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이 “직제개편안 실무를 담당하는 주무과장으로서 검찰 구성원들께 우려를 드린 점 송구하다”고 13일 사과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진해온 ‘형사·공판부 강화’ 차원에서 나온 직제개편안에 외려 현직 형사·공판부 검사들의 반발이 쏟아지자 담당 과장이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이다.
◇“조잡한 보고서” 검사들 반발 심해지자 사과한 법무부 과장
김 과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일선 검사님들을 비롯한 검찰 구성원들께 주신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어 김 과장은 “논란의 중심이 됐던 직제개편안 설명자료의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는 이번 개편안에 반영되지 않는 부분임을 알린다”고 했다. 김 과장이 언급한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에는 △형사부를 공판준비형 검사실로 개편하는 업무시스템 재정립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 정착으로 공판부 기능 강화 △이의제기 송치 사건 전담부 전환 △인권 수사협력팀 운영 등이 담겼다.
앞서 12일 정유미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조잡한 보고서로 전국 일선 청 검사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했다”고 직제 개편안의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를 비판한 바 있다. 정 부장검사는 “형사부 검사실을 공판준비형 검사실로 개편하게 되면 공판부 검사 업무와 어떤 차이가 있느냐,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는 계속되는 희망이었지만 인력문제 때문에 실시되지 못했는데 어떻게 해결한다는 것이냐”며 “개편안은 검사가 만든 것인가. 일선 형사·공판 업무 실질을 알고나 만든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그만큼 변화에 대해 충분한 예측이 되어 있다는 것이겠는데 어떤 데이터나 통계를 바탕으로 세워진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아무렇게나 막 뒤섞어 판을 깨 놓으면서 ‘개혁’이라고 위장하려 들지 마라”고 했다. 이 글에는 “일선 검찰청 업무를 송두리째 바꾸겠다는 엄청난 안을 갑작스레 제시하고 하루 만에 형식적으로 의견 청취한 뒤 시행해버리겠다는 건 누구 생각이냐” “개편안의 어설픈 내용과 형식을 보면, 극소수 인원이 급하게 만들어 별다른 검증 과정 없이 내어놓은 것 같다” 등의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석연찮은 사과에…“검사의 업무 ‘일개’로 보는 것 참을 수 없다”
김 과장이 검찰 내부망에 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 내부 반발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김 과장이 올린 글에서 신모 검사는 “저 같은 검사를 일개 ‘검사’, 더 나아가 일개 ‘총장’으로 하찮게 보시는 것은 어떻게든 참을 수 있지만, ‘검사의 업무’도 ‘일개’로 보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피 토하는 한을 가진 어떤 이에게 검사는 마지막 삶의 희망이 될 수 있을 만큼 우리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중요한 일의 중대한 변화에 대한 접근도 그만큼 신중하고 세심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했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는 이번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 부분이 논의 대상이 아니라면 (직제개편안은) 맥락 없는 결과물”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답은 정해진 직제개편안에 대해 그럴듯한 명분을 부여하기 위한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를 만든 것”이라며 “검찰 교통사건처리기준 하나 만드는데 6개월이 넘게 걸렸는데, 저희에게 이틀의 검토기한을 주셨으니 저희 의견은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장기간에 걸쳐 방대한 분석과 진단을 해오셨던 것이겠지요”라고 비판했다.
◇직제개편안, 민변 변호사들 모인 檢개혁위 주도해 엉망?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검찰개혁위가 지금껏 구상해온 안을 검찰과가 비판없이 수용해 이런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민변 출신 변호사들이 주로 모인 법무·검찰개혁위는 앞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특수·공안부 검사 대신 형사·공판부 검사를 인사에서 우대해야 한다는 등 방안을 담은 권고안을 법무부에 제시한 바 있다.
차한성 전 대법관 아들 차호동 검사 "현실 제대로 파악 못한 방안" 반박글 "수사 힘빼려 공판 강화한다더니 현실성 없어"
법무부가 형사·공판부 강화 차원에서 '1재판부 1검사제' 등 공판부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만든 직제개편안을 두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방안”이라고 현직 검사가 주장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차호동(41·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검사는 11일 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직제개편안의 가벼움(공판기능의 강화 및 확대)’이라는 글을 올리고 법무부의 직제 개편안 내용을 비판했다. 법무부는 전날 일선 검찰청의 차장검사에 해당하는 중간 간부가 맡아온 대검 내 주요 보직 4자리를 폐지하는 대신 형사부 업무시스템을 재정립하고 공판부 기능을 강화·확대하는 내용의 직제개편안을 대검에 전달해 의견조회를 요청했다. 차 검사는 차한성(66·7기)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아들이다. 그는 올해 1월 대구지검으로 부임하기 전에는 검찰의 공소유지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에서 연구관으로 근무했었다.
차 검사는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 없이 공판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개편안을 만들기 위한 개편안”이라며 “검사 1명이 공판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가 더욱 풍성하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떠한 실증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지”라며 “형사부보다 일이 적은 건 맞으니 형사부 업무로 보충해보자는 의견은 어떠한 철학적 고민의 산물인지 알고 싶다”고 했다. 법무부가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 추진 계획을 제시하면서 현재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않는만큼 일부 형사부 업무도 함께 담당해야 한다는 부분을 비판한 것이다.
차 검사는 “형사부 인력을 이관하면 형사부보다 일이 적은 공판검사의 일이 더 적어질 테니 단순한 사건 수사로 보완하라는 발상은 끝없이 가벼운 생각의 한 단편”이라며 “깊은 고민을 해봤다면 (이 개편안이) 도저히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이어 "1검사 1재판부는 단순히 검사 1명이 맡는 2개 재판부를 1개로 줄이는 데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며 전문 공판검사 배치의 필요성이나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 제한 등 변화된 상황에 대한 고민이 담기지 않은 개편안이라고 주장했다.
공판부 구성을 고검검사급(단독공판검사실) 또는 고경력 검사와 평검사 중 저호봉 검사로 구성된 공판·기소부로 이원화하려는 안에 대해서도 "(공판부에) 저호봉 검사가 우선 배치되는 비선호 보직으로 인식됐는지에 대한 검토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판부) 강화를 해야 한다고 하니 어려워 보이는 합의
법무부가 형사·공판부 강화 차원에서 ‘1재판부 1검사제’ 등 공판부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만든 직제개편안을 두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방안” “이해할 수 없는 조잡한 안”이란 검찰 내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법무부가 일선 검찰청 공판 검사 인력을 현재보다 1.8배 늘리는 대신 검찰의 특수 수사 인력을 줄이기로 한 것을 두고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꼼수’”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조선DB
◇ “아무런 고민·연구 없어” “아무렇게나 막 뒤섞어” 쏟아지는 검사들의 비판 정유미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12일 저녁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질문’이라는 글을 올리고 “조잡한 보고서로 전국 일선 청 검사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했다”고 했다.
정 부장검사는 “개편안은 검사가 만든 것인가. 일선 형사·공판 업무 실질을 알고나 만든 것인가”라며 “엄청나게 판을 뒤집어 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에 대해 충분한 예측이 되어 있다는 것이겠는데 어떤 데이터나 통계를 바탕으로 세워진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아무렇게나 막 뒤섞어 판을 깨 놓으면서 ‘개혁’이라고 위장하려 들지 마라”고 했다.
전날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도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 없이 공판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개편안을 만들기 위한 개편안”이라며 “검사 1명이 공판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가 더욱 풍성하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떠한 실증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지”라며 “형사부보다 일이 적은 건 맞으니 형사부 업무로 보충해보자는 의견은 어떠한 철학적 고민의 산물인지 알고 싶다”고 했다.
법무부가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 추진 계획을 제시하면서 현재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않는만큼 일부 형사부 업무도 함께 담당해야 한다는 부분을 비판한 것이다.
한 간부급 현직 검사는 “결국 특수·공안 수사 인력을 줄여 검찰의 힘을 빼겠다는 의도”라며 “묵묵히 일하는 형사·공판 검사들 우대는 이 목적을 숨기기 위한 위장이라고 본다”고 했다.
◇관심 밖으로 멀어진 인권부…文 대통령 지시사항이었는데 법무부는 하반기 검찰청 직제개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신설했던 대검 인권부 폐지도 검토하고 있다. 검사장급이 부서장으로 있는 인권부를 없애고 대신 차장검사급이 업무를 총괄하는 인권정책관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권부 업무의 핵심이었던 인권침해 사건 관련 업무는 대검 감찰부로 넘기고, 피해자지원·보호 담당 업무도 대검 형사부가 맡게 될 예정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인권침해 사건 조사는 인권부의 주요·핵심 업무”라며 “이게 빠지면 앙꼬 없는 진빵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대검 인권부는 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6월 사건 관계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조직을 대검에 설치하라고 직접 지시를 내리며 생겨난 곳이다. 법무부는 같은 해 7월 대검 인권부를 신설하고 인권감독관을 12곳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그간 법조계에서는 인권부에 대해 “대통령 지시사항이라 조직 규모를 크게 출범시켰지만, 업무 분담이 제대로 안 돼 효율이 낮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난 법무부 인권국장 자리도 7개월째 공석이다. 법무부는 비(非) 검찰 출신인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부터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책임자를 뽑지 못하고 있다. 인권국장은 법무부 인권정책을 총괄하고,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국장 자리가 7개월째 비어있어 사실상 제대로 된 업무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