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가 없는 남자>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코미디 드라마, 핀란드, 97분, 2002년
핀란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괴짜다.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블랙코미디의 황제다.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라는 황당한 코믹영화도 가볍게만 볼 수 없는 게, 영화 밑바닥에 흐르는, 겉은 풍요롭지만 내면이 황량한 자본주의에 대한 감독의 근본인식 때문일 것이다. 그의 영화 속 배우들은 살아있는 배우라기보다 황량한 자본주의라는 무대에 던져져 각기 역할을 해야하는 다소 썰렁하고 가련하지만 기발한 코믹대사를 던지는 배우들일 뿐이다. 목각인형처럼 무표정하지만 내면은 감독이 설정한 가련한 인생들의 연대로 이어져 있다. 감독은 자본주의에서 밀려난 프롤레타리아 주변인들의 빈곤과 부랑, 그리고 사랑을 희극적으로 펼쳐보여준다.
이 영화도 그렇다. 헬싱키에 도착하지 마자 불의의 사고를 당한 남자와 은행, 경찰, 회사 등 썰렁한 제도의 종사자들, 낡은 구세군의 사역자들, 그리고 부랑자들이 얽히고 섥히면서 다소 과격한 동화를 만들어간다.
탐구하고 싶은 감독 중 하나다.
= 시놉시스 =
기억 상실의 ‘남자’ – 내가 누구지? 야간열차를 타고 ‘헬싱키’로 향하던 중년의 ‘남자’는 마을에 도착한 첫날, 공원 벤치에 앉아 잠시 쉬던 중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사고를 당한다. 소지품은 물론 신분증하나 없는 맨 몸으로 병원으로 실려간 이름 없는 ‘남자’는 생명이 위험한 상태. 오전 5시 12분. 온몸이 붕대에 휘감겨진 ‘남자’는 결국 사망선고를 받는다. 그러나 의사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의식을 회복한 ‘남자는 무작정 병원을 나오는데...
새로운 인생 앞에 나타난 사랑! 직업도, 돈도, 그리고 기억마저 없는 ‘남자’는 병원에서 도망친 뒤 인적 드문 길가에서 정신을 잃는다. 그가 도착한 곳은 거리의 부랑아들과 가난한 이웃들이 함께 살아가는 마을. ‘남자’는 마을의 가난한 이웃들을 도우며 사는 구세군의 여인 ‘이루마’를 만나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이루마와의 사랑을 통해 점차 활기차게 변해간다. 여전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에게는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데...
모두가 밝혀지지 않기를 바랬던 그의 과거! 컨테이너를 개조해 살고 있는 부랑자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점차 건강을 회복한 ‘남자’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과거의 기억을 되찾으려 애쓰는 가운데 그곳의 생활에 점점 익숙해진다. 기억 따위 없어도 과거 따위 몰라도 현재의 행복에 소박한 기쁨을 느끼며 이제는 주변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가 된 ‘남자’는 자신의 과거는 커녕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뒤로 하고, 자잘한 일거리들로 조금씩 돈을 모아 작지만 안락한 자신만의 컨테이너도 마련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새로운 인생에 적응하며 미래를 계획하는 남자에게 뜻밖에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잊고 있던 그의 과거가 밝혀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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