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오래전, 텔레비전에 어느 노부부가 나와서 결혼 생활 40여년 동안 부부싸움을 한번도 한 일이 없다고 자랑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그때 나는 속으로 씁씁한 웃음을 지었다. 그 노부부는 아마도 치고 받으며 싸운 일이 없다는 뜻으로 부부싸움이 없다고 이야기했을 것이고 모르긴 해도 아웅다웅 의견충돌은 많았을 것이다. 나 자신 속에도 자아가 여럿으로 갈라져서 하루에도 몇 번씩 싸운다. 하물며 남남으로 만나 함께 살게된 부부사이는 어떻겠는가?
그러나 최근에는 부부싸움의 양상이 달라진 것 같다. 이혼율이 점점 늘어가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남편이나 아내나 모두 이기심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에 있어서는 부부싸움을 방지할 길이 없다. 남편이나 아내나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경이 결여되어 있을 경우 부부싸움은 막을 길이 없고, 극단의 경우에는 상대에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심한 상처를 입히고 이혼에까지 이르고 만다.
누구에게나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다. 식구들이 함께 모여 오손도손 저녁식사만이라도 매일 같이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의 지름길이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복잡하고 각박하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파김치가 되어 식구들이 모두 함께 모여 저녁식사 할 기회조차 드문 것이 사실이다.
사랑은 주는 것이다. 속 마음을 주고 생명을 줄 때, 그것도 부부가 서로 상대방에게 줄 때, 부부싸움은 오히려 부부애를 위한 활력소가 될 것이다.
서로를 위할 줄 알 때 싸움은 언쟁이 아니라 건전한 비판이 되고 동시에 정감어린 대화가 될 것이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닦고 가정을 일으키고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행복하게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사실 현실적으로는 실행하기 힘들고 이상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깊이 그 뜻을 음미할 때 더더욱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중에서도 나는, 가정을 일으키고 돌보는 것이 으뜸이요 알맹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가정을 통해서 누구나 원만한 인격을 갖출 수 있으며 각 가정이 건강하고 행복하여야만 나라도 평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문지상에 불량 청소년들에 대한 끔찍한 기사가 자주 실린다. 본드나 대마초를 흡입하는 청소년들이 있는가 하면 떼를 지어 폭행을 일삼는 청소년들도 있다. 심지어는 여자 중·고등학생까지도 패거리를 지어 폭력단을 조직한 경우도 있었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지는 가정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 배우며 자란다. 부부가 의견충돌하여 티격태격하는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다. 문제는 부부싸움을 어떻게 현명하게 스스로가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다. 자녀를, 그리고 나라를 내 일처럼 생각하는 안목을 넓힌다면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가 풀려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