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코트’ 겨냥 작심…퇴임 대법관 이흥구의 이례적 쓴소리
6년의 임기를 마치고 대법관 자리에서 물러난 이흥구 대법관이 퇴임사에서 대법원을 향해 이례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내놨다. 특히 12·3 비상계엄 이후 대법원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에게 법원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사법부의 소통과 역할을 정면으로 돌아봤다.
여기에 올해 시행된 이른바 ‘사법 3법’에 대해서도 법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입법 과정이 “충격적이고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다만 동시에 사법 3법이 추진된 배경에는 법원과 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오랜 불신이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퇴임 소회라기보다 현재 대법원을 이끄는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이흥구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대법관 2명이 공석이 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대법원의 역할과 책임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첫번째, 이흥구 대법관이 퇴임사에서 꺼낸 ‘비상계엄 이후 대법원’
이흥구 대법관의 발언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12·3 비상계엄 당시와 이후 사법부의 대응이었다.
이 대법관은 퇴임식에서 비상계엄 이후 벌어진 상황을 돌아보면서 대법원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에게 법원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거나 실패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법원이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이후에는 말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는 취지의 지적도 내놨다.
이는 상당히 의미 있는 발언이다.
법원은 정치권과 달리 정치적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기관은 아니다. 특히 사법부의 독립을 고려하면 정치적 사건에 대해 특정 세력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가 헌정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법원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어떤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흥구 대법관의 발언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가 강조한 것은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법원의 언어’였다. 정치적 사건이 법원으로 몰려들수록 진영 논리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공정한 원칙과 사실에 대한 분석, 일관된 법리와 충실한 논증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흥구 대법관의 메시지는 법원이 정치에 개입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오히려 법원이 자신의 원칙을 더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에 가깝다.
두번째, 왜 ‘조희대 코트’에 대한 쓴소리로 해석됐나
이흥구 대법관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퇴임사가 ‘조희대 코트’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현재 대법원을 둘러싼 여러 상황과 발언 내용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재판 지연 문제 해소와 사법부의 정상적인 기능 회복 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법관 인선 문제와 사법개혁 입법을 둘러싸고 대법원과 정치권 사이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흥구 대법관의 퇴임일인 7일 현재 대법관 2명 공석이 현실화됐다. 앞서 노태악 전 대법관이 지난 3월 퇴임한 뒤 후임 인선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흥구 대법관까지 임기를 마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헌법재판이나 주요 정치 사건을 포함해 쏟아지는 사건들을 얼마나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흥구 대법관이 “대법원의 가장 큰 문제는 사건의 홍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하고, 중요한 법적 문제에 적시에 기준을 제시하는 정책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상당한 무게를 갖는다.
다만 이를 곧바로 ‘조희대 대법원장 개인에 대한 공개 비판’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 대법관의 발언에는 특정 인물을 공격하는 내용보다는 사법부 전체의 구조적 문제와 역할에 대한 진단이 더 크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 ‘사법 3법’에는 비판과 자성이 동시에 담겼다
이흥구 대법관의 또 다른 핵심 발언은 이른바 ‘사법 3법’이었다.
현재 거론되는 사법 3법은 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이다. 이 대법관은 이 법들이 오랫동안 유지돼 온 재판 제도와 대법원의 위상 및 구조를 크게 바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입법 과정이 충격적이고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흥구 대법관의 발언을 단순히 사법 3법에 대한 반대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그는 오히려 법원 스스로 국민의 불신이 왜 커졌는지를 돌아봐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이 오랫동안 쌓여왔으며, 그 배경에는 불공정하거나 충실하지 못한 재판, 당사자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재판, 전문성이 부족한 재판,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 재판 등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이번 퇴임사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사법부가 입법권이나 정치권의 개혁 요구를 무조건 외부의 공격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면 사법부의 독립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독립된 사법부가 실제로 공정하고 전문적인 재판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
결국 이흥구 대법관은 사법 3법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사법부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자기반성의 메시지를 함께 던진 셈이다.
네번째, ‘대법관 2명 공백’까지 겹친 대법원의 현실
이번 퇴임사가 더욱 주목받는 배경에는 대법관 공백 문제가 있다.
이흥구 대법관이 7일 퇴임하면서 대법원에는 두 명의 대법관 공석이 발생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흥구 대법관의 임기까지 끝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노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각각 후보자를 제청했지만, 청와대는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국회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하고 대법원장에게 후보자 재제청을 요청했다. 대법원은 현재 이 사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최근 출근길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여부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상의한 뒤 공식적으로 밝히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때문에 대법관 공백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실제 재판 진행과 대법원의 사건 처리 능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 됐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과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들이 법원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대법관 숫자의 공백이 장기화된다면 사건 처리 속도와 대법원의 정책적 기능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흥구 대법관이 퇴임사에서 대법원이 사건의 홍수 속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섯번째, 이번 발언이 남긴 가장 큰 메시지는 ‘사법부도 변해야 한다’
이번 이흥구 대법관의 퇴임사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법부의 독립과 사법부의 변화는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사법부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 하지만 독립은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국민이 사법부의 판결을 신뢰하고 법원이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판결의 논리와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고, 사회 변화에 맞춰 재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 대법관은 법원이 권위적인 모습을 내려놓고 더욱 전문적이고 투명하며 설득력 있는 재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적 사건이 법원으로 몰려들수록 정치의 언어가 아니라 법원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같은 사건을 두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법원까지 정치적 진영 논리에 따라 판단한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준다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정치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판단 기준을 더욱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동시에 정치권 역시 사법부를 개혁한다는 명분 아래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결국 사법개혁의 목적은 법원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더 신뢰할 수 있는 사법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결론, 이흥구의 퇴임사는 조희대 코트에 던진 마지막 질문이었다
이흥구 대법관의 마지막 메시지는 단순한 퇴임 소감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강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이후 대법원이 국민에게 법원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정치적 사건이 몰려들수록 정치의 문법이 아닌 법원의 문법으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사법 3법에 대해서는 법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입법 과정이 충격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 배경에는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오랜 불신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래서 이번 발언을 단순히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반대’라고 해석하는 것보다는 현재 사법부가 처한 상황에 대한 내부자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특히 대법관 2명 공석이라는 현실까지 겹쳤다. 대법원은 앞으로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하는 동시에 재판 지연과 사법부 불신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결국 이흥구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남긴 질문은 명확하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사법부가 어떻게 다시 신뢰를 얻을 것인가.
그리고 그 답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공정한 재판, 충분한 설명, 전문성, 투명성, 일관된 법리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이번 퇴임사가 던진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보인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법관 공백을 해소하고 사법부의 역할을 재정립할지, 그리고 사법 3법 시행 이후 대법원이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는 향후 사법부의 신뢰를 가르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