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식의 시작 :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
-허진모 / 미래문화사 2019년판
1 역사의 개념
-역사는 불변이 아니다. 역사란 자료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해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어떤 일’에 대한 기록이라기보다 어떤 일을 기록한 자료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해석의 문제다.
-역사는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을 이해하게 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역사는 지식의 기본적인 뿌리이며 어느 분야에서든 세상 어디를 가든 이에 대한 지식은 큰 힘이자 안식이 되어준다. (본문 중)
2 역사라는 말(語)의 역사
역사라는 말의 역사는 약 400년 정도이다.
사(史)는 사람 인(人)에 입 구(口)가 붙었는데, 이는 사람의 말(이야기)을 하는 형상이라고도 하고 또 사람이 죽간(竹簡)을 들고 있는 모습이라고도 한다.
역(歷)을 굳이 해석하자면 ‘과거에 있었던 일’이다. 이 두 글자는 문자가 생긴 이래로 수천 년 동안 남남이었다가 17세기를 전후해 맺어지게 되었고, 이 말의 정확한 의미는 ‘과거에 있었던 일을 기록한 것’이다. 어찌됐든 역사란 현재든 과거든 사람의 일에 대한 사람의 기록을 뜻한다.
역사 이전에 역사의 역할을 하던 단어는 ‘춘추(春秋)’였다. 춘추는 공자가 노나라 사관이 저작한 역사서에 자신의 글을 적어서 다시 편찬한 노나라의 역사서로 오경(五經)의 하나이다.
사(史)가 역(歷)을 만나 역사라는 하나의 단어가 되기 전에 ‘춘추’의 역할을 이어받은 것이 있었다. 바로 ‘사기(史記)’였다. 글자 그대로 풀어쓰면 ‘사관의 기록’인데 사마천의 사서인 『사기』를 일컫는다. 그러던 것이 명나라 후기였던 17세기 전후에 학자 애황(哀黃)이 쓴 『역사강감보』라는 저서에서 처음으로 등장시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서양의 역사에 해당되는 말인 ‘History’는 나이가 많아 최소한 2,500살 정도가 된다. 그리스어에서 라틴어 또 영어로 옮겨간 이 말을 아리스토텔레스는 ‘탐구를 통해 얻은 지식’이라고 했다. 현재의 히스토리는 ‘탐구’를 통해 얻은 지식이 아닌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기록’을 의미하는 역사와 같은 말로 바뀌게 되었다. (본문 중)
3 문명사를 바꾼 페르시아 전쟁
제국의 쇠퇴에 많은 영향을 미친 페르시아 전쟁은 단순히 페르시아의 멸망을 앞당긴 것뿐만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역사의 새로운 문을 연 큰 사건이었다. 이 전쟁으로 인해 그 당시의 ‘세계’라는 영역은 유럽으로 그 넓이를 확장한다.
실제 그때까지 수백 년 동안 그리스인들은 온 지중해 연안을 약탈하고 다녔던 사람들이다. 그런 그리스를 작고 약하며 불쌍하게 묘사한 것은 동양에 대한 서양의 승리를 조금이라도 더 극적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후세 사가들과 이야기꾼들의 바람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본문 중)
4 사람
전국시대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인물들이 맹상군을 비롯한 전국 4공자와 악의, 염파와 인상여, 백기와 조괄 등이다. 이들의 활약은 곧 전국칠웅의 부침을 그대로 보여주었는데 한 사람의 인재가 국가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한 사람의 간신이 국가를 얼마나 흔들어 놓는지도 알 수 있게 해준다. (본문 중)
5 서양과 동양
그리스 철학이 대체로 ‘세상만물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무엇인가’라는 원질(Arche), 아르케에 대한 탐구라면, 중국의 사상가들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한 물음, 즉 인간과 세상과의 관계를 파고들었다. (본문 중)
6 여전히 유효한 역사적 사실
끝내 카르타고는 무너졌고 로마는 학살과 파괴를 거듭해 거대한 도시를 완전히 폐허로 만들었다. (중략) 이 전쟁의 결과로 카르타고는 지도에서 또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같은 해에 그리스까지 점령한 로마는 지중해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본문 중)
7 사람(2)
역사란 곧 사람을 아는 것이다. 그 시대의 역사라는 것이 그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의 행위이고, 또 그 행위가 미친 영향이기에 그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역사를 안다. (본문 중)
8 지배 - 권력과 종교
아우구스투스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예수는 아우구스투스가 권력으로 세상을 지배할 때 믿음으로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본문 중)
9 변하는 세계사
세계사라고 하는데 도대체 세계란 어디를 말하는 것인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사는 서양사이고 정확하게는 유럽사이다. (중략) 이러한 세계사의 개념은 언젠가 바뀔 것이다. 항상 그러했듯이 역사는 변화한다. 강자가 의도적으로 변하게 만들기도 하고 강자를 따라서 저절로 변화하기도 한다. 그래서 마냥 애달파 할 필요는 없다. (본문 중)
10 역사, 세계사를 읽는 이유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난 일 년 동안 책읽기와 글쓰기를 할 수가 없었다. 일 년이 흐르고 이제 서서히 책 읽기를 시작하려 들 때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지는 제법 난처한 문제였다.
역사를 선택했다.
난 왜 역사를 선택했을까.
이유를 대라면 잠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초등학교 시절, 변변한 놀 거리가 없던 가난한 시절에 우리는 모두 학교로 가야 했다. 학교 다니는 일을 그 누가 좋아 했겠는가 싶지만 그래도 그곳에는 엄격하고 딱딱한 시간 틈틈이 더 어린 시절 할머니들이 종종 풀어놓으시는, 이야기보따리를 펼쳐 지루한 시간을 슬기롭게 넘기시는 낭만적인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이야기. 그렇다 세계사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흥미로움을 만끽한 소년은 동화책을 읽으며 중학교에 입학했고, 2학년 수업시간에 맞닥뜨린 세계사는 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흥미진진하게 일 년 동안 이어졌는데, 소년은 교과에 흥미를 느꼈는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참고서와 문제지까지 직접 용돈을 아껴 사는 적극성을 보이게 된다.
그 해말 소년의 성적표에서 세계사는 늘 만점이었다. 세계사는 소년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그런 공부 방식은 삶에 대한 소년의 눈을 뜨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이야기, 세계사는 그 후 오랫동안 소년의 의식과 기억에 흔적을 남겼다. 그때 배운 함무라비 법전은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하지만 꽤 오랫동안 옹알이처럼 뇌리를 떠돌았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한 학생은 가정형편상 선생님의 권유로 공대에 진학한다. 하지만 어릴 때 이야기에 매료된 청년은 문학에 입문하며 대학시절 내내 문학을 동경하며 문학 안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시야를 가지게 된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세계를 바라보는 창이 아닌가.
앞서 언급했듯 역사는 사람의 일을 기록한 문학이다. 문학과 역사는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 사마천의 『사기』는 이야기 그 자체였다. 세계와 인생에 눈을 떠가며 제기되는 온갖 의문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역사가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시대는 변했고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있었다. 역사라고 흔히 일컫는 이야기는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쓰여져, 그 울타리 밖에 있었던 많은 약자와 주변의 삶은 소외되어 있었는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역사의 지평이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소외된 약자와 자연, 환경 등에 대한 소홀했던 분야에 대한 시야가 미시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때문이다. 역사는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변한다는 저자의 의견과도 일맥상통함이 있을 것이다.
뿐 아니라 사람 역시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숱한 우여곡절을 겪게 마련인데 그럴 때마다 역사는 늘 곁에서 중심을 잡아주었다. 젊을 때 읽은 이순신과 그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읽는 이순신은 같은 인물이지 않다. 후일 이순신보다 오래 산 나이가 되었을 때 읽는 이순신은 더욱 달라질 것이다.
역사는 친구처럼 평생 함께 동행 하는 이유 있는 발견을 하게 된다. 이십대에 세계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는 젊은 시절 피 끓는 열정을 주고받지만 불혹이 되어서는 안타까움과 어리석음을 가지게 하고 이제 예순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는 그런 사람이 있어 세상에 어떤 변화를 주었다고 느끼며 아마 먼 훗날에는 그럴 필요까지 있었을까 싶은 허망함이 감돌지 않을까 싶어진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좋지 않았을까, 인생을 다른 각도에서 살아도 큰 문제는 없으며 그와는 다른 삶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에 주목하여 인생 후배
들에게도 한마디 충고쯤은 해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아무튼 역사는 그런 것이다.
11
문명의 태동에서 시작해서 로마제국 성립까지의 시간대에 동서양에서 진행된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저자의 구성진 가락에 힘입어 물리지 않고 잔잔하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집필된 책이다. 시간이 날 때 읽으면 유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