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농업기술센터, 농촌체험프로그램 '그린투어' 운영
빽빽한 빌딩 숲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출퇴근 시간이면 거북이걸음을 하는 자동차들. 건물들로 가득 차 있는 서울에 아직까지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원래 이 곳은 배 밭입니다. 아파트가 뒤에 들어선 거지요. 처음엔 이 곳에서 거름냄새 난다며 불평이 심했는데 요즘엔 경관이 좋다고 그러네요"
김상순(평화배농원대표,여)씨는 노원구 중계동에서 배 과수원을 운영한다. 배밭 앞에는 10층 높이의 아파트가 있고 뒤로는 해발 507m의 불암산이 있다. 좀처럼 어울려보이지 않는 풍경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 곳에서 남편과 함께 9년째 배 농사를 짓고 살았다.
- ▲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평화배농원
"생산하는 배들은 주로 직거래로 이어져요. 배가 소화에 좋아서 배즙을 사가는 단골손님들이 많아요. 농촌체험 오신 분들도 신청을 많이 하고 가구요"
평화배농원엔 40여명의 체험자가 배 밭에 몰렸다. 그들은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농촌체험프로그램인 '그린투어'에 참가해 첫 번째 코스인 이곳을 찾은 것이다.
- ▲ 체험자들이 배의 특성과 관리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있다.
그들은 점심을 먹고 송파구 올림픽공원 안에 위치한 허브다섯매로 이동했다. 1만 4천m²의 넓은 부지에 거대한 비닐하우스로 만든 허브농장 안에는 로즈마리, 캐모마일, 레몬밤 등 다양한 허브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번 체험은 비닐하우스 중앙에 위치한 체험대에서 진행됐다. 체험자들은 한 사람당 하나씩 나누어 준 화분에 페퍼민트 1분씩을 조심스럽게 옮겨 심었다.
- ▲ 허브다섯매에서 화분에 페퍼민트를 옮겨 심고 있는 체험자들
이번 체험에 참가한 방옥자(은평구 갈현동)씨는 "서울에서 이렇게 많은 허브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평소 허브를 좋아해서 서울 근교까지 많이 나갔는데 가까이 있는 걸 알았으니 이제 자주 와야겠다"고 말했다.
허브다섯매 조강희 대표는 "이 곳에서 생산되는 허브는 전국 유명 허브테마파크로 납품되고 있다"며 "서울시민들이 멀리까지 가서 우리 허브를 보는 것이 안타까워 작년부터 체험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체험자들은 마지막 코스는 서초구에 위치한 민들레 농원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200여종이 넘는 야생화가 농원을 가득 채웠다.
"여러분 황기 아시죠. 이게 바로 황기 입니다. 울릉도 가보셨나요? 차로 즐기는 마가목입니다. 나물로 먹으면 좋습니다. 열매는 만병통치약이에요"
약용식물들의 특성과 효능을 박대양 대표가 하나씩 설명하자 체험자들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가져온 수첩에다 메모를 하기도 했다. 평소 알고 있던 약용식물이 나오자 체험자들은 맞장구를 치며 반가워했다. 마지막으로 토종차인 겨우살이차를 마시며 7시간의 농촌체험은 마무리 됐다.
- ▲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민들레농원에서 약초를 구경하고 있는 체험자들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28일까지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총 11차례에 걸쳐 농촌체험프로그램 '그린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그린투어'는 서울시민들이 시내에 위치한 벼, 쌈 채소, 배 등 친환경 농산물 생산 농장과 허브농장, 야생화 농장을 방문해 재배현장을 견학하고 농산물 수확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체험에 참여한 백소림(송파구 석천동)씨는 "서울 시내에 이렇게 큰 농원들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사는 곳하고도 그렇게 멀지 않아 가족들이랑 자주 놀러와야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린투어를 기획한 김영문 팀장은 "요즘은 서울시민들이 웰빙생활을 많이 하시는데 멀리가지 않고도 가까이서 농촌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하게 됐다"며 "우리 농산물을 제대로 알아서 몸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유익한 체험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농촌체험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되며, 서울시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다. 문의는 농업기술센터 생활교육팀(02-459-8994)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