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순례 / 최미숙
이제는 필수품이자 사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도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이 나온다. 아날로그가 더 익숙한 사람에게 디지털은 넘어야 할 산이다. 겨우 배워 익숙해지면 또 새로운 것이 나와 힘들게 한다. 2지(2G)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변화 중 가장 편리하고, 국민 8,90%가 사용한다는 그 앱이 ‘카카오톡’이다. 일정한 금액 당 보낼 수 있는 문자 수가 정해져 있지 않고 제한 없이 상대방과 대화를 즐길 수 있어 혁신 그 자체였고 모두에게 필수가 되었다.
새로운 기기에 욕심이 없어 스마트폰을 3년이나 썼더니 막내아들이 바꾸라고 한다. 욕심이 없다는 것은 핑계고 기계에 둔한 내 머리로 배우는 데 한참 걸려 필요한 기능 한두 개 말고는 배우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흔한 이모티콘이나 남들 다 쓰는 어플도 무관심하다. 까닥까닥 움직이며 감정이나 메시지를 대신해 주는 이모티콘을 보며 만든 사람의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웃을 때도 있지만 거기까지다. 단체방에 너도나도 올리는 건강정보, 좋은 글이 넘쳐나 꼭 필요한 답글 외에는 웬만해선 글도 잘 올리지 않는다. 나라도 참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다 모임이 생기니 어쩔 수 없이 카카오톡에 가입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손가락 두 개로 언제 어디서든 하고 싶은 말이 삽시간에 전달되는 것이 신기했다. 더구나 메시지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를 알아보는 기능이 있다는 것에 더 놀라기도 했지만 그것도 사용한지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기기는 딱히 배우고 싶은 마음이 서질 않아 남보다 많이 느리다.
몇 년 전 카톡을 탈퇴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나만 소외되는 게 아닌가 불안하고,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해 보곤 했는데 그것도 이내 익숙해져 지낼 만했다. 무슨 소식이 있는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사람은 평안하다. 문제는 단톡방 후배가 내게 소식을 따로 알려줘야 해 할 일이 하나 늘어 미안했다. 가끔 놓치기도 한다며 답답하니 다시 가입하라고 난리다.
그러던 내가 휴대폰을 옆에 끼고 산다. 카톡방 소식을 놓칠까 봐 집에서도 들고 다닌다. 아래쪽 ‘채팅’ 아이콘에 숫자가 떠 있으면 신경이 쓰여 바로 확인한다. 학교에서도 모든 업무 전달을 카톡으로 하고 학부모와의 소통도 그것으로 한다. 어느 순간부터 연락을 총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저기 묶여 있는 단톡방에서 울려대는 카톡 소리가 이제 슬슬 귀에 거슬리며 소음 공해로 여겨진다.
“카톡, 카톡”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 무음으로 해 놓은 지 2년째다. 이제는 “부우” 진동으로 울리지만 이 기계음이 하루를 채우는 신호이고, 누군가 내게 말을 거는 소리이자 사람과의 관계가 아직은 무사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알림이다.
오늘도 채팅 창 옆에 있는 친구 목록을 하나씩 누르며 카톡 순례를 한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은 사람은 지우고 새로 만난 친구로 채운다. 언제인지 기억에는 없지만 연락할 일이 있어 목록에 추가해 놓았을 텐데 좀처럼 생각나지 않는 이름도 있다. 잠시나마 일로 인연을 맺었던 사이이니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지운다.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친구는 상태 메시지나 프로필, 그들이 남긴 글귀를 보고 현재의 마음과 근황을 확인하고는 하루를 마감한다.
첫댓글 지우기도 하시는군요.
저는 그대로 두었더니 한동안은 전화기 바꿀 때마다 보험회사 다니느냐는 질문을 받았답니다.
카톡 다이어트를 해 봐야겠네요.
선생님, 글이참 편안하게 잘 읽힙니다. 비결이 궁금합니다.