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완벽하기보다 어설프더라도 여럿이 함께...

[노랑연두]

#어제 순대와 떡볶이를 사러 분식점엘 갔다.

 평소 가던 곳은 밤늦게까지 하질 않아 다른 곳으로 갔다.

 늘 하던 대로 순대와 떡볶이를 담아 올 통을 2개 챙겼다.

 "안녕하세요. 순대하고 떡볶이 주세요. 통을 들고 왔으니까 여기 담아 주시면 돼요."

 보통은 이 순간, 통을 다 들고 다닌다며 신기해 하거나 간혹 고맙게 생각해 주시는 분도 계신다.

 그런데...

"통은 뭐하러 들고 와요. 우리가 싸주는 게 더럽다고? 먼지도 좀 먹고 그러면서 사는 거지, 뭘 그래 별나게 굴어요..."하신다.

 순간 오해를 하신 거 같아 정중하게 미소를 띄고 설명을 드렸다.

"그게 아니구요, 비닐이나 호일이나 일회용품에 담아가면 결국 쓰레기로 버려지잖아요. 쓰레기 좀 줄여볼까 해서 그래서...

  귀찮게 해 드렸으면 죄송해요."

 이 정도 설명까지 하면 이해를 해 주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쓰레기 나오면 얼마나 나온다고. 기껏해야 한 줌 밖에 안 되는거. 젊은 사람이 참 별나게도 구네. 그래 별나게 살면 안 돼요.

이런 분식집에 그런 거 들고 오면 다 안 좋아하지, 누가 좋아해."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눈물이 핑 돈다.

마음 한 쪽에선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주눅들지마, 잘 설명을 해 드리면 이해하실 거야...란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더이상 아무 말 못하고 순대와 떡볶이를 받아 들고 황급히 돌아서 나왔다.

집에 와서 그 얘기를 하니 옆지기가 내일 당장 가서 한 마디 하겠다고 버럭버럭 거린다.

딸애는 더 흥분해서 엄마가 뭘 잘못했냐고 그 아줌마가 나쁜 건데 왜 그냥 왔냐며 씩씩거린다.

더 대화를 하면 할수록 나만 별난 여자가 될 것 같아 피하긴 했지만 잘 한 건지 잘못한 건지...

찜찜한 마음은 가시질 않는다.

#자주 가는 분식점 주인 아줌마는 참 친절하다.

처음 그 집에 간 날 통을 들고 가서 조심스레 얘기했더니 활짝 웃으며

"아이고, 젊은 새댁이 참 대단테이~ 우리야 일회용품 하나 안 쓰면 돈도 아끼고 좋지. 우리가 본받아야 될낀데."하신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내가 가면 늘 더욱 반갑게 맞아주시고, 하나라도 더 담아주시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 주신다.

하루는 통도 없이 충동구매를 하게 되었는데 통을 안 들고 왔냐며 먼저 물어보신다.

갑자기 들르게 되어서 그렇다고 죄송하다고 했더니 잠깐 기다리라 하곤 통을 하나 들고 나와서 담아주신다.

"여기 담아 줄 테니까 나중에 들고 와요. 천천히 갖다 줘도 돼~"

아...정말 감사했다.

#대형마트의 폐해를 알고부터 되도록이면 마트를 안 가고, 상설시장이나 5일장엘 주로 다닌지 오래 되었다.

장을 보러 갈 때면 깨끗하게 씻어말린 비닐 여러 개와 생선이나 해물을 담을 통을 몇 개 장바구니에 담아 간다.

채소나 건어물을 사러 가면 비닐을 얼른 꺼내 여기에 담아달라고 말씀드리고,

생선이나 해물 등 물기 있는 걸 살 때면 통을 꺼낸다.

단골로 가는 곳 모두 주인 아줌마나 아저씨들이 다들 웃으며 반겨주시고, 비닐 챙겨 온다고, 통 챙겨 온다고

좋아하시며, 듬뿍듬뿍 담아 주신다.

하루는 딸애와 함께 장을 보러 갔는데, 해물을 파는 아줌마가 딸애에게 내 칭찬을 너무 해서 민망하기까지 했다.

"아이고, 너거 엄마는 참 훌륭하대이, 니는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된데이,

아줌마는 너거 엄마처럼 못해서 참 부끄럽고 미안타 아이가"

우리딸, 부끄러워 할 줄 알았는데 우리 엄마는 이런 사람이에요 하는 듯한 건방진 미소를 날려 준다.

#되도록 집에서 음식을 해 먹지만 치킨에 대한 옆지기의 무한사랑은 어쩔 수 없어 배달을 종종 시킨다.

간혹 직접 튀겨 줄 때도 있지만 매번 하긴 사실 좀 귀찮기도 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배달음식을 금할 수 없다면 필요한 것만 달라고 하는 거다.

치킨을 시키면서 늘 덧붙이는 말이 있다.

"나무젓가락, 콜라, 무는 안 주셔도 돼요. 치킨만 주세요."

그리곤 배달을 오면 치킨을 받자마자 비닐포장은 깨끗이 풀어 바로 돌려드린다.

여러 번 전화를 하니 이젠 우리 집 주소를 말하면 알아서 치킨만 들고 오고, 1000원까지 깎아주신다.

요즘은 아빠는 쑥스러워서 제대로 말 안 해 젓가락이 왔다고 투덜대며 딸애가 알아서 전화주문을 한다.

#한 동안 요강을 사용했다.

아파트에 살면서 제일 안타까운 게 대소변을 버리는 데 너무나 많은 물을 낭비한다는 거다.

그래서 화장실 한 켠에 요강을 두고 딸아이와 내가 소변을 여러 번 본 후 한 번 버리는 식으로 물을 아끼고자 했다.

딸애는 싫어하지도 않고 잘 따라주었다.

근데 옆지기가 너무 싫어하는 거였다. 그냥 싫다고 했다.

화장실이 2개라서 잘 사용하지 않는 쪽에 두고 사용하는데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몇 달만에 포기를 하고 요강은 한 쪽 구석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조만간 다시 한 번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

#우리집 풍경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 물로 씻고 뒷물수건을 씁니다. 식구들 각자 색깔별로 수건을 걸어두고 쓰고 빨아쓰고...

휴지를 안 쓰니까 쓰레기도 아주 많이 줄었어요.

휴지통 안에 비닐을 꼭 감싸는 옆지기 대신 내가 좀 더 재바르게 움직여 신문지로 봉투를 만들어 넣어두지요.

씻을 땐 세면대에서 하지 않고, 대야에 받아 쓰고, 헹군 물은 재활용물통을 하나 마련해 두어 그 통에 모아요.

재활용물통의 물은 대소변을 본 후 물을 내리고 변기물통을 채우는 데 쓰고요.

딸애가 세수하고 헹군 물로 제가 세수를 하거나 머리를 감아요.

부엌에선 키친타올 대신 헌 속옷 등을 잘라두고 기름기를 닦는 데 쓰지요.

음식 물기 제거하거나 할때도  깨끗한 행주를 사용해요.

거실엔 손수건이 담긴 바구니를 두어서 집안에서 휴지로 쉽게 하던 모든 걸 손수건, 행주, 걸레로 닦아요.

사용하지 않을 땐 전기코드를 무조건 빼둡니다.

외출할 땐 손수건, 물통, 수저를 들고 다녀요.

별로 거창할 것도 없는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요,

'혼자서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 어설프더라도 여럿이 함께 할 때 효과가 크다'는 환경실천론자의 글이 참 와닿았기 때문이에요.

제가 다른 사람의 삶을 보고 배워서 하듯이 저를 보고 이웃의 누군가가 뒷물수건도 쓰기 시작하고,

손수건이나 물통을 들고 다닌다고도 하는 말을 들으면 참 감사하고 뿌듯하던걸요.

재활용보다는 재사용이, 재사용보다는 소비를 줄이는 것이 훨씬 소중하답니다.

한꺼번에 하려고 들면 지레 질리거나 힘들어서 금방 포기할 수도 있을 거에요.

한가지씩만 시작해 보세요.

작은 것 하나가 모여서 큰 물결을 일으킬 지 누가 알겠어요^^

[바다]

와..존경스럽습니다. 저두 화장실 대소변후 내리는 물이 너무 낭비라고 생각되는데 옆지기는 너무 깔끔해요. 애들이 나올때 꼭 물내렸어? 하고 물어봅니다. 아이들은 저만 있을때는 물내려도되? 하고 묻구요..ㅎㅎ 휴지대신 손수건이용을 오늘부터 시도해봐야겠어요. 밥먹을때 아직 어려서 손에뭐 묻을때마다 휴지낭비하는게 맘에 걸렸는데 말예욤..안쓰는 코드 빼기는 막내빼고는 온가족이 이젠 협조적이에요^^

[노랑연두]

환경생태교육은 어릴 때부터 가족과 함께 몸으로 익혀 나가는 게 필수라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청소시키면 바닥에 떨어진 거 주우면서 욕하고, 정작 본인들이 마구 버릴 땐 아무 생각이 없죠.
바다님, 옆지기와의 논의가 꼭 필요해요. 저도 제가 옳다고 생각하고 밀어붙이다가 화를 자초한 안 좋은 경험이 있답니다^^ 아이들과 함께 모여 책이나 영상물을 보고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지요.

[민재]

노랑연두님~~ 홧팅!!^^

[노랑연두]

민재님, 잘 계시죠? 포청친 횐님들 모두 보고 싶네요...ㅠㅠ

[강 미카엘라]

이따 다시 읽어야지.

[백자]

놀랍습니다.

[그람]

생활속 진보를 실천하고 계시네요...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생각해보니..으~음 손수건지참, 키친종이타월 사용안하고 전용타월 사용하기, 물통이용, 재래시장이용하기, 전기코드뽑기 등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