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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 계획은 '지동리 → 청옥약수 → 주능선 → 청옥산 → 육백마지기 → 청옥산 → 삿갓봉 → 고길리보건진료소'의 11km, 6시간 코스를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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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옥산
높이: 1,255.7m
위치: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가리왕산에서 뻗어 내려간 주능선이 서쪽으로 중왕산을 일으키고 여기서 남쪽으로 다리를 놓은 듯 가로질러 내려가는 능선 끝에 일으킨 산이 바로 청옥산이다, 산세는 가리왕산과 흡사한 점이 있고, 중후한 육산의 형태를 띠고 있다.
교통편이 나빠 인적이 드문 산이다. 산행은 백일동에서 동남계곡을 따라 밸패재에 오른다. 여기서 남능을 따라 정상에 올랐다가 서능을 따라 삿갓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중간에서 지동리로 내려가면 멀지 않아 창선 탄광 입구 고길리에 이른다. 이후로는 차도가 평창으로 이어진다. 현재로선 차편을 준비하거나 택시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 한국의 산하
삿갓봉
높이: 1,054.9m
위치: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삿갓봉은 백두대간의 주맥이 갈라져 나와 백적산을 세우고 청옥산을 일구며 강원도 평창 남서쪽으로 산세를 뻗쳐 솟아오른 산이다. 삿갓 모양으로 우뚝 서 있어 삿갓봉이라 불리는데, 백운산, 응봉, 매봉 등과 마찬가지로 전국에 똑같은 이름의 산들이 곳곳에 있어 우리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산이기도 하다.
강원도 평창군의 삿갓봉은 강원도의 산들이 대개 그렇듯이 첩첩산중 오지 중의 오지로, 산세가 험하고 골이 깊기로 유명하다. 사람의 발길이 얼마 닿지 않아 울창한 산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작은 벌레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주변이 조용하여, 쾌적하고 여유로운 산행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인 산이다. 1천 미터 이상의 기암괴석들이 봉우리를 이룬 정상에 오르면 북쪽으로 남병산, 남쪽으로 삼방산, 동쪽으로 청옥산, 그리고 서쪽으로는 장암산 등이 손에 잡힐 듯 조망되어 산행의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산이다. - 한국의 산하
평창의 육백마지기는 오래전부터 들어온 지명이라 익숙했고, 청옥산 또한 2017년 10월 봉 감독과 2박 3일 백두대간 덕항산, 두타산, 청옥산 구간에서 유유자적 산행을 즐겼던지라 잘 알고 있었다[산행기]. 그리고 늘 산행 전 확인하는 기상청 산악날씨 강원도 부분에도 청옥산이 있어 더욱더 익숙했다. 물론 산악날씨 지도 상의 두타산과 청옥산 위치가 뭔가 이상했으나, 좁은 지도에 표시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다, 소위 얘기하는 100 명산에 실망한 후 뭔가 내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산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한 게 해발 고도 1,000m가 넘는 산을 다니기로 하고, 한국의 산하를 기준으로 높이 순으로 줄을 세우는 과정에 청옥이라는 명칭을 가진 산이 두 개라는 걸 알았다. 1,404m의 강원도 삼척의 청옥산과 1,256m의 강원도 평창의 청옥산이다.
고로 2017년 10월 봉 감독과 함께 간 청옥산은 강원도 삼척의 청옥산이고, 산악날씨 지도에 있는 청옥산은 평창에 있는 산으로 난 가본 적이 없는 산이다. 그리고 기상청이 선정한 청옥산의 위치를 혼동하고 있었기에 산악날씨도 혼란을 일으켜 그 동네 가까운 산행에서 정확한 기상정보를 활용할 수 없었다. 뭐 그렇다고 문제될 건 없다. 가면 되니까! 해서 2019년 9월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 계획을 세우고 시기만 엿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이리저리 계획을 세워도 대중교통으로는 당일 산행이 여의치 않았다. 집에서 청옥산까지 왕복하는 과정에서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아 막상 산행에 사용할 시간이 얼마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럼 답은 안내 산악회다!
해서 안내 산악회에 산행 게시판에 청옥산행이 공지되기를 기다리며 산행을 뒤로 미루고 있었으나, 다양하게 진행하는 인증 산행지에 속하지 못해 다른 산악회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유일하게 오지 산행을 가끔 하는 산악회에서 2020년 가을 한번 시도했으나 성원 미달로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물론 그때 신청했다가, 코로나 시기와 겹쳐 계속되는 성원 미달로 회비만 계속 이월해야 했었다. 나중에는 애초 입금한 금액이 얼마였는지도 모르는 지경까지. 이후 2021년 3월 이후 코로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산행 열기가 다시 살아나는 거 같아, 각 산악회 게시판을 돌며 내가 추구하는 산행이 있는지 확인하는 중에 남병산~장암산 연계 산행[산행기]을 발견했고, 추가로 같은 산악회에서 청옥산과 상원산도 계획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 두 산행 계획을 보자마자 신청하려 했으나, 이유는 모르나 청옥산은 이미 성원을 초과한 상태고 내가 원하는 자리가 없어 혹시 취소자가 나오나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상원산은 성원 채우기가 쉽지 않아 보여 마중물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바로 회비를 입금하고 두 자리가 빈자리 중 하나를 신청했다.
그런데 더 기다려 봐야 원하는 자리는 나올 거 같지 않고 며칠 지나면 그나마 빈자리도 없어질 거 같아 5월 28일 회비를 입금하고 몇 개 없는 빈자리 중 하나를 달라고 했다. 그렇게 출발 날짜만 기다리며, 혹시 취소자가 있으면 자리를 옮기려고 게시판에 들어가 신청 현황을 확인하던 중 빈자리가 아니라 차를 한 대 더 동원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산행 출발 며칠 전까지 신청자가 적어 2호 차는 성원 미달로 취소될 거 같았으나, 산행 하루 전에 성원을 채우는 걸 보고 긴급하게 차량변경 요청을 했으나 이미 빈자리가 없다는 통보만 받아야 했다. 이 산이 이렇게 인기가 있는 이유가 뭘까 궁금해 산행 계획을 살펴보니, 산행 계획 제목 중 관심이 없어 지나쳤던 "샤스타데이지"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자생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심은 거지만, 많은 상춘객이 그 꽃을 보기 위해 방문한다면 지자체로서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거다.
육백마지기라는 장소와 거기에 있는 샤스타데이지 군락, 힘든 산행 후 주어진 보상으로는 괜찮아 보여 등산방에 산행 계획을 알리고 가고자 하는 친구는 해당 산악회에 신청하라고 했다. 이번 산행도 간편식과 김치, 과일, 얼린 물, 에너지바 등만 들고 가고, 날씨가 좋다니, 줌렌즈와 카메라를 가져가기로 했다.
2 - 1
지난 남병산행과 같이 신사역 4번 출구에서 7시 10분에 출발하는 버스라 평소보다는 조금 늦은 시간 기상해 전자레인지에 간편식을 돌린 후 미리 다른 먹거리를 싸 놓은 디팩에 넣었다. 그리고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먹거리가 든 디팩과 우산, 슬리퍼 등 버스에 두고 내려도 좋은 물건이 든 파우치를 배낭에 넣고 6시 10분경 집을 나섰다. 물론 마을버스 운행을 확인했으나, 그 시각에는 움직이는 차가 없어 불광역까지 걸어갔다. 걸어가는 중에 빌라 주차장에 낭패한 모습으로 갈 곳을 몰라 헤매고 있는 길냥이가 보였다. 새벽부터 싸우는 소리에 동네 주민을 다 깨운 고양이 중 패자다! 그들 리그에 쫓겨난 처량한 모습!
고층 아파트를 짓고 있는 재개발 지구를 우회해 대조시장을 통과하고, 6시 25분경 불광역에 도착해 6시 27분 차로 등산객의 성지 신사역으로 향했다. 열심히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신사역이다. 바로 신사역 4번 출구로 나가자 등산객으로 인산인해다. 과거 코로나 이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모든 사회 체제는 아직 코로나에 대응하고 있는데, 사람은 코로나에서 벗어나니 과거에는 문제없던 게 지금은 부족해졌다. 앉을 의자도 없어 모두 서성이며 각자의 산행지로 떠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버스 정류장에 있던 의자에서 산악회 버스를 기다리곤 했는데, 그 의자마저 세 명밖에 앉을 수 없도록 칸막이 쳐놓아 서 있어야 했다.
빨리 버스가 오기를 바라며 그 방향을 보니 저 멀리 신호대기 중인 관광버스가 보인다. 제발 내가 타고 갈 청옥산행 1호 차기를 바라며 카메라의 줌렌즈로 확인했다. 버스 앞창문에 붙은 종이에 "평창 청옥산-1"이라고 적힌 게 보인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 시각이 7시 4분으로 생각보다 일찍 왔다. 만원 버스라 여유가 없어 폰과 패드, 버스에 두고 내릴 슬리퍼가 든 파우치, 카메라를 꺼내 들고 배낭은 버스 짐칸에 넣었다. 이후 안면이 있는 인솔 대장과 인사를 나누고 내 자리로 가 자리에 앉았다. 예정보다 1분 빠른 7시 9분 신사역을 출발한 버스는 죽전에서 나머지 등산객을 태우고 막힘없는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달리는 버스에서 한 시간 이상 책을 읽으니 졸음이 몰려와 패드를 내려놓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뭔가 덜컥거리는 느낌에 눈을 뜨고 보니 버스는 휴게소로 들어가고 있었다. 문막이다. 주차장은 거의 만원이다. 뒷줄의 버스 라인은 꽉 찼고! 해서 버스에서 내려 어디로 향하는 차인지 확인해 보니, 치악산 종주, 가리왕산 등이다. 휴게소 화장실에 들른 후 다시 버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아 책을 보고 있으니 옆자리의 등산객이 지도를 준다. 책 보느라 뒤로 전달을 알지 못해 옆 등산객의 도움을 받은 거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이미 알고 있는 코스나 다시 유심히 보니 뭔가 이상했다. 나야 당연히 A, B 코스 중 11km로 9km보다 2km 더 긴 A 코스로 가려고 했는데, 지도에는 B의 종료 지와 A의 종료 지가 달랐다. A의 종료 지가 한참 위에 있는데 B 코스보다 왜 더 길다는 건지 궁금했다.
휴식을 끝내고 버스가 산행 들머리인 지동리로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할 점에 관한 얘기를 시작했다. 지도상의 A 코스의 거리와 설명에 있는 A 코스의 거리가 달라 대장의 얘기를 유의해서 들었다. 설명에 의하면 평소에는 버스가 지도상에 있는 "A 종료"까지 올라가는데, 상춘 시기에는 자가용이 몰려 버스가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B 종료"인 수리재를 기준으로 거리를 측정한 거라고 했다. 올라갈 수 있을지는 가봐야 안다고. 그리고 날머리에는 식당이나 씻을 곳이 없으나 육백마지기 근처에 식당이 하나 있고 영업 중이라고 했다. 식당이 있는 건 산악회 공지를 통해 알고 있었으나, 상춘객이 몰려 버스가 올라가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식당이야 뭐. 그리고 B 코스를 설명하던 중 "삿갓봉" 쪽에는 길이 없으니 가지 말라는 말에, "삿갓봉!" 어디서 봤는데, 하고 등산방 산행 안내를 보니 내가 처음 세운 계획에는 삿갓봉 연계 산행을 하기로 했었으나, 안내 산악회 계획에는 빠져 있었다. B 코스에서 조금만 방향을 틀면 된다. 해서 일단 B 코스 산행을 하기로 하고 상황을 봐서 삿갓봉으로….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한 설명이 끝나고 버스는 소등하고 달렸다. 자다가, 책 읽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 산길을 달리기 시작하자 대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대장이 마지막으로 다시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한 설명 후 10시 20분 들머리 도착 예정이니, 마감 시각은 B 코스 기준 4시 20분, A 코스는 버스가 올라가면 주차장에서 3시 30분이라고 했다. 물론 못 올라가면 A, B 모두 수리재에서 4시 20분! 결국 B 코스에 주어진 시간이 6시간이라는 건데, 9km에 6시간이라 이해가 되지 않는데, 대장도 그걸 의식했음인지 부연 설명했다. 지동리를 들머리로 한 청옥산 코스는 등산객이 거의 찾지 않는 오지 산행으로 거리에 비해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였다. 대장의 설명이 끝난 후 패드의 전원 끄고, 등산화를 바로 신는 등 등산 준비를 마치고 조금 지난 정확히 10시 20분에 버스가 들머리에 도착했다.
2 - 2
등산로는 마을을 통과하는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야 했는데, 그 입구에 청옥산 등산 지도가 크게 걸린 입간판이 있었다. 그 입간판을 보고 어느 등산객이 "삿갓봉 갈 수 있네!"라고 하는 말이 들렸다. 해서 입간판으로 다가가 지도를 확인했다. 지자체에서 그린 지도에 명확히 삿갓봉 코스가 그려 있었다. 더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이번 산행은 청옥산 정상을 찍은 후 육백마지기를 갈 것인가는 상황을 보고 결정하고, 산악회 인솔 대장이 가지 말라고 한 삿갓봉 코스로 하산하기로 했다. 오른쪽으로 몇 주 전에 지났던 남병산에서 장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감상하며 마을을 통과한 후 포장도로를 벗어나 10시 34분경 좌우로 산딸기가 빨갛게 익은 임도로 들어섰다.
임도에서 다시 등산로로 들어서 5분가량 가자, 첫 번째 약수가 나타났다. 못골 약수란다. 인솔 대장 말대로 많은 등산객이 다니지 않아 길의 상태는 좋지 않았으나, 그나마 길은 명확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다만, 중간중간 임도를 가로질러야 해 여차하면 빙 돌아가야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었다. 그렇게 첫 번째 약수를 지나고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15분가량 위로 올라가자 두 번째 약수가 나타났다. 약수를 지나 곳곳에 설치된 이정표를 따라 위로 올라가자 나타난 임도. 그 임도에는 나에 앞서갔던 등산객이 끼리끼리 모여 쉬고 있었다. 산행 거리는 짧고 주어진 시간은 많아 평소보다 늦게 산행을 시작했으나, 대부분 등산객을 추월해 가고 있음에도 평소보다 힘이 들지 않아, 내가 왜 이러나 스스로 분석하며 올라갔다. 최종 결론은 술이다! 이번 산행 전 금요일에는 거의 20여 개월 만에 술을 마시지 않았다.
쉬고 있는 등산객을 뒤로하고 임도를 떠나 다시 등산로에 접어들어 계속 위로 올라가자 막상 있어야 할 곳에 이정표가 없었다. 다행히 버스에서 대장이 코스 설명을 하며 2주 전에 이 코스에 왔던 당시 인솔 대장이 깔아놓은 표지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걸 참고하고 했었는데, 의외로 중요한 갈림길에 그 표지가 있었다. 해서 그 표지를 따라 혼란 없이 정상을 향해 올라갈 수 있었다. 산행 시작 시 확인한 해발 고도가 580여 미터로 600m에 조금 못 미쳤고, 정상의 고도가 1,256m니 수직으로 650m만 올라가면 된다는 얘기다. 강원도 산 대부분이 그렇듯 산 자체의 고도는 높으나, 들머리 또한 높아 막상 올라야 하는 고도는 다른 지역의 산보다 낮은데 이 청옥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산하 청옥산 소개와 인솔 대장이 설명했듯이 전형적인 흙산으로 암릉이나, 암봉이 주는 위험은 없었으나 그만큼 산행 재미는 없는 길을 따라 묵묵히 앞만 보고 오르니 앞선 등산객을 거의 다 추월하는 거 외에는 할 게 없었다. 딱히 사진으로 남겨야 할만한 경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가니, 갈림길이다. 정상이 멀지 않았다. 그 시각이 11시 37분이다. 산행 시작이 10시 20분경이니 1시간 17분 만에 도착했다. 이정표에 의하면 정상까지는 400m. 삿갓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갈림길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해서 여기다 배낭을 벗어 두고 카메라만 들고 정상을 다녀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배낭이 무거운 것도 아니고, 정상에서 무슨 돌발 상황이 발생해 코스를 바꿀지도 몰라 그냥 둘러메고 정상을 향후 좌로 방향을 틀었다.
갈림길을 지나 조금 올라가자 다시 이정표가 나타났는데, 거기에 따르면 정상까지 200m 남았다고, 400m라고 했던 이정표에서 200m를 오지 못했는데, 뭔 소린지. ‘이정표를 세우려면 그래도 비슷한 위치에 설치해야지!’하며 속으로 지자체를 욕하면 묵묵히 앞만 보고 가는데, 등산 앱이 정상에 도착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조금 더 가 11시 50분에 청옥산 정상석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주변에 아무도 없어 누구에게 인증을 요청할 상황이 아니라 배낭을 눕혀놓고 그 위에 카메라를 놓은 후 타이머를 이용해 인증을 찍었다. 원래 산행을 시작할 때 12시까지 정상에 도착하는 걸 목표로 삼았으니, 1차 목표는 달성했다.
12시 이전 정상에 도착했으니 시간적 여유가 있어 육백마지기를 다녀오기로 하고 배낭을 벗어 정상석 옆에 두고 갔다. 육백마지기를 향해 가다 보니 청옥산 정상이라는 안내문이 서 있는 곳이 나타났다. 그럼 여기가 정상인데, 정상석은 왜 50여 미터 전에 설치했을까? 공간 때문에? 뭐든 실제 정상 주변을 사진으로 남기고 계속 가니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이정표가 나타났다. 삿갓봉 갈림길이다. 즉 청옥산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삿갓봉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얘기다. 해서 조금 망설이다가 왔던 길을 돌아가는 건 할 짓이 아니라는 평소 소신에 따라 배낭을 둔 곳으로 돌아가 배낭을 둘러메고 왔다.
정상을 떠나 한번 다시 돌아가기도 하며 8분 정도 내려가자 저 밑으로 주차한 차량이 보인다. 주차장이 이렇게 높은 장소에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갑자기 짜증이 밀려오며 돌아갈까 하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가보자는 생각에 계속 내려갔다. 그리고 주차장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니 차량 소음과 상춘객 떠드는 소리에 '샤스타데이지'고 뭐고 볼 생각이 사라져, 풍력발전기 군락만 사진으로 남기고 바로 뒤로 돌아 삿갓봉 갈림길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꽃을 보겠다고 갔던 다른 등산객도 가다 말고 다 발걸음을 돌렸다. 그래 봐야 삿갓봉을 코스로 선택한 서너 명에 불과하지만. 12시 6분 다시 삿갓봉 갈림길에 도착해 청옥산 정상이 아니라 삿갓봉으로 방향을 잡고 하산을 시작했다. 봉우리에 오르려면 내려가야 하는 건 당연!
잘 다듬어진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잠깐 한눈판 사이에 너덜이 나타나고 이를 통과하자 길은 좌회전하고 있었다. 분명 삿갓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용수골 갈림길로 가야 하는데 전혀 엉뚱한 방향이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계속 가니 전면에 풍력발전기 군락지 즉 육백마지기가 나타났다. 다시 돌아온 거다. 해서 뒤에 따라오던 등산객에게 아무 의미 없이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는데, 어디 가냐고 다시 묻는다. 당연히 삿갓봉이라고 하자 그럼 왔던 길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뭐에 홀린 듯했다. 어쨌든 뒤로 돌아, 왔던 길로 다시 가자 잘 닦인 길이 주욱 뻗어 있다. 어쩌다 이 길을 놓쳤을까? 정말 뭐에 홀렸었나?
그 길을 따라 내려가자 청옥산 정상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타나고 마침 인솔 대장을 비롯한 예닐곱 명의 등산객이 갈림길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그들을 지나쳐 계속 가 12시 15분에 다시 용수골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번엔 지동리가 아닌 용수골을 향해 방향을 잡고 갔다. 가면서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길이 없으니 가지 말라고 했던 만큼 수시로 폰의 등산 앱으로 갈림길을 확인했다. 분명 등산 지도에는 삿갓봉으로 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으나, 대장 말대로 길이 없어 삿갓봉 갈림길을 찾기 쉽지 않을 수도 있어 폰 등산 앱 지도상의 갈림길로 실제 갈림길 흔적을 찾기 위함이다. 그렇게 계속 가니 나무에 "주왕지맥"이라는 표지가 달린 나무가 보였다. 주왕지맥! 익숙한데 어디서 봤을까? 해서 등산방에서 검색해보니 2019년 8월 흥수와 같이 달렸던 백석산, 잠두산이 주왕지맥이었다[산행기]. 고로 청옥산과 이어진다. 전형적인 흙산을 따라 용수골 갈림길을 떠난 지 15분가량 나아가자 생각지도 못한 이정표가 나타났다. 삿갓봉 갈림길이다. 삿갓봉 관련해 두 번째 생각지도 못한 이정표다!
인솔 대장의 말과는 달리 길 상태는 아주 좋았다. 그리고 길이 좋으니 길을 잃을 걱정도 없어, 그 길을 따라 삿갓봉으로 향하며 주변의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아 그럼 12시도 넘었으니, 점심을 먹기로 하고 식탁이 될만한 바위를 찾으며 전진했다. 흙산답게 바위다운 바위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아 그저 작은 돌이라도 하나 발견하기를 바라며 가다가 등산로에서 3~4m 떨어진 곳에 넓적한 돌이 흩어진 곳을 발견해 그리로 가서 대충 앉아, 배낭에서 디팩을 꺼내고 디팩에서 영양식과 김치, 젓가락을 꺼내 간편하게 점심을 먹었다. 대략 7분 만에 점심을 먹고 사람이 있었다는 모든 흔적을 인멸하고 12시 43분에 급조한 식탁을 떠나 다시 삿갓봉으로 향했다.
주변의 울창한 숲을 지나 20여 분 삿갓봉 방향으로 가자 숲에 가려 명확히 보이지는 않으나, 앞에 작은 봉우리가 있었다. 당연히 이 능선 위에 있는 봉우리는 삿갓봉이 유일할 거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생긴 모양도 삿갓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 봉우리를 보고 1분 정도 더 가자 지동리 갈림길 이정표가 나타났다. 그 이정표에는 삿갓봉 0.8km다! 그럼 앞에 있는 봉우리는 삿갓봉이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이상한 건 지동리로 내려가는 갈림길로 지자체가 만든 지도나 등산 앱 지도 어디에도 없는 갈림길이라는 거다. 그러려니 하고 계속 길을 가 이번 산행 마지막 깔딱이랄 수 있는 숲에 둘러쌓인 급경사를 올라가자 저 위로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평지가 보였다. 삿갓봉이다.
삿갓봉은 헬기장으로 정상석 대신에 삿갓봉임을 알리는 표지만 여러 개 놓여 있었다. 해서 정상석을 대신해 그 표지를 사진으로 남기고 뜨거운 햇볕을 피해 그늘로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니 길이 여러 개다. 처음 2019년 9월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 계획을 세울 때는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토대로 했기 때문에 삿갓봉에서 고길리 보건소 코스로 하산하는 코스고, 평창군이 만든 삿갓봉 산행 지도에 따르면 하산 코스는 자진구비 코스로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고 있어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주왕지맥 산행이라는 대간꾼의 기준으로 보면 능선을 따라 길이 있을 거다. 고로 삿갓봉에는 청옥산에서 오는 길을 포함 4방향으로 길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정목이라고 서 있으나 비바람에 씻겨 글을 읽을 수 없었다. 나뭇가지에 온갖 산악회의 리본이 달린 방향은 당연히 주왕지맥일 거고. 문제는 버스가 기다리는 수리재로 향하는 길이 어디냐다.
그늘에 서서 길을 찾기 위해 등산 앱의 지도를 열심히 살피고 있는데, 이번에 같이 온 등산객이 도착했다. 나와는 이번 산행 내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거의 같이 산행을 한 사이다. 도착하자마자 삿갓봉 표지를 배경으로 인증을 부탁해 사진을 찍어주고 어디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인 거 같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도 그늘로 들어가 폰의 등산 앱을 확대해 살펴보더니 글이 보이지 않는 이정목이 지시하는 방향을 가리켰다. 내 생각과 같다. 해서 둘이 그쪽으로 방향을 잡아 하산하는데 길목에 나뭇가지 사이에 "깨비마을 야영장"이라 쓴 목판이 있었다. 깨비마을이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가는 방향에 마을이 있다는 얘기라 일면 안심이 됐다.
어느 순간 내가 앞서 하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 뭔가 길 같은 게 있기는 하나 관목이 가로막고 있어 지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래도 그나마 과거에 길로 쓰였던 거라 보여 관목을 뚫고 조금 내려간 후 지도를 확인하니 등산 앱이 가리키는 길에서 오른쪽으로 벗어나 있었다. 해서 다시 방향을 틀어 되돌아 계속 가니 다시 길처럼 보이는 게 있어 계속 따라갔다. 물론 관목 사이를 뚫고 지나야 하는 길이다. 그렇게 가다가 다시 등산 앱으로 위치를 확인했다. 길과 평행하게 가고 있었다. 다시 위치를 수정해 길 방향으로 가서 등산 앱이 길이라고 잡아 준 위치에서 실제의 길이 아니라 등산 앱의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계속 하산했다. 말인즉 길을 만들며 갔다는 거다. 없는 길을 표시하는 등산 앱이라니. 어쨌든 관목을 뚫고 가느라 얼굴과 손에 작은 상처를 입으며 5분가량 내려가자 나뭇가지에 달린 붉은 리본이 보였다. 그 리본이 있는 곳은 과거에 임도로 쓰였던 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임도를 따라가는 길 말고 밑으로 떨어져 직진하는 길 같은 게 있는 거 같았으나, 등산 앱이 가리키는 관목이 가로막고 있는 구 임도를 따라가다가 도저히 관목이 가로막아 갈 수 없다는 거와 임도가 구불구불하니 직진하는 길도 있을 거라는 판단에 다시 그 리본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임도를 버리고 바로 하산했다. 사람이 다닌 흔적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저 아래로 인공 구조물이 보인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이정표다. 지자체는 내가 내려온 길을 삿갓봉으로 향하는 길로 생각하고 있고, 등산 앱은 과거 임도를 길로 여기고 있었다. 고로 등산 앱의 지도를 믿으면 안 된다. 인솔 대장이 길이 없다고 했던 게 이 코스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뒤에 따라오는 여성 등산객을 포함 서너 명의 산꾼이 걱정됐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다시 임도다. 정확히는 방화선이다. 그 이전의 방화선과 다른 점은 풀은 우거져 있으나, 관목이 길을 막는 일은 없어 방해 없이 길을 갈 수 있다는 거!
방화선을 따라 내려가자 갈림길이 나타났다. 방화선은 관목 숲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좌로 난 길은 밭으로 가고 있었다. 볼 것도 없이 방화선을 버리고 밭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가 조금 가자 앞이 뻥 뚫리고 마을이 나타났다. 사실상 산길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지방도다! 첫 번째 집을 통과하는데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상태를 알 수 없어 그 자리에 서서 개를 관찰했다. 똥개와 아닌 개만 구별할 줄 아는 내가 종류는 알 수 없으나, 흰색에 검은 점이 몇 개 있는 대형견 두 마리다. 그리고 묶여 있지 않아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얘들을 흥분시켰다가는 뭔 일이 생길지 몰라, 얼음이 돼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자 앞뒤에 한 마리씩 자리를 잡고 서서 계속 짖는다. 공격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나, 움직이면 어떻게 변할지 몰라 가만히 서 있었다. 당연히 주인이 짖는 소리를 듣고 조처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예상대로 주인이 개를 부르기 시작하자 두 마리가 주인에게 달려갔고, 이후 주인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식겁 후 거기를 떠나며 생각하니 뒤에 따라오는 등산객도 문제다.
그런데 그 개의 크기를 보니, 스틱을 들고 있다고 해도 상대가 될 거 같지 않았다. 그럼 멧돼지는 더 무섭다는 얘긴데. 아닌가? 생긴 모습을 더듬어 구글링해 보니 잉글리시 포이터 종류다! 멧돼지 잡는 애들? 어쨌든 포장도로를 따라 유유자적 내려가다 보니 도로 옆이 산딸기밭이다. 해서 잘 익은 군락이 보이면 그걸 따서 먹기도 하며 유유자적 35분가량 내려가자 앞에서 요란한 물소리가 들렸다. 준비한 물도 다 마셔 갈증이 나던 시점이라 그 물소리 나는 방향을 보니 내가 따라 가고 있는 도로는 짧은 간격을 두고 두 개의 다리를 건너고 있었고, 두 다리는 작은 계곡을 건너고 있었다. 물론 다리에서 조금 내려가면 두 계곡이 합류하는 합수부다. 해서 첫 번째 계곡으로 달려가 물로 배를 채우고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탁족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통에 물을 채우고 탁족을 끝낸 후 산딸기와 오디를 따 먹으며 내려가는데, 도로에 나비 떼가 앉아 있다가 내가 다가가자 한꺼번에 날아오르며 내 주위를 맴돈다. 뭔가 신기하기도 했으나, 섬찟한 느낌도. 뜨거운 햇살을 피해 주로 나무 그늘로 아스팔트 도로를 내려가 3시 4분에 청옥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B 코스를 선택했다면, 내려왔을 길이다. 그 갈림길에서 20분가량 더 가자 야영장이다. 야영장? 깨비마을? 야영장 여기저기를 둘러보니 한쪽에 도깨비 비슷한 게 보였다. 해서 그쪽으로 가보니 정문이고 도깨비가 맞다. 삿갓봉에서 본 "깨비마을 야영장"이다. 야영장을 지나 2분 정도 더 가자 차 소리가 요란한 도로다. 차들은 위로 아래로 정신없이 오르내린다. 그리고 옆을 보니 장승과 도깨비 상이 서 있다. 가운데는 "수리재"라고 음각된 표지석이 있었다. 장소가 버스를 주차하기에는 적당한 장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뒤이어 나를 따라온 그 등산객에게 버스 대기 장소가 어딘지 물었다. 돌아온 답은 "수리재" 여기다! 그 시각이 3시 25분으로 산행이 끝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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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건너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육백마지기에서 3시 30분 마감이니 여기에 버스가 도착하는 시각은 3시 50분경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 등산객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야영장 쪽에서 남성 산꾼이 다가온다. 삿갓봉 동지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여성 산꾼이 내려왔다. 그늘에 퍼져 앉아 거의 동행하다시피 한 등산객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관광버스 한 대가 위에서 내려왔다. 앞창에 붙은 종이에는 "청옥산-2" 2호 차다. 그런데, 정차해서 태우지 않고 그냥 간다. 그럼 2호 차에는 등산객은 없고 전부 상춘객? 그리고 50분 정도에 도착할 거라 생각했던 1호 차가 예상보다 빠른 3시 40분경 나타났다.
재빨리 배낭을 짐칸에 넣고 버스에 타 내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버스가 출발할 생각을 안 한다. 대장의 말에 의하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등산객이 있다고. 대장이 버스에서 내려 도착하지 않은 산꾼에게 전화하는 순간 산꾼 한 명이 야영장 쪽에서 나타났으나, 계속 전화를 하는 거로 봐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등산객이 더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10여 분 밖에서 통화하던 대장이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버스에 탄 후 현재 상황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두 명의 등산객이 도착하지 않아 전화해보니, 임도 즉 방화선을 따라 계속 가서 봉우리에 도착했는데 어딘지 모르겠다는 거다. 바로 대장이 119로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고, 이어 119 와 그 등산객이 통화 중이라고! 어쨌든 그 두 등산객은 아래에 마을이 보이니 그리로 내려가겠으니 기다리지 말고 출발하라고 했다는 거다. 해서 4시 13분경 위치를 알 수 없는 두 등산객을 뒤에 남겨 두고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서울을 향해 출발한 버스는 5시 46분경 내려올 때와 같은 문막휴게소에서 20분가량 휴식했다. 쉬는 동안 뚜껑을 따느라 손톱이 뒤집힐 뻔한 식혜를 사서 마셨다. 6시가 조금 지나 휴게소를 떠난 버스는 죽전에서 1차로 등산객을 내려주고 7시 15분경 신사역에 도착해 대부분 등산객이 내렸다. 나 또한 신사역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을지로3가역을 지나는 순간 와이프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딘지 묻고, 대조 시장에 있으니 그리로 오라는 거다. 해서 처음 계획과 달리 불광역에서 내려 대조시장으로 가 마누라를 만났다. 물론 마누라에게는 시장 본 짐을 들 셰르파가 필요했다.
지금 집에 우리 둘밖에 없으니 저녁을 먹고 가자고 해 택시를 타고 집 근처로 가 삼겹살집으로 갔다. 마누라가 사주는 하산주를 마시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둘만 저녁을 먹는 것도 오랜만이다. 애가 태어난 후 둘만 저녁을 먹은 적이 있기는 한가? 그렇게 아주 오랜만에 둘이 한 시간 정도 오붓하게 점심을 먹고 마누라가 장본 짐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거로 이번 평창 청옥산, 삿갓봉 산행을 마감했다.
처음 청옥산행을 계획했던 코스와 산악회가 계획한 코스를 혼합한 '지동리 → 못골 약수터 → 청옥수 약수터 → 임도 → 갈림길 → 청옥산 → 삿갓봉 갈림길 → 육백마지기 → 삿갓봉 갈림길 → 갈림길 → 삿갓봉 → 자진구비 → 용수골 → 상수도 수원지 → 깨비마을 → 수리재'의 15.82km(트랭글 기준), 5시간 7분의 생각지도 못한 오지 탐험이었다.
오랜만의 화창한 날씨였으나, 딱히 조망할 만한 절경이 보이지 않아 약간 실망했다.
육백마지기는 셀 수도 없는 상춘객과 차량의 모습에 질려서 가다가 말고 되돌아왔다.
인솔 대장의 말대로 과히 유명한 산이 아니었기에 오지 탐험을 즐길 수 있었다.
첫댓글 샤스타데이지 사진을 찍으려면 사람 없을 때 가야하는 거구나
평일에도 미어터진다고
부인이랑 단둘이 식사를 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니...
앞으로는 자주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