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방문지는 부르고스. 산티아고 순례를 가는 사람들이 많이 들러가는 혹은 출발하는 순례 도시이며, 랜드마크는 세비야 대성당, 톨레도 대성당과 함께 스페인 3대 성당으로 꼽힌다는 부르고스 대성당이다. 13세기에 짓기 시작해서 16세기에 완공되었다는 고딕 양식의 이 대성당 안에 엘시드의 무덤이 있는 걸로도 유명하다.
# 2022년 12월 24일
빌바오에서 부르고스까지는 버스로 2시간 정도 걸렸다. 부르고스는 작은 도시라서 그런가 버스터미널이 시내 한가운데에 있다. 대성당까지 5-6분 정도? 우리 숙소까지도 그 정도밖에 안 걸린다.
호텔 불레바르Bulevar 부르고스, 초기에 묵을 호텔들과 크리스마스 연말 연시에 묵을 호텔들은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갔는데, 1박 50유로의 저렴한 요금에 비해 방도 넓고 시설도 다 괜찮았다. 그리고 이번 여행 중 제일 높은 층(9층)이다.
대성당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다 보니
어라? 대성당은 사라지고 크고 화려한 문이 나온다. 산타마리아 문이라던가, 이 문을 통과해야 성당이 나온다.
와! 멋지다. 이 밤에 들어가 볼 수는 없고... 내일도 일요일이라 (크리스마스라?) 하루 종일 관광객을 받지 않는단다. 어쩌지? 모레 아침에는 살라망카 가는 버스가 예약되어 있는데...
성당 주변에는 관광객도 많고 현지인도 많다. 성당 근처에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모두가 집안에서 가족들과 지내기 때문에 거리엔 사람이 없고 식당도 가게도 다 닫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직접 경험해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가족들끼리 움직이는 것은 맞지만 다 집에 있는 것은 틀렸다. 성당으로도 많이 몰려온다. 근처 광장에 임시로 설치한 아이들 놀이 시설도 바쁘게 돌아가고 노점에선 간식거리가 아이와 어른을 유혹한다. 축제 분위기다.
식당은 성당 가까이에만 몇 군데 열었고, 가게들은 낮에도 닫은 곳이 많더니 저녁이 되자 정말 많이 닫았다. 숙소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수퍼 마켓을 찾아 보는데.. 없다! 아까 열어 있던 가게도 닫았고, 구글 지도에 영업중이라고 나온 점포를 찾아가도 불이 꺼져 있다. 다시 구글링을 열심히 하고, 왔던 길을 한참 되짚어 가서 겨우 문 연 곳을 찾아 먹을거리를 살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에는 문을 (일찍) 닫는 가게가 많다는 것은 팩트 - 그러나 굶을 정도는 아니다.
# 2022년 12월 25일
느즈막히 일어나 혹시나 하면서 대성당으로 가 보았다.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정문은 닫혀 있는데 옆문으로 사람들이 드나드는 게 보인다. 슬그머니 따라 들어가 보니 안에서는 크리스마스 특별 미사가 준비중이다. 특별히 관광객을 제지하거나 차별하는 것도 아니라서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자연스럽게(그런 척) 미사에 참가(구경)했다. 옆지기는 성당 미사를 처음 구경한다며 좋아했고, 미사가 끝난 다음에는 (일부 잠가 놓은 예배실도 있었지만) 성당 내부를 공짜로 돌아보는 횡재를 했다. (신부님이 부드럽게 밀어내는 바람에 여유롭게 구경하지는 못함)
미사를 마치고 나오다가 한국인 순례자 커플을 만나 응원을 해주고,
대성당 뒤편의 작은 성당도 들어가 구경하고,
근처에 무슨 전망대가 있다고 들었지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 때문에 포기하고 일찌감치 호텔로 돌아왔다. (인류 진화 박물관이란 게 있다는데 거기도 오늘은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