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무더위가 산행에서 흘릴 땀방울의 양을 예고하던 지난 14일 오전 무등산 산장 입구.
봄 소풍에 들뜬 동심(童心)들 사이로 '광주 생명의 숲' 산줄기 탐사팀원들이 무등산 탐방 두 번째 일정 준비에 한창이었다.
지난 4월말부터 3년 일정으로 광주지역 산자락 탐사에 나선 이들이 이날 거칠 곳은 산장을 기점으로 바람재∼ 잣고개∼ 군왕봉에 이르는 약 6㎞ 구간.
간단한 일정 설명과 함께 시작된 산행의 첫 번째 방문지는 지난 1998년 무등산 원상 회복 사업의 일환으로 기존 식당 및 주민들을 이전 시킨 뒤 무등산에서 자생하는 원식생을 심어 놓았던 원효사 지구 원주민촌 이전터였다.
잠시 둘러본 이 곳은 복원사업이 끝난지 10여 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무등산 본연의 모습에 가까워져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복원부지 앞 도로 옆에 심어진 나무였다. 무등산 원래의 수종이 아닌 외래수종이었기 때문이다.
무등산에는 144과 1천51종류의 식물이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많은 외래종이 식재됐거나 자연적으로 번식하고 있는데 1990년대에 장불재와 중봉에 조림한 잣나무, 구상나무, 주목 등은 원래 무등산의 자생수종이 아니어서 원식생의 경관을 훼손하기 때문에 제거해야 한다는 학계의 주장도 있다.
산줄기 탐사팀의 한 관계자는 "무등산은 최근까지 일본의 식물학자들이 종자채취를 위해 찾을 만큼 우리의 토종 종자가 잘 보전돼 있는 곳"이다고 말했다.
해발 470m의 바람재를 지나 능선을 타고 평두봉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지 10여 분.
산등성이에 커다란 돌들이 탑을 이루고 있었다. 누군가 소원을 빌며 주변 돌을 주워다가 쌓아 놓은 모양이다.
이 같은 돌탑은 장원봉 인근에서도 목격됐는데 산행을 하다 보면 가끔씩 만나게 되는 풍경이다.
사실 숲속에 돌탑을 만드는 일은 주변 생태환경을 파괴시키는 행위라고 한다.
생명의 숲 김경일 사무처장은 "숲속 돌들은 우천시, 놓여진 위치의 흙이 쓸려 가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산마루에 돌탑을 쌓는 행위는 자제되야 한다"고 말했다.
돌탑을 뒤로한 채 산행을 이어갔다.
굵은 땀방울이 등허리를 적실 무렵 무등산의 대표 수종격인 소나무가 벌겋게 말라 죽어가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이러한 현상은 이날 탐사의 종착지 군왕봉까지 이어졌다.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팀원들의 걱정이 이어졌다.
일정을 마친뒤 관계당국에 확인한 결과, 소나무 고사의 원인은 밀생(密生)과 병해충(솔껍질깍지벌레·소나무가루깍지벌레), 계속된 가뭄, 화재, 무분별한 산행으로 인한 흙패임 현상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 이 지역 소나무들의 건강이 우려 수준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소나무림의 임목 밀도가 너무 높은 결과 정상적인 나무 생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솎아베기 등을 통한 적정 밀도의 유지·조절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산림의 '자연적 천이' 과정임으로 '인위적 작업은 배제돼야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또 무등산은 도시공원이 아닌 자연공원에 해당하는 만큼 생태계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솎아베기 VS 자연적 천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알 수는 없으나 무등산 산림을 건강하게 할 적절한 대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행 5시간여 만에 장원봉 정상에 도달했다. 광주시내 전경이 한 눈에 펼쳐진다.
평화로운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정상 한 켠에서는 애호랑나비 한 마리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벌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 영역 구분이 확실한 애호랑나비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무등산에는 지난 1994년까지 8과 105종의 나비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후 환경훼손 등의 영향으로 상당수의 종이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또 증심사 근처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던 애호랑나비, 참산뱀나비 등도 먹이밭인 초원이 점차 줄어 결국 중머리재나 장불재 방송통신탑 등의 고지대까지 서식지가 밀려났다고 한다. 인간의 이기심이 이들을 산정상까지 몰아낸 것이다.
기고 - 빛고을 생명 산줄기를 따라
김경일(광주생명의숲 사무처장)
광주의 진산 어머니 무등은 호남정맥의 한복판에 우뚝 서서 광주를 안고 있다. 광주에 터를 잡은 옛사람들은 무등산을 용(龍)으로 여겼다.
무등산의 펄펄 살아 숨 쉬는 생명의 기운들은 두 갈래로 뻗어내려 온다. 서쪽으로는 바람재를 거쳐 향로봉에서 북으로 올라 장원봉 자락을 이루어 우백호를 이뤘다.
남서쪽으로는 너릿재를 거쳐 분적, 장군, 양림산으로 내려와 좌청룡이 되었다. 조산으로 어등산을 중심으로 광산구의 산들까지 합하여 광주라는 도시에 생명의 기운이 충일한 울타리를 쳐주고 있었다. 그 안에 광주라는 도시가 형성된 것이다.
무등산에서 시작된 산자락들은 살아 꿈틀거리며 서북향의 들판으로 치달려 장성과 담양에서 흘러들어 나주 들녘으로 빠지는 영산강의 본류인 황룡과 극락과 광주천에 목을 축였다.
치렁치렁한 산자락들은 그렇게 마을로 스며들어 맑은 바람과 산의 풍성함을 전해 주었다. 그리고 산들은 다정하게 마을과 사람들에게 생태의 순환 고리를 잇대어 주며 손을 잡아 주었다.
그러나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이 소중한 산자락에 대한 대접이 달라져 버렸다. 교통에 방해가 된다고, 도시발전에 해가 된다고 하여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산을 헐어냈다. 삭막한 도시, 콘크리트 숲의 도시가 되어가는 광주의 변화를 지켜보며 광주사람으로 사는 것에 가슴이 아팠다.
3년 전, 무등산 자락에서 흘러내려와 도로와 주거 단지 개발로 단절이 된 광주의 산을 헤아려 보았다. 군왕봉, 제석산, 백일산, 발산, 한새봉, 풍암산, 양림산, 금봉산, 금당산, 삼각산, 개금산, 매곡산, 새인봉, 백마산, 어등산, 운암산, 분적산, 석문산 등 무등산을 제외한 산 이름과 봉우리 이름을 헤아려 보니 무려 예순 세 개나 됐다.
그만큼 생태 단절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일 것이고, 인간의 편의에 의해 도시가 산을 헐어 확장되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들이 생명과 생태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직접적인 우리의 목숨줄인 소중한 존재임을 알고 있음에도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만 눈이 멀었던 것이다.
이 단절에 대한 사죄의 마음으로 산줄기를 따라 가보려고 이번에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그렇게 따라가다 보면 생태적으로 꼭 이어야 할 부분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이어줄까에 대한 슬기로운 생각도 따라 나올 것이다. 생명의 큰 에너지 속에 들어있었던 초록 도시 광주를 다시금 꿈꾸며 이번 탐사를 진행할 생각이다.
광주라는 답답하기만 한 회색빛 그릇에 새로운 초록 생태계의 고리를 에둘러 보는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첫댓글 그 환한 웃음 ~~ 생숲의 마스코트입니당^^
더운날,산에서 애쓰고 내려오시는 분들 시간 딱 맞추어 입맛에 맞는 션한 아이스크림 들고 서 있을라고 했는디 고만 시간이 어긋나부렀습니다..함께 못한것도 마음 쓰였는데 오도가도 못하고 죄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