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버티려면: 미지근한 물 샤워와 가벼운 운동이 숙면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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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진]
▲ 수은주가 섭씨 30도를 넘어선 21일 서울 양재천 옆 인공연못에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에 뛰어든 아이들이 물장난을 하고 있다. /채승우기자
▲ 강원도 강릉지역에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23일 새벽 강릉 경포해수욕장에는 동이 트면서 백사장 청소차인 비치 크리너가 굉음을 울리며 청소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지난 밤 더위를 피해 백사장에 나온 시민들이 잠에 빠져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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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사회부에서 기상청을 담당하는 이위재 기자 입니다.
덥습니다. ‘염소 뿔도 녹인다는’ 대서(22일)가 지났기 때문에 이제 더위는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릴 전망입니다. 사실 아직 시작도 안 한 셈이라 각오 단단히 하셔야 할 듯 합니다.
중부야 아직 견딜만하지만, 영동지방 분들은 짜증이 많이 나실 듯 합니다. 이 지역은 바람이 산맥을 넘어가면서 고온건조한 바람으로 바뀌면서 기온이 올라가는 ‘푄 현상’ 때문에 더 덥습니다.
푄 현상은 바람이 산맥을 넘어갈 때, 그러니까 고도가 높아질 때 100m당 0.5도씩 기온이 떨어지다 하강할 때 100m당 1도씩 기온이 올라가는 일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남서풍 내지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어가면서 내려올 때 강원 영동지방에 불면서 이 부근 기온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영동이야 이미 시작했지만 중부를 포함, 전국은 8월초부터 아마 더위가 절정에 이를 것 같습니다. 기상청이 이미 예보한 대로 1994년 이후 최고 더운 여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노약자나 어린이들은 미리 준비를 해놓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온이 체온보다 더우면 신체리듬은 엉망이 됩니다. 호흡도 어렵고요. 그래서 지난해 유럽에서 더위로 노인들이 특히 많이 숨졌습니다. 나이가 들면 숨이 가빠지는 상황에서 대처하기 힘들고, 유럽 노인들은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아 위급한 상황 시 돌봐줄 사람들이 없다보니 아까운 생명을 잃게 된 사례가 많았다고 합니다.
소방방재청도 이미 ‘더위 대란’을 예감한 듯, 태풍, 호우 등과 같은 반열로 ‘더위’도 재해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한 상태입니다.
1994년은 다소 기억이 아른아른하지만 지독한 살인 더위가 맹위를 떨친 해입니다. 당장 기록으로만 보더라도 서울 역대 최고 기온 1~2위(38.4도·7월24일, 38.2도·7월23일)가 나란히 이 때 작성됐고, 열대야가 무려 7월13일부터 8월9일까지 기간 동안 단 이틀을 제외하고 계속됐던 해입니다. 그러니까 밤에 잠을 제대로 자기 어려운 날씨가 한달 가까이 이어졌으니 찜통, 가마솥더위가 어떤 것인지 피부로 실감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 뿐 아니라 원주, 청주, 대전, 군산, 마산, 여수, 진주, 순천 등 전국 대부분이 1994년에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습니다.
저는 더위를 별로 타지 않아 당시가 잘 떠오르지 않아 주변에 물어보니 “선풍기로는 역부족이고 에어컨이 없는 방에서는 잘 수 없어 근처 공원가서 잠을 청하곤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올해 그 악몽이 다시 살아난다고 하니 긴장할만 합니다. 이미 중국, 일본 등이 혹독한 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터라 조짐이 보이기도 합니다. 도쿄는 39도를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상청은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습니다. 물론 ‘서늘한 여름’이 반복됐던 최근 몇 년간에 비하면야 덥겠지만, 역대 최고였던 1942년 8월1일 대구 40도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겠다는 거죠.
그래도 35도 안팎까지는 가뿐하게 도달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가만히 있어도 후텁지근해서 땀이 줄줄 흐르는 지경입니다. 또 우리나라에 더위를 몰고 오는 북태평양 고기압은 고온다습해 불쾌지수가 높기로 유명합니다. 더운데다 한증막같은 분위기면 아무래도 짜증이 더나기 마련이죠.
하루종일 이런 식이라면 정말 버티기 힘들 겁니다. 이미 열대야가 곳곳에 출몰하고 있지만 아직 서울은 폭풍 전야입니다. 본격적인 열대야는 7월말이나 8월초로 접어들며 등장할 전망입니다.
열대야 때는 한밤에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 낮과 같은 각성 상태가 지속된다고 합니다. 밤에는 몸이 체온이 가라앉으며 몸이 휴지기에 들어야 하는데 낮같은 활동 모드가 멈추지 않으니 잠이 들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잠이 들었다가도 자주 깨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의사들은 열대야 때 숙면을 취하려면 미지근한 물에 샤워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체온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권합니다. 미지근한 물로 시작해서 조금씩 물의 온도를 낮추면 효과가 좋다는 설명입니다. 흔히 덥다고 몸 식히려고 찬물 샤워를 하는데, 당장은 시원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피부혈관이 수축하면서 열 방출량이 줄어들므로 체온이 오히려 더 높아진다고 저직합니다.
초저녁에 30분 정도 가볍게 운동해서 땀을 내는 것도 좋답니다. 그러나 심한 운동은 금물인데 땀을 많이 흘리면 피곤해서 곯아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근육 수축 에너지가 열 에너지로 바뀌어 체온이 높아지고, 인체 각성상태가 유지되므로 잠들기 2시간 전부터는 운동을 삼가는 게 좋다는 게 공통된 견해입니다.
잠자기 직전에는 각성 작용이 있는 술, 담배, 커피, 홍차, 콜라 등도 삼가야 한다고 합니다. 술을 마시면 잠이 쉽게 들 수 있지만, 금방 잠에서 깨 결과적으로 수면부족이 초래되기 때문이고, 같은 이유로 정신적 긴장감을 줄 수 있는 흥미진진한 드라마나 추리소설도 피해야 합니다. 수박이나 물을 너무 많이 먹으면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므로 주의해야 하며, 배가 고프면 잠들기 어려우므로 가벼운 군것질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열대야로 잠을 설쳤다고 낮잠을 자면 다음날 악순환이 되기 때문에 좀 참아야 한다고 하네요.
8월15일쯤에는 더위가 슬슬 물러가고 늦더위는 없을 것 같다고 하니 그나마 좀 위안이 될 수 있겠죠. 더 위안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매미나 루사 같은 초대형 태풍이 올해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니 그걸로 좀 진정시키는 게 좋겠습니다.
(이위재 기자 wj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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