 주셨습니다.
그 가슴으로 우리 연회원 모두를 품어 내실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섰습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안병수 감독님!
땅에 떨어진 감독의 권위를 세워 주십시오!
절망하고 있는 목회자들의 가슴에 희망을 불꽃을 일으켜 주십시오!
피눈물을 흘리는 개척교회, 텅텅 비어가는 교회의 목회자와 성도들의 눈물을 기억해 주십시오!
사랑하는 친구 안병수 감독님!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십자가가 무겁고 아파도 죽어 넘어진,
아 !!!!! 위대하고 자랑스러웠던 한국 감리교회!
온 세상이 부러워했던 우리 감리리교회를 다시 일으켜 세워 주십시오!
앞서 가시며 우리 모두가 가야할 길을 열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