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2014-08-02)
< 셀카봉과 인증샷 >
- 文霞 鄭永仁 -
집사람의 생일이라 고깃집에 가서 1g에 무려 200원이나 하는 살치살을 먹었다. A﹢﹢ 등급이란다. 그 바람에 내 입이 호강을 한다. 하기야 값이 그래서 그런지 흔히 고기 맛보기에 의례 떠드는 육즙이 입안에서 맴돈다.
옆 좌석에는 한 가족이 왔다. 네 식구다. 부모와 아들과 딸이다. 고기는 우리는 겁이 나서 한 팩만 샀는데, 그 집은 무려 네 팩이나 그들먹하게 사다 놓는다. 고기를 먹어 본 사람인가 보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맛을 알고, 씹어야 맛이라 하지 않던가. 이곳 가격대라면 하마 쌀 반 가마에 귀달 것 같다.
그 집은 풍성히 먹고, 우리는 야금야금 먹었다. 그 집은 지글지글 구워 먹다가 아버지가 낚싯대 같은 것을 1m쯤 뽑아 그 끝에 스마트 폰을 매달고 멀찌감치에서 가족 끼리 사진을 찍는다. 이즈음 말하는 값비싼 고기 먹었다는 인증샷이다.
그런데 스마트 폰을 끼우는 봉은 도대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게 ‘셀카봉’이란다. 셀카봉은 요즈음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라고 한다. 이렇게 문명의 이기는 생성·진화·퇴화·소멸을 순환한다. 아마 카메라 삼각대와 셔터가 융합된 물건일 것이다.
지금은 바야흐로 셀프(self) 시대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다. 셀프 서비스, 셀카, 셀카봉, 셀프 주차 등. 자그만 분식점에 가도 물은 셀프라고 적혀 있다. 음식점도 더 갖다 먹는 것은 셀프가 많다. 음식 셀프의 원조는 아마 뷔페가 아닌가 한다. 우리의 모둠음식과 개별음식의 차이다. 중국집의 빙빙 도는 원판 테이블이나, 결혼식의 음식 대접은 이제는 대개가 개별음식이다.
솔직히 말해서는 나는 개별음식보다는 모둠음식을 더 선호한다. 어려서부터 그런 식사가 생활화되어서 그런가 보다. 성인들의 맛에 대한 추억은 거의 유년시절의 음식 경험이라고 한다. 가난한 된장찌개 하나에 온 식구 숟가락이 드나들던 융합된 그 맛과 모양새가 정겨웁다.
이젠 꽤 이름난 음식점에서 새로 접한 음식을 먹으면 인증샷 찍기에 바쁘다. 그리고 즉시 소셜네트워크에 올리기도 한다. 햄버거 하나 먹고 ‘찰칵!’, 투표하면서 ‘철컥!’. 스마트 폰은 종횡무진이다.
어떤 면에서는 스마트 폰은 너무 쉽게 얻고, 부박(浮薄)하기도 하고, 확인해야 하는 버릇을 키우고 있다. 거기다가 자기애(自己愛)·자기확인·자기과시의 나르시즘(narcissism)에 빠져든다. 이걸 ‘디지털 나르시즘(Digital Narcissism 자기애 自己愛)'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자신이 꼭 끼어야 한다, 셀프(self)니깐.
이렇게 우리는 수시로 자기를 확인해야 하는 정체성의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다. 그 확인도 진득하니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즉시 언제나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어찌 보면 영글지 않은 알맹이의 빈껍데기 같다고나 할까. 이런 걸 혹은 확인사살이라고도 한다.
그전에는 주로 내가 다른 사람의 사진을 찍어주었지만, 지금은 내가 내 사진을 우선적으로 찍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이는 자기애(自己愛)의 극치이다. 나부터 먼저 찍어달라고 야단이고, 이젠 서로 자기를 찍어주는 품앗이가 시대가 되고 있다. 그전에는 자동 셔터로 찍거나 다른 물건 위에 카메라 놓고서 자동 셔터로 찍었다. 이젠 그도절도 셀카봉을 가지고 내가 나를 찍는다.
사진은 순간의 빛의 진실을 영원한 빛의 세상으로 만드는 일이다. 한번 찍힌 필름의 피사체는 고칠 수 없다. 디지털 카메라와 셀카는 마음대로 지우고, 보정(補正)을 한다. 일종의 뽀샵으로 완성하고 원판보다 많이 달라진다. 어느 것이 민낯인지 모른다. 그러니 내 얼굴도 내가 못 믿는 세상이다. 하기야 유행가 가사처럼 ‘내가 나를 못 믿는데, 네가 나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사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셀카봉을 쑤욱 내밀고서 거짓 웃음 지어가며 찍은 얼굴이 어설프긴 하다.
스마트 폰이 없으면 안절부절못하고, 한동안 ‘카톡!’ 하는 소리가 안 들리면 어쩐지 소외 된 것 같은 불안한 현대 문명의 프레임(frame) 속에 우리는 존재를 확인하고 의미를 강조한다. 다들 디지털 문명 속에서 정작 자기 정체성에 불안해 하고, 그래서 즉시 확인해야 하는가 보다.
사실 진짜 진정한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지……. 별이 쏟아지는 밤경치를 보고 거기다 무슨 의미를 덧씌우는 것일까. 그런 걸 보는 것만으로 무의미가 아닐지?
이젠 스마트 폰에 이어 폰, 셀카봉까지 합세한다. 스마트 폰은 또 어떻게 진화할지 모른다. 그래서 LTE(Long term Evolution)인가.
'그래도 인증샷은 마음 속 인증샷이 최고가 아닌가. 거기에는 감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스마트 폰으로 하얀 수련 찍어서 지인들에게 보냈다. 물론 나는 빠지고 하얀 수련만(白睡蓮) 있는……. 아마 오후 늦게 수련(睡蓮)은 낮잠에 빠져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