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의 기원
인류가 식품 보존을 위해 최초로 행한 수단은 말리는 방법이었으며, 다음으로 절이는 방법에서 발효의 과정으로 이어졌다. 근대 과학에서
도 최초의 식품저장 방법이 ‘건조 염장 발효’임을 증명했다.
곡식이나 열매류는 말리지 않아도 보존이 가능했으나, 수분이 많은 어육류와 채소는 건조나 염장 처리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채소는
말리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영양가와 맛이 없어 먹기 불편했다. 그래서 소금이 발견된 이후 야채와 어육류를 소금에 절이는 방법이 시도
됐는데, 먹기에도 좋고 보존성도 뛰어났다.
최초의 염분(鹽分)이 바닷물이건 돌소금〔岩鹽〕이나 해염〔天日鹽〕이건, 음식물을 소금이나 간수로 절이게 된 것은 자연발생적이었다.
이것이 ‘담금〔漬〕’, 곧 ‘삭으며 익는’ 발효의 과정으로 이어진 것은 인류의 식품가공 역사에 있어 크나큰 발견이었다.
육류 어패류 채소류를 염장하면, 옅은 소금물에서 일어나는 ‘자가효소(自家酵素)’작용과 호염성(好鹽性) 세균의 번식으로 생성되는 아미
노산과 젖산의 활동으로, ‘숙성’현상이 일어난다. 김치나 젓갈이 발효되는 초기작용이다. 소금은 탈수 또는 삼투압 작용으로 대부분의 부
패성 미생물을 억제하고 반대로 발효 기능을 유도한다. 따라서 식품을 염장하면 방부와 보존의 두 가지 이익을 볼 수 있다. 또 아미노산이
나 젖산 발효로 저장하는 식품은, 보존 효과는 물론 맛에서도 독특한 풍미를 지닌다. 김치와 젓갈은 재료만 다를 뿐, 모두 젖산발효식품이
다. 김치에 젓갈을 첨가하고 거기에 각종 향신조미료를 배합해 산패와 변질을 조절하고 막아온 것은, 뛰어난 한국 고유의 식품저장 지혜
다.
중국과 일본에도 채소의 소금 절임이나, 된장 간장에 담근 장아찌식 절임과 젖산발효 초기에 머무른 비교적 담백한 야채 절임류가 많다.
그러나 식품의 다섯 가지 기본 맛에다 젓갈로 인한 단백(蛋白) 맛과 발효의 훈향을 더하는, 일곱 가지 독특한 풍미를 갖춘 발효야채식품은
한국의 김치뿐이다. 이러한 김치는 지역과 기후, 계절, 각 가정의 생활환경 및 식습관에 따라 다양하게 발달 정착했다.
중국에는 지방에 따라 산채(酸菜) 포채(泡菜) 장유채(醬油菜) 함채(鹹菜) 등이 있고, 외몽고에는 건함채(乾鹹菜)가 발달됐다. 서구의 거의
모든 나라들에는 다양한 피클이 발달됐으며,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에는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나 바이스크라우트(Winβkraut)
등 양배추로 담근 발효야채식품이 유명하다. 이들 모두 민족의 식성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이나 뿌리 깊은 식습관에 의해 생긴 정서적 저
장식품들이다.
▶ 김치의 어원
상고시대때 김치류를 총칭하는 우리 고유의 옛말을 '지' 또는 한자로 '침채(沈菜)' 라고 하였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침채(沈菜)'는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라는 의미를 가지며 '팀채' 혹은 '딤채'로 발음된다. 이것이 구개음화로 인해 '짐치'가 되었다가 오늘날 '김치'가 된것으로
보고 있다.
혹은 "소금물에 처리된 채소" 또는 "소금으로 절인 야채"를 뜻하는 "함채(鹹采)"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중국어 발음으로 "함차이(Hahm
Tasy)" 또는 "감차이(Kahm Tasy)"이며 이것이 우리말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김치(Kimchi)"로 발음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 김치의 변천사
김치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지금으로부터 약 3천년 전의 중국 문헌 '시경(詩經)'에 오이를 이용한 채소절임
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저(菹)'라는 글자가 나옵니다. 이것이 김치에 대해 언급한 최초의 문헌으로 추정됩니다. "밭속에 작은 원두막
이 있고 밭 두둑에 외가 열려 있다. 이 외로써 정성들여 김치를 담그어 조상께 바쳐 생명을 누리고 복을 받는다." 시경에 나오는 내용은 우
리 민족의 주 생활 무대가 만주 일대 였으며 우리 민족도 상고 시대부터 농경 생활을 시작하면서 김치류의 음식을 먹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게하는데, 만주 지역을 비롯한 한반도의 기나긴 겨울 동안은 비타민과 무기질 섭취가 필수적인데 김치가 한 방법이었을 것으로 추정 하
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김치의 형태는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상용되기 시작한 1600년 대 이후에 나타나는데, 그 이전에는 어떤 형태를
하고 있었을까요?
삼국시대의 식생활에 대한 문헌은 극히 부족하여 그 실체를 알기 어려운데, 다만 동이족 계통의 선비족이 세운 중국 북위 때(6세기)의 책
인 "제민요술"에서 그 내용을 추정할 따름 입니다. 특히 "제민요술"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김치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였는데, 따라서 이것
이 중국 김치류와 한국 김치류 연구의 근원이 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제민요술"중의 김치류를 검토해 보면 산미료에 담그는 '엄초법'
소금과 발효 기질을 이용하는 '발효지법' 그리고 오늘날의 장아찌에 해당하는 '엄장지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고려 때는 그 당시의 김치에 관해 구체적으로 기술해 놓은 문헌들이 있어서 김치의 발달사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규보(1168∼1241)의 시
문집 <동국이상국집〉에는 "순무를 장에 넣으면 여름철에 먹기 좋고, 청염에 절이면 겨울 내내 먹을 수 있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순무
를 장에 넣었다는 것은 장아찌형의 김치로 해석할 수 있고 청염, 즉 맑은 소금물에 절였다는 것은 국물째로 먹는 동치미류의 김치로 생각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문에는 또 순무를 소개한 대목이 있는데 "뿌리가 땅 속으로 퍼지도록 비대하고 서리 내릴 때의 것이 가장 좋은데 칼
로 자르면 배와 같다."고 하여 당시 순무가 상당히 좋은 품종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13세기 초에 쓰여진 이 문헌의 기록이 말해주고 있는 것은 그 이전 시대부터 있던 장아찌류 외에도 동치미류의 새로운 김치가 이미 상
용음식으로 자리잡고 있었으며, 이러한 김치류가 저장식품으로서뿐만 아니라 계절에 따라 즐겨먹는 상용식품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밖에도 〈음식디미방〉〈수운잡방〉과 같은 문헌들에서 나박김치, 산갓김치, 죽순김치와 같은 김치에 대한 기록이 발견되는데 이들을
정리해 보면 고려시대에서 조선초기까지의 김치는 대강 장아찌류, 동치미류, 짠지류의 세 가지 형태로 발전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김치
의 주재료로는 순무, 오이, 가지가 가장 보편적으로 쓰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소금에 절여 겨울에 대비한 야채저장 방법이였던 김치는 조선 중기(16~17세기)이후 고추가 유입되면서 일대 혁명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추정컨대 식해류의 젓갈이 김치에 들어가고 여기에서의 생선 비린내를 제거하기위한 향신료의 일종으로 고추가 들어가지 않았나
여겨지는데 이 고추가 김치에 들어가면서 현재와 같은 수 많은 김치의 종류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김치의 영양과 효능★
▶ 김치의 영양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무, 고추, 파, 마늘 등에는 상당량의 다양한 비타민이 함유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먹는 김치에는 각종 비타민군
이 풍부하다. 또한 김치는 당질이나 단백질, 지방같은 열량이 많은 영양소의 함량이 적은데 비해 칼슘과 무기질이 많은 알카리성 식품이
다.
서양인들의 식단에서 나타나는 칼슘이나 인의 결핍이 우리에겐 전혀 문제 되지 않는 것도 김치의 덕택이다. 뿐만아니라, 김치를 많이 먹
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산균 발효유를 구지 마시지 않더라도 김치를 통해 유산균을 섭취 할 수 있다.
▶ 김치의 재료별 작용
고추 : 김치의 매운맛은 고추의 캡사이신(capsicine)이라는 성분때문인데 캡사이신은 대사작용을 활발하게 하여 지방을 태워 없애기 때
문에 체내에 지방이 축적되는것을 막아준다. 또한 캡사이신은 식욕을 촉진하기도 한다. 또한 고추에는 상당량의 비타민이 들어있다.
마늘 : 예로부터 몸에 좋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는 마늘은 최근 실험에 의해 과학적으로 마늘이 항암효과가 있음이 입
증되어 마늘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들이 건강식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젓갈 : 젓갈은 이미 발효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김치의 숙성을 촉진 시키면서 필수 아미노산의 함량을 높여준다. 젓갈은 김치의 맛을 더
욱 좋게 하면서 영양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
배추 : 배추에 들어있는 캐로틴이라는 성분이 체내에서 비타민A로 작용을 한다. 비타민C도 다량 함유 되어 있으며 특히 대장암을 예방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 : 배추와 마찬가지로 비타민A 와 C가 많고 철분도 많다. 파는 비타민B1을 활성화 시키는 작용을 한다.
소금 : 배추를 절일때 쓰는 소금은 해로운 미생물의 침입과 번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배추를 절이게 되면 배추의 부피가 크게 줄어
드는데(숨이 죽었다는 표현을 쓴다.) 이것은 소금을 넣으면 배추 세포내의 농도보다 바깥의 농도가 더 높아져 삼투압의 원리에 의해 배추
세포내의 수분이 밖으로 빠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 삼투압 때문에 세포간 물질교류를 활발해지고 효소의 작용이 활성화 되기 때문에 조직
감이 좋아지고 젓산이 잘 발효 될 수 있도록 한다.
▶ 김치의 효능
김치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들이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악용식물에 속하는 것들 이고 유산균이 발효증에 활성물질을 만들어내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다.
이러한 기능성 물질들은 현대인의 육류와 곡무을 위주로 하는 식생활에 있어 부족하기 쉬운 각종 면역기능을 직접 또는 간적적으로 활성
화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젓산 발효 채소로서 소화촉진과 대장암, 동맥경화 , 빈혈등을 예방하는 등 성인병의 예방기능이 있는 것으
로 알려지고 있어 오늘날 국내외의 많은 영양 학자들은 김치를 미래의 식품으로 손꼽고 있다.
생체조절(소화촉진, 면역성강화)
질병예방(항균성,소염성, 항돌연변이성,항암성)
질병회복(상처치료성, 혈중콜레스테롤저하)
생체리듬조절
노화억제
★김치상식★
▶ 김치란?
김치는 한국인에게는 매 끼니마다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음식이며 맛과 영양, 저장성 등을 고루 갖춘 자랑스러운 음식으로서 한국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걸작 중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각 나라마다 식품을 조리하고 저장하는 고유한 문화가 있지만 채소를 저장하는 방법에 있어서 김치는 단연 세계 으뜸이라 할 수 있다. 한
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전통적으로 채소 위주의 식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채소를 조리하고 저장하는 방법이 매우 발달되었다. 채소를 재
배할 수 없는 겨울철 3∼4개월 동안 신선한 상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소를 먹을 수 있기 위해서 우리 선조들은 김치라는 매우 유용한
채소저장법을 개발해내었던 것이다.
저장성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맛에 있어서도 대단히 뛰어난 김치는 무, 배추, 오이 등의 채소를 소금에 절인 다음 고추, 마늘, 파, 생강, 젓
갈 등의 양념 및 부재료를 함께 버무려 담아 밀봉하여 일정한 온도에서 일정 기간 동안 발효·숙성시켜 먹는 음식이다. 비타민, 무기질 등
의 영양소와 섬유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김치가 숙성되는 과정에서 젖산균 등 생리적인 효과가 뛰어난 성분들이 생성된다.
▶ 김치의 맛
김치는 소금의 짭짤한 맛, 고추의 매운 맛, 발효되면서 생성된 특유의 새콤한 맛, 여러 채소들이 가진 독특한 향기, 젓갈을 비롯한 각종 해
산물과 육류, 곡류 등의 부재료가 채소 재료들과 함께 발효되면서 내는 조화로운 감칠맛, 그리고 채소를 날것으로 먹을 때보다 오히려 더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질감 등을 고루 갖추고 있다. 한 번 익숙해지면 계속해서 먹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김치의 독특한 맛은 특히 주식
인 밥을 잘 먹고 소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김치 맛의 비밀
채소를 소금으로 절이면 채소의 섬유질이 연해지면서 채소를 날것으로 먹을 때보다 더 씹는 맛이 신선하게 된다. 소금은 채소의 표면에
닿으면 삼투압작용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몸에 유해한 대부분의 미생물들의 생육을 억제시키는 한편 유익한 세균의 번식을 촉
진시켜 발효를 진행시킨다. 이 발효과정을 통해서 아미노산과 젖산이 생성되어 채소는 원래 가지고 있던 것과는 다른 독특한 맛을 내게
되는 것이다.
소금물에 절여지는 동안 채소의 표면 조직은 연해지면서 여러 가지 수용성 성분들이 빠져나오기 때문에 채소를 너무 오랫동안 절이면 영
양소의 손실이 크고 맛도 적어지게 된다. 따라서 소금물의 농도를 다소 진하게 하고 채소가 골고루 소금물에 잠기도록 해서 빠른 시간 내
에 절여야만 좋은 김치를 맛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잘 절여진 채소를 깨끗하게 물에 헹구어 양념과 부재료들을 골고루 버무려 놓으면 유연해진 섬유질 조직 속으로 각종 양념과 부재
료들의 성분이 스며들어가 조화로운 맛을 내게 된다. 특히 젓갈, 육수, 곡류 등의 부재료에 들어있는 단백질, 탄수화물 성분이 효소의 작용
으로 인해서 구수하고 감칠맛 있는 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설탕과 같은 인공적인 단 맛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서 단 맛
을 내는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여러 가지 부재료와 양념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감칠맛을 최고의 맛으로 친다.
여기에 일정 기간 동안 발효과정을 거치고 나면 젖산균의 새콤한 맛과 탄산의 시원한 맛까지 곁들여져 산뜻한 김치의 맛이 완성된다.
▶ 김치의 지역성
김치맛은 손맛이라고 한다. 같은 재료와 같은 양념을 가지고 같은 시기에 김치를 담가도 담그는 사람에 따라서 김치 맛이 다르다는 뜻이
다. 채소를 절이는 기술이나 양념의 배합, 온도 유지 등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나름대로의 기
술과 감각이 있어야만 좋은 김치맛을 낼 수 있다. 그래서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른 것이고 어머니의 김치 맛과 아내의 김치 맛이 다른 것이
다.
이렇게 담그는 기술에 의해서 김치 맛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만 크게는 사용하는 재료나 양념, 소금의 농도, 매운 정도에 따라서 지방마
다 큰 차이를 보인다. 이것은 각 지역의 기후조건이나 특산물 등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부지방인 전라도와 경상도의 김치에는 소
금이 많이 들어가고 젓갈을 비롯한 각종 해산물이 많이 들어가서 자극성이 강하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반대로 중부 이북의 김치는 대체로
싱거운 편이고 양념을 많이 하지 않아서 시원한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젓갈 대신 육수국물을 부어 구수한 맛을 내기도 한다.
▶ 매일 먹지 않으면 안되는 김치
김치는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대단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김치는 매일, 매끼니마다 먹는 똑같은 음식이면서도 질리기는커녕 평생 동
안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금세 찾게 되는 신비한 힘을 가진 음식이다. 주식으로 먹는 밥은 다른 식품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김치만큼은 다
른 것으로 대신할 수가 없다.
술을 마시거나 떡이나 고기를 먹을 때도, 국수나 만두 등으로 밥을 대신할 때도 반드시 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 많다 해
도 김치가 없이는 식사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장기간 외국에 나가 있을 때는 김치 없이 먹어야 하는 식사 때문에
가장 큰 곤란을 겪게 마련이다.
김치 없이 식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해외로 이주해 간 한인교포들에게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지로 이주해 간 교포 1세대들은 집단적으로 거주하면서 공동으로 한국 품종의 배추, 무, 고추, 마늘 등을 재배해서 김치를 담가
먹거나 여건이 허락지 않는 경우에는 아쉬운 대로 현지의 채소로 김치를 담가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교포들과 함께 세계 각지로 퍼
져나간 김치는 차츰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게 되어 이즈음에는 일부러 한국식당을 찾거나 김치 상품을 찾는 외국인도 많이 늘었
다.
▶ 밥과 김치의 관계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는 것은 김치가 밥을 잘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김치의 새콤짭짤한 맛과 아삭아
삭 씹히는 맛은 탄수화물 성분인 밥을 잘 넘길 수 있게 해주고 식욕을 촉진시켜 준다. 뿐만 아니라 영양적인 면에서도 밥과 김치를 함께 먹
는 것은 매우 이상적이다.
사람은 곡류나 육류에서 얻을 수 있는 탄수화물, 단백질 등의 에너지원 외에도 생선이나 채소 등을 통해 비타민, 무기질 등의 영양소들을
반드시 섭취해야만 한다. 그런데 허기를 채우기 위한 탄수화물, 단백질과 달리 에너지원이 되지 않는 채소를 영양에 필요한 만큼 많이 먹
기란 쉽지가 않다. 특히 특별한 맛이 첨가되지 않는 밥과 함께 먹을 경우 채소를 날것으로 많이 먹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진 김치는 채소로 된 김치 자체를 잘 먹을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밥까지도 먹기 쉽게 해줌으로써 균형잡힌
식사를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때문에 김치는 겨울철에 신선한 채소를 먹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저장음식일 뿐만 아니라 신선한 채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봄, 여름, 가을철에도 채소를 보다 쉽게 잘 먹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선택되었던 것이다.
▶ 김치의 종류
김치는 주재료와 부재료, 형태에 따라서, 각기 다른 특산물과 기후조건을 가진 각 지방에 따라서, 김치를 담가 먹는 계절에 따라서 매우 다
양한 종류를 가지고 있다. 또한 각 가정마다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에게로,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전해내려오는 집안마다의 독특한 김
치 담그기 비법이 있게 마련이어서 그 종류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학계에 조사 보고된 바에 따르면 약 100여 종에 이른다.
▶재료나 형태로 나눈 김치의 종류
배추를 주재료로 한 김치 ― 배추김치, 백김치, 보쌈김치, 겉절이 등이 이에 속한다.
무를 주재료로 한 김치 ― 동치미, 총각김치, 비늘김치 등이 이에 속한다.
깍두기류 ― 무나 오이 등을 정육면체에 가깝게 잘라서 다른 부재료, 양념들과 함께 버무린 김치의 종류를 말하며 깍두기, 굴깍두기, 숙
깍두기 등이 이에 속한다.
나박김치류 ― 재료를 납작납작하게 썰어 담근 김치의 종류를 말하며 나박김치, 섞박지, 장김치 등이 이에 속한다.
잎사귀나 줄기 채소를 주재료로 하여 담근 김치류 ― 갓김치, 고구마줄기김치, 열무김치, 미나리김치, 돌나물김치, 상추겉절이 등이 이에
속한다.
열매 채소를 주재료로 하여 담근 김치류 ― 오이소박이, 오이지, 오이송송이, 박김치, 가지김치, 호박지, 고추김치, 우엉김치 등이 이에 속
한다.
파, 마늘, 부추 등 다른 부재료로 쓰이던 채소를 주재료로 하여 담근 김치류 ― 부추김치, 파김치, 마늘김치 등이 있다.
특별한 육류, 어패류, 해조류를 이용한 김치류 ― 닭김치, 꿩김치, 전복김치, 파래김치, 해물김치 등이 이에 속한다.
▶ 김장
김치는 한국인에게는 매 끼니마다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음식이며 맛과 영양, 저장성 등을 고루 갖춘 자랑스러운 음식으로서 한국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걸작 중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각 나라마다 식품을 조리하고 저장하는 고유한 문화가 있지만 채소를 저장하는 방법에 있어서 김치는 단연 세계 으뜸이라 할 수 있다. 한
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전통적으로 채소 위주의 식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채소를 조리하고 저장하는 방법이 매우 발달되었다. 채소를 재
배할 수 없는 겨울철 3∼4개월 동안 신선한 상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소를 먹을 수 있기 위해서 우리 선조들은 김치라는 매우 유용한
채소저장법을 개발해내었던 것이다.
저장성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맛에 있어서도 대단히 뛰어난 김치는 무, 배추, 오이 등의 채소를 소금에 절인 다음 고추, 마늘, 파, 생강, 젓
갈 등의 양념 및 부재료를 함께 버무려 담아 밀봉하여 일정한 온도에서 일정 기간 동안 발효·숙성시켜 먹는 음식이다. 비타민, 무기질 등
의 영양소와 섬유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김치가 숙성되는 과정에서 젖산균 등 생리적인 효과가 뛰어난 성분들이 생성된다.
▶ 김장 품앗이
요즘에는 식구도 단촐하고 또 점심이나 저녁을 집 밖에서 먹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김치 소비량이 예전보다 현격하게 줄
어들었다. 또 늦은 겨울이나 이른 봄에도 다소 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 채소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서 김장 규모가 대폭 작
아져서 배추 10포기 정도를 김장으로 담그는 집도 있고 아예 김장을 담그지 않는 경우도 생겼다.
그러나 100포기, 200포기 규모의 김장을 담갔던 옛날에는 김장은 일년중 대단히 중요한 연례행사였고 주부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집
안일'이 아니라 서로 품앗이를 해야만 가능한 큰 '행사'였다.
가까이 사는 친지, 이웃끼리 일이 능숙한 장정, 또는 주부 대여섯 명으로 구성되어 한 집씩 돌아가며 힘든 일을 해주는 이러한 품앗이 전통
은 예전 농경사회에서는 모내기, 김매기 등 농사일 전반에 걸친 일상적인 일이었지만 산업화, 도시화된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주로 전업주
부들의 가사노동에서만 찾아볼 수 있으며 점차 이것마저도 사라져가고 있다.
김장 품앗이에서는 일을 도와주러 온 손님들은 주로 절인 채소를 씻어주고 갖은 재료와 양념으로 버무린 속을 배춧잎 사이에 발라넣는 일
을 맡는다. 이 일은 하루종일 걸리는 힘든 일이어서 김장 주인은 이들에게 점심식사를 극진히 대접한다.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배추 절이기와 김치속 버무리기는 전적으로 김장 주인이 도맡아서 하므로 일을 여럿이서 하더라도 김치 맛은 집집
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김장김치가 익을 때쯤 되면 품앗이를 한 사람들끼리 각자의 김치를 조금씩 나누어 먹어보고 품평회를 하기도 한
다.
독은 김장을 담그기 한 달쯤 전에 미리 땅을 파고 묻어둔다. 독을 땅에 묻을 때는 짚이나 가마니로 독을 감싸고 주변의 틈에는 톱밥 등을
채워넣는다. 김치를 차곡차곡 넣은 뒤에는 편편하고 차진 돌을 깨끗이 씻어 김치를 꼭꼭 눌러주고 나서 뚜껑을 덮는다. 뚜껑 위에는 다시
짚이나 가마니를 덮고 그 위에 방한용 움막을 짓는데 이것을 김치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