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황사 전두환
-윤동재
해남 달마산 미황사 시왕전 공재 윤두서가 만든 시왕에게
죽은 전두환이 돈주머니를 보이며 잘 봐달라고 했지요
시왕은 전두환에게 29만 원밖에 없어 추징금도 못 냈는데
돈은 무슨 돈이냐며 일제히 핀잔주었지요
전두환이 염라대왕閻羅大王 앞에 있는 업경대業鏡臺를 지나가자
이승에서 저지른 죄가 업경대에 하나하나 비쳤지요
전두환은 돈주머니의 돈을 믿는 건지
이승에서 대한민국 제11대 제12대 대통령이었다는 걸 믿는 건지
서기가 두루마리 문서에 죄목을 몽땅 기록해
염라대왕에게 전해주는데도 오히려 기세등등했지요
전두환은 시왕에게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고
고구려 제5대 모본왕慕本王은 제대로 심판했느냐고
앉을 때는 항상 사람을 깔고 앉고 누울 때는 사람을 베개로 삼고
신하로서 간하는 자가 있으면 활을 당겨 쏘아죽인
고구려 제5대 모본왕과 자기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고 했지요
전두환은 시왕에게 제 손으로 한 사람도 다치게 하거나 죽인 적이 없다며
탱크를 몰고 거리를 누비거나 총을 쏘고 공중에서 헬기 사격을 한 것은
자기 부하들이 한 짓이지 절대로 자기가 한 짓이 아니라고 했지요
염라대왕은 전두환의 말을 듣고 기가 차서
너를 지옥으로 보내는 것도 내가 아니고 옥졸들이라고 했지요
이승의 법정에서 심판받고 뒤이어 사면받았던 전두환은
염라대왕의 말에 주눅이 들기는커녕
숨긴 돈으로 시왕을 매수해 보고 안 되더라도
이승 저승이 결국 다르지 않을 거니
저승의 심판이 끝나면 어차피 사면해 줄 거라며
반성하거나 용서 구하지 않았지요
공재 윤두서가 자신이 만든 시왕과 함께 내내 지켜보다가
시왕이 행여 마음 약해질까 봐
두 손을 모으고 시왕에게 귓속말로
초심을 잃지 말고 불같이 칼같이 심판하시라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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