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이들의 쉼터(?) 병의원 이야기
우리 동네엔 제법 이름있는 정형외과가 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항상 환자들로 넘쳐난다. 나이가 들면 사지의 뼈마디가 쑤시고, 뒤틀리는 듯한 노인네들, 벌어먹고 산다고 무거운 짐을 들고 옮기거나 같은 부위의 관절을 쓰다보니 부위가 고장난 젊은이들도 많이 왔다.
의원의 시설이랬자 그리 크지 않은 동네 의원이니 진료실, 주사실, 방사선실, 물리치료실 정도...
환자가 넘쳐나면 새끼의사를 둠직도 한데 의사는 한명뿐이고, 환자를 예약받지 않는다. 대신 새벽부터 접수실을 개방하여 진료순서를 정하기 위한 수기에 의한 무인 접수를 받고 있다.
예약을 받으면 서로가 편할텐데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의사의 종교관에 있거나, 신념이 따로 있을 것이란 생각에 머물렀다.
나도 몇번을 갔었는데, 진료는 친절감을 느끼고, 솔직담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예전 살던 도시에 지방의대를 나온 안과의사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좀 아는 사이였는데, 널리 유명세가 퍼졌다. 환자가 넘쳐났고, 사람들은 그 이유중 하나는 실력이야 어떻든 환자의 마음을 치유하는 기술이 더 앞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었다.
그렇듯 이 의원의 원장도 환자에게 다가오는 다정다감 하다는 느낌의 치료를 하는 것 같았다.
오늘 애 엄마가 어깨가 아파 새벽 5시에 접수를 하려 갔더니 벌써 3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접수를 하고 갔더란다. 그리고 일과중 접수를 받으니 작은 의원에서 도대체 하루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까?
그 원장 우리지역 제일 큰 교회에 가장 많은 헌금을 내는 교인 중 한사람이라고 애기를 들었다.
100세 인생, 누가 그 단어를 먼저 확산 시켰을까? 보험회사, 아니면 병원에서? 티비를 켜면 10분이 넘는 막간의 광고시간, 하고 또하는 보험광고에 짜증이 난다. 아니 보장 내용이 늘어나는데 왜 보험료가 내려가며, 가입도 안하고 상담만 완료했다고 상품을 줄까? 과연 그럴까?
도심 대로변 건물에 붙은 광고판은 온통 병의원, 커다란 빌딩의 소유는 보험회사, 그 돈은 근원은 누구에게서 왔을까? 왜 정부는 과대허위 광고를 방치하고 있을까?
애 엄마의 이야기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다는데 옛날보다 신체가 건강해져서 그러겠어? 병든 노인들 일상이 병원가서 주사맞고, 물리치료 받으면 통증이 덜하면 하루종일 기분이 나아지겠지! 그러니 잠도 안오는데, 새벽부터 병원에 예약부터 해야겠다고 생각들걸..."
예전 남해, 통영 등지에서 새벽부터 오는 노인네들을 많이 보았다. 그냥 혈압약 하나 처방 받으실거 왜 먼길 오셨을까 하는 궁금증에 물었더니, 그래도 대학병원에 와야 마음이 놓인단다.
사실이 그렇다면 대학병원 의사는 그 환자를 지역 병의원으로 유도해야 맞다. 그러나 의사도 밥벌이니 그런게 싫은 것이다.
그리고 그 시골 노인네들은 내가 대학병원에 진료 받으려 다닌다는 공명심도 없지 않은 것 같았다.
어느듯 우리네 병의원은 늙은이들의 생명을 연장하고, 때로는 그 연장된 시간을 위안주는 쉼터가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
그것참! 병은 자랑하라지만 그건 아닌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