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를 ‘보호자’로
둔갑시킨
국가아동학대시스템
- 아동학대 의심신고 2만5,739건 중 86%가 부모에 의한 학대 사건
-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당한 사람을 ‘피신고자’ 또는 ‘사례관리대상자(보호자·성인)’로 지칭
- 학대받은 아동에 대해서는 ‘학대에 노출되도록 하는 피해아동 요인’조사, 학대한 부모에 대해서는 ‘아동학대행위자의 스트레스 유발 요인’조사?
- 아동학대 신고 6번 당한 가정에 지자체는 사례관리 명목으로 765차례 지원, 부모 유흥비로 다 쓰고 아동은 결국 사망에 이르러
- 김선민의원, “국가와 담당 공무원들이 학대당하는 아이들의 편에 서기는커녕, 학대를 서슴치 않는 부모의 시선으로 사안을 바라보게 유도하고 있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2023년 11월, 아동학대 관련 정보시스템 상 ‘학대행위(의심)자’라는 용어를 ‘피신고자’와 ‘사례관리대상자(보호자·성인)’으로 변경하였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지자체에서 조사하고 학대사건 여부를 결정한다. 신고접수부터 지자체의 사례판단 이전까지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당한 사람을 기존에는 학대행위(의심)자라고 지칭해왔으나, 피신고자로 변경한 것이다.
또한, 지자체의 사례판단 결과 아동학대로 판단되면, 기존 시스템에서는 학대행위자라고 표현했으나, 사례관리대상자(보호자·성인)으로 변경했다. 아동학대가 확인되었음에도 학대행위자를 보호자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 시스템은 전국의 아동학대 담당 공무원들이 아동학대 신고 건에 대한 보고 및 사후관리에 활용된다. [표-1 참조]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측은 이에 대해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른 아동학대행위자와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학대행위자의 용어가 동일하여 발생하는 혼돈 및 불필요한 낙인효과 방지 차원에서 시스템상 용어를 순화하여 사용중이라고 밝혔다.
아동학대처벌법 상 아동학대행위자는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 및 그 공범’을 지칭하므로, 아동복지법에 따라 지자체에서 아동보호 및 지원 등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아동학대로 판단한 것과 별개의 개념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시스템 내부적으로만 용어를 순화하여 사용중이며 대외적으로는 해당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시스템상 용어가 무슨 불필요한 낙인효과를 일으키기에 학대행위(의심)자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이런 사례관리대상자라고 불리는 가해자에 대한 지자체의 엉뚱한 지원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수년간 6차례의 아동학대 신고에도 불구하고 한 아이(A군)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가정에 대해 아동학대 전담공무원과 전문요원들은 무려 765차례의 각종 경제적, 행정적 지원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방임으로 신고당한 부모에 대한 사례관리라는 명목으로 상담을 통해 원하는 것은 모두 들어준 것이다. 이들 부모는 월 500만원 상당의 복지급여와 각종 지원금을 자신들의 유흥비, 외식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2 참조]
국가아동학대시스템에는 또다른 문제가 있다.
아동학대 사건 관련 초기면접 및 사정에 대한 등록화면이다. 이 중 안전영역 평가 항목 중 피해아동에 대해 “학대에 노출되도록 하는 피해아동 요인”을 △높음, △보통, △낮음으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반대로 사례관리대상자 즉 가해자에 대해서는 “아동학대행위자의 스트레스 유발 요인”을 △높음, △보통, △낮음으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학대로 피해를 입은 아동은 뭘 잘못했는지를 묻고, 학대행위자에게는 학대를 하게 된 외부요인을 살피고 있다. [표-3 참조]
이에 김선민 의원은 “시스템에 접속해서 아동학대사례를 직접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가해자를 보호자로 인식하게 하는 것은 더 큰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높이는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또한, “학대받은 아동을 평가함에 있어 ‘학대에 노출되도록 하는 피해아동의 요인’을 묻는 것은 마치 여성이 미니스커트를 입어서 성추행이 늘어난다는 식의 접근방식과 다를 게 없다”며, “국가와 지자체가 학대받은 아이들의 편에 서기는커녕 학대를 서슴치 않는 부모의 시선으로 사안을 바라보게 유도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에 대한 온정주의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