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여 VS 관여의 차이
“섭정도 수년간 그에게 *-간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기 방식대로 하는 데에 익숙합니다.” - <티어링의 여왕> 2부 8장 중에서
“그것은 전부 다 소른의 계획이었지만 인구조사부 사람들은 한 명도 관여하지 않았다.” - <티어링의 여왕> 2부 7장 중에서
자, 위의 2가지 사례에서 무엇이 틀렸을 것 같은가?
답은 둘 다 정답이라는 것, 둘 다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점역교정사 노트 16회에 정리해 적고 넘어갈 내용은 ‘간여 VS 관여’가 되시겠다.
처음에 ‘간여’를 접했을 때 생각했다. 아, 이거 오타구나. ‘관여’를 잘못 쓴 거구나.
그런데 혹시나 싶어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간여’가 존재하고 있었다. 관여도 있고 간여도 있었던 것이다.
그럼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시점에서 국립국어원표준어대사전을 참조하지 않을 수 없다.
1. 간여하다: 관계하여 참견함
2. 관여하다: 어떤 일에 관계하여 참여함
어째 뜻이 묘하게 비슷하다. 1과 2 둘 다 무언가에 관계하거나 참가하거나 얽혀 있다는 뉘앙스 아닌가.
하지만 여기서 중요하게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뒷말이다. 1은 ‘참견’이라 했고, 2는 ‘참여’라고 했다. 그리고 참견과 참여는 어감이 완전히 다르다.
결론, ‘간여’와 ‘관여’도 그 뉘앙스가 다르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의 조언에 의하면, 1 ‘간여’는 감정적인 뉘앙스가 있는 문장에 쓰고, 2 ‘관여’는 어떤 일에 관계가 있을 때 사용하라고 했다.
예문을 통해 이해해 보도록 힘써 보자.
(ex) 그 사람의 감정에는 내가 간여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 그의 일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마시오.
솔직히 그 말이 그 말 같아서 둘 다 맞는 건 차치하더라도 쓰임이 영 어정쩡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역시 나름의 TIP을 준비했다.
요는 ‘참견’인가, ‘참여’인가에 있다. 관여든 간여든 이 단어들이 쓰인 자리에 참견과 참여를 넣어보자. 그래서 참견이 말이 되면 간여를, 참여가 말이 되면 관여를 쓰는 것이다.
(ex) 내 일에 간여(참견)하지 마! 네가 뭔데 끼어들어?
(ex) 이 사안은 중대하기에 우리 감찰부도 관여(참여)할 예정이다.
뭐, 대충 이런 꼼수를 찾아봤다. 내용상 짧지만 이번 점역교정사 노트 16탄은 요거 하나만 정리하고 넘어가겠다. 가끔은 이런 회차도 있어야지.
PS. 사례로 제시한 <티어링의 여왕>은 시각장애인 재활통신망 넓은마을에 전자도서로 제작되어 있고, 현재 한국점자도서관에서는 신간 점자도서로 교정 작업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소설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