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농부는 소의 고삐를 조이지 않는다.
농부에게는 농사지을 때 가장 귀한 존재가 소이다.
농부는 소를 위해 헌신을 한다.
여물을 준비하고 소여물이 소화가 잘 되도록 가마솥에 넣고 끓인다.
때로는 여물을 끓일 때 겨를 넣고 끓이기도 한다.
소가 기력이 약해 보이면 개구리를 잡아넣고 끓이기도 하고 때로는 뱀을 잡아 함께 끓인다.
농부의 정성을 아는 듯, 정성스레 끓인 여물을 먹은 소는 기력을 회복하여 농부의 일거리를 함께 줄여 나간다.
농부와 소의 혼연일체(渾然一體)이다.
농부가 일을 나갈 때 의례(依例)히 소를 끌고 나가 농부는 일을 하고 소는 풀밭에 말뚝을 박고 소 고삐를 묶어 놓는다.
농부가 유능한지 아닌지는 소고삐를 묶어 놓은 것으로 판명된다.
소고삐를 길게 묶은 농부는 유능한 농부이다.
고삐줄을 길게 매 놓으면 너른 풀밭을 어슬렁 거리며 풀을 뜯고 놀며 배를 채운다. 여유가 있다.
소고삐를 짧게 매놓은 소는 버둥거리고 소말뚝을 돌다 소말뚝에 목이 조여 풀을 뜯기는 꺼녕 고통에 울부짖기만 한다.
이런 농부는 무능한 농부이기도 하고 공연히 애꿎은 소만 고통을 받게 만든다.
사람의 일상도 마찮가지인듯하다.
여유가 있는 삶이 행복을 만든다.
고삐죄인 소가 행복할 수가 없다.
서로에 대한 족쇄는 풀고 자유를 허락하고,
서로에 대한 구속은 피하고 여유를 주고,
서로를 그렇게 용인해야 함께 여유로운 삶, 행복한 삶을 함께 영위할 수 있지 않을 것인가?
요즈음 내게 간절히 필요한 것들이 그런 게다. 비는 오고 그냥 잡다한 생각만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