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그림 지도 - 고철 더미를 먹는 꽃 강아지, 빌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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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0.07. 13:31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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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그림 지도
고철 더미를 먹는 꽃 강아지, 빌바오
'산티아고로 가는 길' 위에서 고민하라 - 산티아고 성당
빌바오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 위에 서 있는 또 하나의 산티아고다. 도시를 휘감아 도는 네르비온(Nervion) 강의 동쪽에 산티아고 성당이 있다. 동쪽과 북쪽에서 흘러와 서쪽 갈리시아에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을 향해 지친 발걸음을 옮겨가던 순례객들이 잠시 숨을 돌리던 장소다. 이곳이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을 때부터 교회는 기독교인들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 왔다. 그 이름 때문에 성스러운 길의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착각에 빠지게도 했지만 말이다.
중세 때부터 바스크 민족의 중심 도시로 역사를 이어왔지만, 여행객들에게 빌바오는 그저 산티아고의 조개 표식을 따라 잠시 들르게 된 여관에 불과했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산티아고를 둘러싼 구시가(Casco Viejo)는 좋게 말해 '중세의 고풍스러운 거리'였지, 냉정하게 보자면 그저 칙칙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강변의 작은 구역에 불과했다. 그러나 어떤 결단이 이 도시를 변신시켰고, 이 '중세'는 진정 의미 있는 '현대'의 장식품이 되었다.
골칫덩이를 옮겨라 - 빌바오 항구
새로운 항구를 만들기 위해 강변을 도크로 둘러싸는 작업은 환경운동가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19세기의 산업혁명은 이 도시에 큰 영광을 가져다주었다. 인근에서 질 좋은 철광 광산이 발견되었고, 스페인 북부의 가장 큰 항구는 영국과 교역하는 데도 커다란 이점을 보였다. 빌바오는 철강 산업의 주요 운송 창구이자 선박 제조의 중심지로 각광을 받았고,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의 하나였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철강 산업이 쇠퇴하면서 강을 둘러싼 항구와 공장들은 보기에도 끔찍한 공해 산업이자 고철덩이가 되어 버렸다. 바스크 분리주의자의 테러 활동까지 겹쳐져, 이 도시는 스페인의 더러운 콧구멍 취급을 받았다.
1990년대 초반, 시민들은 머리를 모았다. 항구와 산업 시설을 멀리 바다로 보내고 새롭고 아름다운 도시를 건설하자. 누군들 그런 꿈을 꾸지 않을까? 그러나 진지하고 엄격한 설계,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시민들의 전통이 진짜 기적을 만들었다. 얼핏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게 된 것이 모든 마법의 원천으로 보이지만, 빌바오의 강변은 도시 자체를 진짜 예술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민들의 의지로 가득하다.
꽃 강아지를 지켜라 - 구겐하임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