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따라 달라지는 명절 풍속도
고스톱대신 스크린골프 치고, 찜질·좌훈방에서 명절 뒤풀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족 대이동이라 불리며 힘든 귀성길을 마다하지 않고 고향으로 달려갔던 세대들에게는 명절이 가족잔치의 의미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가족사회가 핵가족화로 바뀌면서 팽배해진 개인주의로 인해 고향의 개념도 많이 옅어졌다. 특히 명절만 지나면 이혼율이 급증하고 형제지간에도 남보다 못한 원수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또 명절음식 준비에 시달리는 주부들은 이곳저곳 아픈 곳을 호소하고 심지어 명절증후군을 앓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명절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게는 명절이 스트레스를 받는 지긋지긋한 날이 아니라 오히려 가족 화목을 다질 수 있는 기다려지는 집안 행사라는 것. 시대가 변하면서 명절 풍속도 또한 바뀌고 있다. 시대 따라 달라진 명절풍속도를 소개한다.
윷놀이, 스크린골프 통해 가족화합한마당
부산이 고향인 정명길(가명·45)씨는 명절이 되면 일찌감치 가족들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간다. 본가와 처갓집이 모두 부산인 관계로 서둘러 집을 나서는 정씨 가족은 고향에 도착하면 어머니와 함께 추석음식을 준비한다. 여자들은 주로 요리를 하고 남자들은 잔심부름이나 허드렛일을 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지만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는다.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총동원해 음식준비를 하고 나면 오후쯤이면 일이 끝난다. 명절 음식 준비를 마친 정씨 가족들이 서둘러 찾는 곳은 바로 스크린골프장. 골프를 치는 형님 내외와 정씨 부부가 내기 골프를 치면 어머니와 아이들은 갤러리로 응원을 한다. 18홀을 돌면 대충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 정도. 이긴 사람이 게임비를 내면 진 사람은 저녁을 사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어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재미있게 즐긴다. 정씨네 식구들이 이렇게 명절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어머니가 집에 온 자식들에게 “일년에 기껏해야 서 너 번 밖에 얼굴을 못 보는 데 명절만이라도 고스톱이나 술만 마시지 말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게임을 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된 것. 정씨는 이렇게 모인 식구들이 명절을 함께 보내면서 형제 사이가 전보다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최영수(가명·51)씨도 연로하신 어머니를 즐겁게 해드릴 수 있는 놀이를 생각하다가 형제들에게 윷놀이를 하자고 제안했다. 예전에는 명절에 형제들이 모여 잡담이나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는데 어머니와 여자들의 불평불만을 겪으면서 다함께 윷놀이를 즐기기로 한 것. 고스톱이나 장기, 바둑 등도 생각해봤지만 이 방법은 오랫동안 고정된 자세로 앉아 있기 때문에 건강에 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몸을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윷놀이는 던지는 동작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여 근육이 경직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운동도 되고 신명나는 게임방법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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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피로회복은 찜질·좌훈방에서
이명희(가명·46)씨는 명절만 지내고 나면 온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고 결려 며칠동안 고생하곤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가족들과 함께 찜질방을 찾아 그동안 쌓인 피로를 해소한다는 이 씨는 찜질방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명절 뒤끝 피로회복에는 무엇보다 뜨끈뜨끈한 찜질방이 최고라는 그녀는 황토, 맥반석, 게르마늄 등의 성분이 있는 방에서 뜨거운 열을 쬐며 땀을 흘릴 수 있어 시원하다고 말한다. 흔히 찜질방의 내부온도는 건식사우나나 한증막보다 낮지만 원적외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대사작용을 촉진시키고 땀을 통한 노폐물과 유해 성분 배출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혈액순환은 물론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씨의 경우와 비슷하게 명절 준비에 몸과 마음이 고달팠던 주부들 가운데 좌훈방을 찾아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는 주부들도 있다. 좌훈은 연기를 쏘인다는 뜻으로 한방의 치료법 중 하나인 열을 이용해 경혈 중에 자기 시술이 어려운 항문열과 회음열에 강한 열자극을 주는 것이 그 원리다. 온열 좌훈기 안에 말린 약쑥을 넣고 그 위에 앉아 연기를 쐬는 쑥 좌훈은 약숙에서 나오는 열기가 체온을 상승시켜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며 생리불순, 생리통, 냉대하 등 각종 여성질환 해소에 도움에 준다고 한다. 화심쑥좌훈방 배연옥 원장은 “좌훈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긴장된 근육과 수축된 혈관을 풀어주어 신체 기능의 정상화를 돕는다”면서 “좌훈이 끝나면 황토방에서 누워 좌훈기의 남은 열기를 배 위에 얹은 후 온열기요법을 하게 되면 누적된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 듯 몸이 개운해진다”고 설명했다.
명절연휴는 여행으로 마무리
짧게는 3일, 길게는 5일까지 이어지는 명절 연휴를 이용해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는 케이스도 있다. 다음 달이면 군에 입대하는 아들과 함께 일본으로 여행계획을 세웠다는 이미란(가명·48)씨. 비록 명절 제사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지만 아들이 군에 가기 때문에 앞으로는 온 가족이 함께 여행갈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결정하게 된 것. 이처럼 명절 연휴를 이용해 국내나 해외로 떠나려는 가족여행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모두투어 홈플러스평촌점 이재환 실장은 “해마다 명절 연휴를 이용해 스키장이나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가족여행객들이 많다”며 “특히 올해는 환율이 하락하면서 경기는 어려워도 방학이나 명절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출처:안양평촌과천의왕내일신문
문의 010-8877-5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