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이 고등학교 들어가는 1974년에 고등학교가 평준화된다.
시험은 당락만 결정하고, 학교는 지역별로 뺑뺑이로 배정했다.
그 당시 서울의 남자 명문고는 5대 공립(경기,서울,경복,용산,경동)과, 5대 사립(중앙,양정,배재,휘문,보성)이었다.
박지만은 사립 #1 중앙고에 입학했다.
나는 평준화 11년후인 1985년에 뺑뺑이로 5대 공립중 하나인 경동고등학교에 들어갔다.
내가 신입생일때 고입시험 상위 120명을 대강당에 모아놓고 교육주임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SKY에 갈 거라고…
평준화가 된 후 11년이 지났지만, 매년 조금씩 수그러들어도 그 기세는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후 경동고등학교는 급속히 몰락한다.
내가 대학 갈 때는 문과에서 단 3명만이 서울대에 입학했다.
몰락을 부채질한 주범은 일단 백영수교장이었다.
그나이에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학생은 뒷전이고 학생을 이용해 상부에 잘보이려고만 노력했다.
전두환 정권에 잘보이려고 교련교육 시범학교인지 뭔지 이런 걸 따와 학생들은 방과 후에도 제식훈련을 연습했다. 중대장인 반장들의 고초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전두환 정권이 한강에 뭔가 하자, 한강에서 단축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여, 학생들은 틈만나면 마라톤 연습을 해야했다.
게다가 학생을 통제하겠다며, 옷에 학교배지를 다는 건 물론, 배지는 뗄 수 있으니 모든 상의에 모표라는 헌겁을 꿰매게 했고, 외제 신발 신고 오면 기합 받고, 다른 학교에서는 특별대우를 받는 고 3도 3분만 지각하면 (언젠가 교감이 새로 오더니 예고도 없이 정각이 지나면) 1시간동안 뺑뺑이 돌아야했다. 뺑뺑이를 피하려면 담치기밖에 없었는데, 학교는 산성스타일인지라 부상을 각오해야했다. 아래 위 흰색으로 입고 와 올빽이라고 맞았다는 선배도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작은 군사정권을 보는 듯하다.
교장이 이 모양이니 일부 선생님들도 덩달아 도덕적으로 헤이해져갔다.
소풍때 어느 반 반장 엄마가 애들 차비하라고 준 돈을 그 반 담임선생이 자기 주머니에 쓱싹 했다. 모두에게 알려질께 뻔한 그런 돈을 횡령하는걸 보면 잘 안보이는 데서는 어떻게 했을까.
어떤 선생은 대놓고 학생들의 기를 죽였다.
너희들 70%가 뺑뺑이로 전농동, 답신리에서 왔지?
여긴 전답고등학교야!
전농동의 “전”은 논이요, 답신리의 “답”은 밭이다.
농사지역이으로, 후진동네에서 와서 공부 못한다는 것이다.
평준화된 1974년이후 10년 넘게 계속 학생들의 대부분은 전농동, 답신리에서 왔는데, 난데없이 왜 이게 문제가 될까...
내가 고 3때 김재규교장선생님이 부임하시며 쓰러져가는 학교를 세워보려 노력하셨다...
기억나는 것만 적어보면...
한학년에 14반까지있던 엄청난 수의 학생을 하나하나 1대1 진학면담를 해주셨고,
학부모들을 설득해 학생들을 위해 쓸 기금같은 걸 모으셨고 (아마 그동안 삥땅이 심해 설득에 애먹으셨을거다)
시험 때면 이반저반 돌아다니시면서 컨닝하는 놈 발견하면 패주셨고,
담치기하다 다칠까봐, 제발 하지말라 당부하셨다.
그러나 그 분의 노력도 몰락의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고등학교는 1974년에 제도적으로 평준화 되었지만, 단 한 방에 평준화되지 않았다.
그 시스템이 남아있었고, 전통있는 명문고에 다니는 학생들의 자부심도 학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스템은 녹슬어가고, 자부심은 희석된다.
아마 백영수 교장이 아니었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쯤 결과는 비슷했을 것이다.
백영수 교장은 단지 몰락을 가속화 시켰을 뿐이다.
첫댓글 그래도 졸업하신 고등학교에 대한 애착이 있기에 이런 글을 쓰실 수 있지요. 저는 졸업하고 그 주변에 가는 것도 싫었는데요
별로 애착은 없었고 다닐때도 그냥 아무 생각없이 다녔는데 나중에 이런저런 생각해보니 열받더군요^^
저도 명문 "경기여자고등학교" 뺑뺑이 출신입니다. ㅋㅋㅋㅋ
경기여고도 강남으로 이사갔나요?
@안재형 넹~~개포동으로.. 휘문 근처로..
저는 뭐 명문고와 전혀~ 상관없는 지방고교 출신이라 그 말로만 듣던 5공 5사 출신이시군요 ㅋㅋㅋ
근데 이건 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야그 같아요 ㅠㅠ
평준화이후 뭐 별로 다른건 없죠^^ 어떤 선배들은 평준화이후 후배들은 후배라고 생각 안한다는데요^^
어디나 비슷하군요. 전 평준화인데 대전의 사립학교에 배정이 되었고, 기독교 학교인데 교회행사, 교장이 친하게 지내는 미국의 인가받지 못한 신학대학 총장 온다고 두달전부터 합창 연습을 시켜 체육관 빌려서 공연을 하게 하고...제대로 된 선생님이 별로 없으니 학생들이 알아서 독학해서 대학을 갔죠. 최근에 그 학교가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을 했는데 더 유명해진 것은 교장이 뇌물수수혐의로 기소가 되어서.....그런거 보면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것이 있다는 게....
그래서 노짱이 사학법을 통과시키자는데 촛불집회하며 반대하는 놈들이 있어서^^ 그런데 그런 학교에서 의대까지 가셨으니 머리가 정말 좋으시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