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조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 다만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이하“프로그램”이라 한다)의 경우 공표될 것을 요하지 아니한다. (2006.12., 2009.4. 개정)」
9-A. 이 조는 법인 등의 종업원이 업무상 작성하고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저작물의 저작자는 법인 등이 된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저작물은 사람의 지적 활동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지적활동을 할 수 있는 자연인이 저작자로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법인 등의 단체가 저작물을 작성하고 발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회적으로도 단체가 그 저작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외적인 신뢰를 얻는 예가 많으므로, 이러한 성질의 저작물에 대해서는 그 법인 등이 저작자로 되어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구법(1986년)에는, 단체명의저작물의 저작자라고 하여, 그 성립요건으로서, ⑴ 법인 등 사용자의 기획 하에, ⑵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⑶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로서, ⑷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된 것은, ⑸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법인 등이 되는 것이나, ⑹ 기명저작물인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하여, 비교적 상세하게 규정하였던 것인데, 2006년 개정에서는 종전의 ‘단체명의저작물’을 “업무상저작물”로 명칭을 바꾸고, 또한 규정하는 방법도 업무상저작물의 개념과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를 구분하여, 업무상저작물의 개념은 제2조에 31호로 정의규정을 신설하여, 앞에서 말한 단체명의 저적물의 성립요건 중에 ⑴에서 ⑶까지의 요건은 업무상저작물의 정의로서 규정하고, 이 조에서는 앞에서 말한 성립요건 중에 ⑷와 ⑸에 해당하는 사항만 규정하여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라 하였다. 다만 앞에서 말한 ⑹은 기명저작물에 대한 예외규정으로 삭제된 것이다.
9-B. 2006년 개정의 이유에 의하면, 첫째는 종전의 규정은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된 저작물에 한정하였기 때문에 미공표의 상태에서 누구의 저작물인지 의견이 분분하여, 미공표의 상태에서도 법인 등이 공표를 예정하고 있다면 역시 법인 등의 저작물로 보아 법적 안정성을 지킬 수 있게 한 것이고, 둘째는 기명저작물에 대한 예외규정은 실제 운용상 그러한 사례가 거의 없고, 오히려 법인 등이 저작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하여 저작물에 근로자의 이름을 넣어주려는 작은 배려마저 차단하는 역효과가 있어 삭제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업무상저작물의 성립요건도, 종전의 단체명의저작물의 성립요건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며, 기명저작물에 대하여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법인 등의 단체가 저작자로 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는 각국의 입법예가 같지 않다. 대체로 영미법계에서는 저작권을 우리 저작권법상 저작재산권만으로 한정하고(미저 §106 및 영저 §2), 또한 법인실재설에 따르기 때문에 법인 등도 당연히 저작자로 될 수 있으나, 대륙법계에서는 저작권에 저작인격권을 포함하고(독저 §11 및 프저 §111-1) 또한 법인의제설에 따르기 때문에 저작자란 당연히 자연인에 한정되고 법인 등의 단체는 저작자로 될 수 없는 것이다.(독저 §134) 따라서 법인 등은 저작권의 양수나 이전 등에 의한 저작권자는 될 수 있어도 원시적인 저작자는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저작물의 실질적인 작성자인 종업원이 저작자로서 1차적 저작권자로 되며, 법인 등은 종업원의 저작권을 이전받아 저작권자로 되는 것이다.
9-C. 법인 등이 저작자로 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말한 다섯 가지의 요건이 구비되어야 하나, 업무상저작물이 되기 위한 요건으로서 위에서 말한, ⑴내지 ⑶에 해당하는 요건은 업무상저작물의 정의에서(위 2-31-B) 살펴보았으므로 여기서 생략하고, ⑷와 ⑸에 해당하는 요건만 살펴보기로 한다.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가 되기 위한 네 번째는 요건은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것이라야 한다. 따라서 작성자 본인의 명의로 공표되면 비록 업무상 저작물이라도 그 작성자가 저작자로 되는 것이다. 그러나 2006년 개정에서 구법(1986년)의 단서규정을 삭제하였다. 따라서 기명저작물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저작물에 종업원이 실명이 명시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종업원의 명의로 공표되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용자인 법인 등과 종업원인 저작물의 작성자가 합의에 의하여 실제상 작성자인 종업원을 저작자의 명의로 공표하는 것까지 못하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2006년 개정에서 종전과 같이 “공표된 것”이 아니라, “공표되는”으로 표현하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미공표의 상태이나, 앞으로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할 예정이라면, 미공표인 상태에서도 법인 등의 업무상저작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까지, 예컨대 신문이나 잡지 등에 게재된 소설, 시, 만화, 논설 등은 일반적으로 저작자명을 표시하며, 이런 경우에는 신문 등이 단체명의로 공표되어도, 구법(1986년)상의 기명저작물에 해당되어 기명자가 저작자로 된 것이나, 앞으로는 이들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이지 의문이다. 다만 신문사 등의 종업원이 아니라 외부에 위임이나 위탁에 의한 소설, 만화, 논설 등을 신문 등에 게재하는 경우에는 위탁, 위촉 등의 계약에서 저작자문제를 명시하면 될 것이나, 일반 국민이나 저작물의 이용자 등은 당사자 간의 계약을 하나하나 확인하여야 할 것이므로 불편이 많을 것이다.
현재까지 우리 법원의 판례도 교과서에 게재된 무기명 저작물은 공표자인 교육부에 저작권이 있다고 하였으며, 또한 발행자를 단체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서적의 표지나 제1면에 그 작성자가 명시되어 있다면 구법 단서의 기명저작물에 해당하여 그 작성자로 표시되어 있는 자가 저작권을 가진다고 하는 등, 종전의 기명저작물에 대한 단서규정이 많이 활용되었는데, 단지 실제저작자의 성명기재에 대하여 법인 등이 인색하다고 하여 종전의 단서규정을 삭제한 것은 사회적인 현실과 단서규정의 효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9-D. 구법(1986년)하에 우리 사법부의 판단은, ⑴ 저작권법 제2호 제2호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저작물은 창작한 자가 저작자로 된다고 할 것이고, 예외적으로 저작권법 제9조에 의하면, 법인 등의 실질적 지휘⋅감독을 받으며 그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법인 등으로부터 직접 명령을 받은 것뿐만 아니라 고용의 과정에서 통상적인 업무로서 기대되는 범위 내에서 법인 등의 기획 하에 저작물을 작성하고, 그 저작물이 법인 등의 명의로 일반 공중에게 공개되고, 저작자의 기명저작물이 아닌 경우에는 저작자가 아닌 법인 등에게 저작물의 저작권이 귀속되게 되는바,
⑵ A고등학교(공립고등학교)의 시험문제지는 우측하단에 ‘A고등학교’라고 명기되고 출제자 표시는 되어 있지 않는 시험문제를 특정다수인인 A고등학교 해당 학년 학생들에게 배포되고 회수되지 않았으므로 A고 시험문제는 A고등학교 명의로 공표되었다고 할 것인바, A고등학교의 기획 하에 그 업무에 종자하는 A고등학교 교사들이 업무상 작성한 시험문제가 A고등학교 명의로 일반 공중인 소속 학생들에게 공표되었으므로 단체명의저작물인 A고 시험문제의 저작권은 저작권법 제9조에 의하여 A고등학교의 설립⋅경영 주체인 서울특별시에 귀속된다 할 것이다.
⑶ B⋅C고등학교(사립학교 들임) 등의 시험문제지에는 ‘출제자’ 또는 ‘출제’란에 출제자의 인장이 날인된 상태로 학생들에게 교부되고, 학교명의 표시가 없거나(C고), ‘B고’라 표시되어 있으나 이 표시만으로 저작권의 귀속주체로 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B⋅C고의 시험문제는 저작권법 제9조의 단체명의저작물이 아니고 출제자의 기명저작물이다.
9-E. 마지막인 다섯 번째는 법인 등의 사용자와 종업원 사이에 계약이나 근무규칙 등에서 다른 정함이 없어야 한다. 이것은 위의 네 가지 요건이 구비되었다 하더라도 계약이나 근무규칙 등에서 이 조의 규정과 다른, 즉 저작자를 달리 정하는 내용이 있다면 그것에 따르는 것이므로 당사자 간의 계약이나 합의가 이 조의 규정에 우선하는 것이다. 여기서 계약이란 고용계약이나 저작물의 작성을 위한 별도의 계약을 말하며, 근무규칙이란 업무규칙, 근로규칙, 취업규칙 등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법원의 판례는 비록 단체의 피용자가 작성하고 그 단체명의로 공표하여도 사용자와 피용자 간에 저작물의 판매수입의 10%를 피용자에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면 피용자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하였다.
또한 이 조와 관련된 문제로서 법인 등과 개인의 공동저작물에 관한 것이다. 예컨대 회사의 종업원과 대학의 교수가 공동으로 하나의 저작물을 작성한 경우에 회사와 대학교수를 공동저작자로 표시한다면 회사에 관해서는 이 조가 적용되는 것이다. 또한 주의를 요하는 것은, 이 조는 저작권자를 규정한 것이 아니고 저작자를 규정한 것이므로 저작자는 1차적인 저작권자이며, 또한 일신 전속적인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에게만 있는 것이므로 법인 등의 사용자도 저작자로서 저작인격권까지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9-F. 2009년도 개정에서 이 조에 단서를 신설하여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에 대하여는 공표를 요하지 않는다고 하여, 법인 등의 일반적인 업무상저작물의 경우와 달리,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를 하지 않아도 법인 등이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의 저작자로 될 수 있게 하였는데, 그 이유는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종업원이 소스코드를 빼내어 따로 개발한 후 이를 공표함으로써 오히려 법인 등에 대하여 저작권 침해 주장을 할 수 있으므로 분쟁의 소지가 있고, 또한 프로그램은 영업 비밀에 해당하여 법인 등이 전략적으로 공표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이 종업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될 경우, 법인 등은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취득하기 위하여 개발한 모든 프로그램을 공개하게 되므로 영업비밀로서 가지는 기회이익을 상실하게 되는 등 문제가 있어 공표에서 제외하였다는 것이다. 이 단서 규정은 종전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제10조에서 업무상 창작한 프로그램의 저작자를 규정하면서 공표를 요건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경우를 외국저작권법에서도 볼 수 있는데, 먼저 미국저작권법은 직무상저작물(works made for hire)은 사용자 또는 그를 위하여 저작물을 작성하게 한 다른 사람을 본 편 법전의 적용상 저작자로 본다고 하였으며(동법 §201 ⒝), 프랑스저작권법은 1인 또는 2인 이상의 피고용자에 의하여 그 직무의 집행 중에, 또는 그 고용주의 지시에 따라 창작된 소프트웨어 또는 그 참고자료에 관한 재산권은, 별단의 정관 또는 정함이 없는 한, 고용주에게 귀속하고, 고용주만이 이들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하였고(동법 §113의 9 ①), 일본저작권법은 직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의 저작자의 규정에서는 프로그램저작물을 제외하고(동법 §15 ①), 법인 등의 발의에 의하여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직무상 작성한 프로그램저작물의 저작자는, 그 작성 시에 계약, 근무규칙 기타 별단의 정함이 없는 한 그 법인 등으로 한다(동조 ②)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