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름산악회의 정기 산행일이 근 보름간이나 인터벌이 길어져 산꾼의 마음은 그저 안달이 난다.
그래서 이동거리 그리 멀지않은 곳의 호젖한 산길을 찾아 산친구인 마산형님을 불러 길을 나섰다.
고성군이 선정한 10대 명산은 거류산 벽방산 구절산 선유산 무량산 무이산 좌이산 향로봉 적석산 연화산이다.
이들 산 중 거류산(570m) 자락에는 고성군의 자랑이자 세계적인 등반가인 엄홍길 대장을 기념하기 위한 엄홍길전시관도 있다.
그 고성 10대 명산에서 네 번째 등재된 선유산이 오늘 선택한 산이다.
선유산(仙遊山)은 신선이 노니는 산이라는 뜻이 아닌가?
선유산에서 그저 신선처럼 거닐며 가을을 느끼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선녀가 효성이 지극한 미남 총각 강수에 반해 하늘나라의 법도를 어기고 지상에 내려와 몰래 사랑을 나누었단다.
어느날 강수는 몹쓸 병에 걸려 죽었지만 이를 모르는 선녀는 매일 내려와 강수를 찾다 선녀마저 상사병에 걸려 죽었고,
선녀의 시신은 무지개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선유산에 전해 내려온다.
'선유산 정상에 한 그루 금포구나무/
선녀가 강수총각 꾀어서 놀았다네/
서로 좋아 상사병에 걸릴 줄도 모르고/
애답도다 애답도다 사랑이 무엇인지/
희미한 가을밤에 달님도 웃고 있네'.
-이 지역에서 불려지는 강수 총각과 선녀에 얽힌 노래-
선녀를 따라 죽은 하늘의 시녀들이 변신한 것이라는 띠바위와 시녀들이 휴식을 취했다는 굴바위,
선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옥황상제가 보냈다는 상여바위도 있다.
이렇듯 선유산에는 강수와 선녀의 사랑 이야기가 스토리텔링 되어 있다.
5시간 30분이 걸린 산행시간이지만 걷는 시간은 불과 3시간 20여분이고,2시간을 넘게 놀며쉬며 밤줏다가 보낸 셈.
네비엔 '정동목장'(고성군 영오면 양산2길 11, 양산리 575-1)을 입력하여 양기마을 입구에 차를 댄다.
마을 아스팔트 도로 건너 감나무숲 안에 비각이 보여 가까이 가본다.
효자 효부 정려비(旌閭碑)다.
폐교된 영천초교는 피아노학원과 어린이집으로 운영하였지만...
젊은이들이 떠나고 없는 시골에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을 것.
길은 연화산 옥천사를 가리키고,좌측 앞에 보이는 낮은 산자락이 산길 입구.
자연석 비석에 선유산이라 큼지막하게 쓰여있는 길을...
좌로 꺾어 들어간다.
차를 대놓고 30여분 아스팔트를 걸은 셈.
산길 입구 '진양 하'씨 묘지는 황새등의 모습이라 등에 비석을 세우지 않았노라고...
제법 큰 주차장은 안내판과 운동기구가 구비되어 있고,대형버스도 주차 가능하겠다.
산길은 안내판 우측의 계단을 밟고 오른다.
안내판엔 나무꾼과 선녀의 전설이 선유산 버전으로 새겨져 있다.
선유산 등산 안내도
찾는 이가 별로 없어 거칠지만 그만큼 호젖하고 청정하다.
무덤이 있는 이 지점이 들평봉이란다. 봉이라기에는 좀 거시기한데...
스토리텔링은 계속된다. 예전엔 영오면 들판을 볼 수 있었다고 하고,또 명당자리라 묘지를 많이 썼다고 하지만 내가 본 무덤은 거의 묵어 있었다.
무덤이 묵어 있다는 말은 후손들이 추석에도 찾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니 명당자리와는 거리가 좀...
소재봉은 산 이쪽 저쪽을 이어주는 고개역활을 한 듯.
벤치 두 개가 있는 소재고개에 닿았다.
산길내내 엥엥거리며 따라붙는 날파리를 쫓다 벤치에서 점심보따리를 풀었다.
우선 시원한 막걸리로 갈증을 푼 뒤 형님이 가져온 매실주를 반주삼아 느긋하게 식사를 한다.
벤치에서 바라본 나무에 걸려있는 이정표(우리가 3km를 걸어 온 셈)
바위를 만나서...
안내판을 살펴보니 형제바위는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
언뜻 명당자리의 풍수가 느껴지는 상여봉. 나무꾼과 선녀의 전설과는 별도로 신선(仙)들이 바둑을 두며 논다(遊)는 모습과 닮았다. * 바위들은 바둑돌.
이 지점의 이정표
선유산의 유일한 조망처. 너무 답답한 산길에 극성스런 초파리떼와 동행을 하다 이렇게 탁 트인 조망을 만났으니...
바라 보이는 곳은 진주 월아산 방면.
상여봉에서 잠깐 머물다...
아래를 살펴보니 좌측 능선은 안내도가 있는 산길입구이고, 우측 능선은 우리가 내려갈 선양재가 있는 곳.
금굴과 정상의 갈림길이 있는 곳.
이쪽 저쪽을 넘나들던 고갯길인 만날재다.
정상으로 향한다. 근교산 가이드는 정상에서 다시 내려와 서나베이 방향으로 금굴을 찾아갔지만 우리는 그냥 넘었다.
억새가 나풀거리는 선유산의 가을 분위기.
상여봉만큼 조망이 트이진 않는다.
조그만 바위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타이머를 작동하였다.
정상에는 평상과 벤치가 있고...
선유산 유래에 관한 안내판이 있다.
정상에서의 이정표 <연촌 4.5km+양월 1.3km=5.8km>. 거기다 도로를 이동한 거리를 합하면 오늘 우리가 걷는 길이다.
선녀를 따라 죽은 시녀들이 변했다는 띠바위.
내림길의 이정석.
내림길을 돌아본 모습.
운동기구가 있는 시설엔 이용하는 주민들은 별로 없는 듯하고...
만날재에서 돌아나온 길과 합류지점.
축대를 쌓은 모습이 예전부터 무언가 있었을 것 같은 곳.
개념도상의 웃고개인 갈림길이다.
좌측 양기마을로 가면 빠르지만 우리는 근교산을 따라 우측의 선양재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웃고개의 이정표
선양재 방향으로 내려서다 아이 주먹만한 알밤을 만난다. 난생처음 손을 찔려가며 밤톨을 주웠는데,가방이 제법 묵직하다.
노오란 들국화를 카메라에 담고...
사슴농장 휀스안을 살짝 당겨서 보니...
놀란 사슴 두 마리가 물끄러미 우리를 쳐다본다. 에구~ 녹각(鹿角)은 짤려지고 없네.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다고 노천명님은 노래하였는데...
지천에 늘린 알밤.
한우 농장의 우공(牛公)들도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농장 건물을 우로 흘리며...
좌측 선양재 담장을 따라 아스팔트 도로가 보인다.
선양재
선양재(仙陽齋)는 영광유씨 세거지(世居地)
비석엔 '문양공오성군영광유공지비(文襄公筽城君靈光柳公之碑)'
선양재 건물엔 한글로 새긴 4행의 주련이 걸려있다.
신선노는 선유봉 아늑한 기슭
선영의 안식처로 세운 선양재
영광류 보금자리 삼백여 성상
억만겁 유전할이 버들잎 무성
열부(해주 정씨)의 열행기비(烈行記碑)와 누가누가 성금을 냈다는 헌성기비(獻誠記碑)와....
이조참판 충절기적비 등 영광 유씨 집안의 많은 비석들이 세워져 있다.
양월마을에 내려서서 선양재와 내려온 길을 바라본다.
돌아보니 선양재 뒤로 두루뭉실한 모습의 선유산이 올려다 보인다.
웃고개에서 좌측으로 난길을 내려오면 만나는 날머리.
이곳엔 조그만 등산 안내판이 서 있어 산길입구임을 알리고 있다.
선유산 등산안내도
네비에 입력한 정동목장은 체험농장을 하는 젖을 짜는 목장. 도로 끄트머리(약 200미터)에 우측으로 산길입구가 보이고 우측으로 뽕긋한 선유산도 보인다.
형님을 중간에 내려주고,가게에 와서 배낭을 열었더니 난생 처음 수확한(?) 임산물이 가득하다.
일부는 애벌레가 둥지를 틀고 앉았는데 내가 그만 그들로 부터 가로치기를 해버린 셈이니 이를 어쩌랴~. 애벌레들아! 미안하다이~~
화성에서 소금물이 흐른 흔적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화성에서 청정 천일염을 공수해 먹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쓰잘 데 없는 생각을 안주삼아 편안하고 행복한 저녁시간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