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패션, 비교될 수 없는 개성, 교과서 같은 스트로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국의 안드레 애거시가 올 US 오픈을 마지막으로 20여년간의 테니스 인생을 접을 예정이다.
애거시는 24일 영국 윔블던이 벌어지는 '올 잉글랜드 클럽'에서 가진 대회 시작전 인터뷰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혀 그의 팬들뿐만 아니라 전세계 테니스팬들을 아쉽게 했다.
애거시는 "이번 윔블던은 나의 마지막 윔블던이 될 것이며, US 오픈은 나의 마지막 대회 출전이 될 것이다."고 밝히며 "지난 몇 주간 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은 나에게 많은 희생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으로 볼 때 애거시를 오랫동안 괴롭혀온 등부상과 3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등이 고려된 불가피한 은퇴 결정으로 보여진다.
애거시는 윔블던과 US 오픈 출전 사이에 북미에서 벌어지는 4개의 하드코트 대회 출전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이는 결론적으로 애거시의 '고별 투어'가 될 전망이다.
데님 반바지, 화려한 헤드밴드, 긴 머리, 귀걸이등 애거시는 데뷔 초반 실력보다는 튀는 패션으로 인해 주목을 더욱 받았다. 또한 여배우 브룩 쉴즈와의 짧았던 2년간의 결혼생활과 팝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의 염문설로도 애거시는 뉴스의 기사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해왔다.
애거시의 첫 그랜드 슬램은 바로 1992년, 전혀 예상치 않게도 윔블던(사진)에서 찾아왔다. 특이한 사실은 애거시는 1987년 1회전 탈락 이후 1991년전까지는 윔블던을 찾지 않았다는 점이다.
애거시는 자신의 개성있는 성격과 화려한 의상이, 스포츠 대회중 가장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대회중 하나인 윔블던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며, 잔디는 테니스보다는 젖소를 키우는 장소로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992년 윔블던 결승에서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 은퇴)를 물리치며 생애 첫 그랜드 슬램을 차지한 애거시의 테니스 인생은 더 이상 데님과 헤드밴드가 아닌 오직 승리와 수많은 업적만으로 대변되기 시작하는 길로에 있었던 것이다.
1994년 US 오픈과 1995년 호주 오픈에서 우승(사진)하며 동료인 피트 샘프라스(미국, 은퇴)를 위협할 만한 존재로 부각된 애거시는, 하지만 부상과 침체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한 때 랭킹이 100위권 밖으로 떨어지는 힘든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와신상담. 애거시는 1998년 연말을 6위로 마치면서 ATP 역사상 가장 큰 폭으로 랭킹을 상승해 Top 10으로 해를 마감한 선수가 되었다.(122계단 상승)
그리고 애거시는 1999년 프랑스 오픈에서 생애 '네번째' 그랜드 슬램을 차지(사진)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이는 남자 테니스 역사상 다섯번째의 기록.
애거시는 프랑스 오픈에서의 우승에 대해 "내가 파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날, 나는 내 테니스 인생에 있어 어떠한 미련이나 후회도 앞으로 하지 않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고 회상했다.
같은 해 US 오픈에서도 정상에 오른 애거시는, 이후 호주 오픈에서도 특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2000년, 2001년, 2003년에 정상에 올라 현재까지 총 8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2003년에는 최고령 랭킹 1위라는 기록도 얻었다.
애거시는 2001년 테니스 여제 슈테피 그라프(사진)와 결혼하여 1남 1녀를 두고 있으며, 35의 나이였던 작년 US 오픈에서는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결승까지 올라 로저 페더러(스위스)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하였다.
애거시는 "작년 US 오픈 이후 나는 더욱더 자극을 받아, 또 한 번의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그것은 불가능했고, 이곳 윔블던에 다시 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다했다. 그리고 이 곳은 나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다."고 말하며 1992년 우승을 떠올리기도 했다.
"마치 엊그제 같은데 벌써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아마도 부모들이 자식을 대학에 보낼 때의 기분과 같을 것이다. '도대체 14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그리 빨리 지나간 것인가?' 그날의 기억은 너무나도 강렬하고 생생하기 때문에 마치 어제처럼 느껴진다."
"많은 난제가 있었지만, 20년간의 형언할 수 없는 추억또한 있었다."고 말한 애거시는 US 오픈을 마지막으로 테니스코트는 떠나지만 이들 대회에서 그저 모습만 드러내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단언했다.
"윔블던에서 US 오픈까지, 아직 나는 투지로 가득차 있다."
사진ⓒAFP 2006년 3월 퍼시픽 라이프 오픈에서 인터뷰 중인 애거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